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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북유럽여행 > 북유럽여행 에세이
· ISBN : 9788964360842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4-08-1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_시베리아를 그리며 이 글을 쓴다
제1부 왜 그리운 것들은 발자국 뒤편을 서성거리는지_이르쿠츠크, 바이칼
제2부 그리울 때 떠나라, 배낭 하나 메고_시베리아 횡단열차 9228킬로미터
제3부 다시 걸을 수 있다면 잠시 쉬어도 좋아_블라디에서 모스크바까지
나가며_소중한 모든 이들에게 드리는 헌사 ‘스파시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다시 신이 있다면 지구의 가장 중심부에서 더 낮은 곳을 향해 전진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중력에 의해 삶을 보장받고 중력은 모든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중력의 중심부에서 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즈음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진다. 비행기 창에 끼인 서리가 시베리아의 추위를 짐작케 한다. 눈 덮인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강물 위로 짙은 안개가 띠를 두르고 굉음을 내며 바퀴를 드러낸 비행기가 그 위를 스쳐 흔들리며 착륙한다.
드디어 도착했다. 시베리아의 중력 이르쿠츠크.
-“너의 삶은 괜찮다. 괜찮은 것이다”
오지 않은 내일을 준비하며 살았다. 어쩌면 좀 더 나은 내일에 대한 욕망, 그러나 나락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내 삶의 근간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한껏 게을러도 좋은 알혼 섬에서의 하루를 보내며 나는 내가 사라는 사회가 빼앗은 자유와 강요된 두려움으로 인해 어쩌면 집채만 하게 큰 개보다 훨씬 더 사나운 존재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페달을 힘껏 밟고 언덕을 오르니 저녁 햇살을 받은 소나무 한 그루가 길쭉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저기서 잠시 쉬어야겠다. 한 뼘 그늘 아래서 느긋하니 좀 더 유순해져야겠다.
-한 뼘 그늘 아래서 쉬어 간다
우스제르드에서 들은 브리야트 원주민들의 노래와 샤먼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 나는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마지막 강의 더럽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이라고 절규했던 북미 인디언 수콰미시족의 울분을 떠올렸다. “여기 땅 한 평은 얼마나 해? 이 사람들은 저 넓은 땅을 왜 놀리고 있을까?” 분명한 한국말로 무심코 뱉어낸 누군가의 한마디를 듣고 난 다음이었다.
-문명인의 오만을 거두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