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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

그런 일

안도현 (지은이)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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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런 일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61177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6-05-25

책 소개

안도현이 지난 14년에 걸쳐 써온 산문들을 한 권에 모았다. 하지만 이 글들이 아우르는 시간대는 그보다 훨씬 넓다. 시인의 성장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50여 년의 세월이 배경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 시인의 생애를 꽤 소상히 접하게 된다.

목차

머리말

1부 글을 쓰는 일
2부 마음을 보내는 일
3부 시를 쓰는 일
4부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
5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발문

저자소개

안도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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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일필휘지의 필법을 익히지 못했으나 후회하지 않는다. 자책할 이유도 없다. 한 줄 한 줄이 전전긍긍이었으므로 이 산문들을 그 흔적들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를, 지금, 이곳에, 나로 있게 해준 말들 앞에 옷깃을 여민다.
-머리말


문학에 눈을 뜨면서 해마다 12월 언저리에는 이른바 신춘문예 열병을 앓곤 했는데, 당선 통지를 기다리며 연탄불에 라면을 끓이는 날이 많았다. 라면이 끓는 양은냄비를 숟가락으로 익숙하게 들어 올리는 일은 이력이 붙었으나, 기다리는 신문사의 당선 통보는 왜 그리 목을 길게 만들던지. 그런 겨울, 연탄도 떨어지고 친구네 집에 두어 장 빌리러 가기도 민망해서 차가운 자취방에서 이홉들이 소주를 병째 들이켜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던 날이 있었다. 내 문학은 연탄의 뜨거운 기운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자책하면서 말이다.
-1부 글을 쓰는 일


밤새워 화투판에서 밑천 다 날리고 새벽 마루 끝에 앉아 냉수 한 사발 들이키는 사람처럼, 다 벗어던지고 몸뚱이 하나 남은 겨울 나무처럼 스스로 벌거벗기 위해 서 있는 것들이 있으니, 오로지 뼈만 남아 몸 하나가 밑천인 것들이 있으니, 올해 당신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해도, 희망 같은 것을 몽땅 잃어버렸다고 해도, 우리가 가진 절망이 많으니, 절망을 재산으로 삼고, 절망으로 밥을 해먹고, 절망으로 국을 끓일 각오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살아온 날들에 대해서는 흔쾌히 반성문을 쓰고, 살아갈 날들을 위해서는 빛나는 예지의 선언문을 쓰고, 누가 뭐라 해도 후진하는 법 없이, 요란하게 수다를 떠는 법 없이, 발소리를 남기지 않고 침묵으로 한 생을 밀고 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부 마음을 보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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