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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

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

이재헌 (지은이)
삼인
1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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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61702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9-12-20

책 소개

국경없는의사회 이재헌 정형외과 전문의의 현장 이야기. 저자는 구호활동을 나갈 때마다 일기를 썼다. 현장에서 만난 팀원들과 환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각 현장의 밤공기 속에서 적은 일기, 그 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목차

글을 열며 : 핫 플레이스

프롤로그 : 나는 일기를 썼다

1장 서른일곱 :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하다
1. 면접
2. 사려 깊고 따뜻한
3. 점프, 번지점프
4. 네팔에서 만난 아이
5. 훈련

2장 요르단 람사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5km
1. 시리아의 이웃, 요르단
2. “휴식 없이 일할 사람 찾습니다”
3. 오늘 그녀는 열일곱 살에 엄마가 됐다
4. 2016. 4. 29. 알 주마 일기
5. 수요일은 모래바람의 캠프장으로 간다
6. 병원을 비워라, 침상을 확보하라
7. 오지 못한 환자들
8. 레드 플래그
9. 국경 없는 행복한 건축가
10. 만남, 포옹, 눈물
11. 람사로의 초대
12. 희망 그리고 절망

3장 아이티 타바 : 치안의 부재, 혼돈의 시대
1. 호텔 탕고
2. 하루 평균 자상 셋, 총상 둘
3. 주간 근무, 야간 근무, 다시 주간 근무
4. 랜드크루져를 빼앗기다
5. 티셔츠 릴레이
6. 손가락을 찔리다
7. 그런데, 마음이 지쳤다
8. 나의 ‘쁘띠 꽁페항스’
9. 하우스 파티
10. 폭풍 경보
11. 카리브해의 섬나라

4장 부룬디 부줌부라 : 부서진 ‘아프리카의 심장’
1. 월요일 정오 브뤼셀, 화요일 정오 아디스아바바
2. 카리부 부룬디
3. 자가 격리하다
4. 상당히 평화로운
5. 아베 마리아
6. 트라우마 속 트라우마
7. 격려가 필요한 시간들
8. 부줌부라는 겨울
9. 여전히 겨울

5장 팔레스타인 가자 : 반복되는 피의 금요일
1. 나는 가지 않기로 했었다
2. 디데이
3. 소소한 하루
4. 옥상 담배
5. 쿠드스의 날(Quds Day)
6. 또다시 금요일
7. 통곡의 벽

글을 맺으며 : 긴 호흡

저자소개

이재헌 (지은이)    정보 더보기
국제의료협력 및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2009년부터 2년 반 동안 코이카(KOICA) 국제협력의사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운트메루 병원에서 근무했으며, 그때의 의료봉사 경험을 담은 『서른, 꿈 그리고 아프리카』를 발간하고, 인세를 탄자니아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의 회원이 된 후 2016년 4월에는 요르단 람사, 같은 해 7월에는 아이티 타바, 2017년 8월에는 부룬디 부줌부라, 2018년 6월에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등 네 차례에 걸쳐 구호현장으로 파견 나가 의료 구호활동을 펼쳤다. 현재 대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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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4월 21일, 선임 선생님과 함께 아침 회진을 돌며 환자들을 인계 받았다. 병상에 담요를 덮고 앉아 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열일곱 살이었고, 수줍은 미소가 담긴 인사를 건넸다. 크게 다친 환자는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선임 선생님이 진찰을 위해 담요를 걷어 올렸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열일곱이라는데 배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만삭이었다. 그리고 두 다리가 모두 절단돼 있었다. 하나는 무릎 아래, 하나는 무릎 위에서 잘렸다.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국에 있었다면 대학에 가는 문제나 교우 관계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나이에, 그녀는 두 다리가 없는 산모가 될 처지였다.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그런데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그녀가 조용히 건넨 말에는 엄청난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씩씩함이 묻어 있었다. “두 다리가 없어졌지만 저하고 제 아이가 살았어요.” 이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그녀의 여려 보이는 미소에는 성숙한 강인함이 묻어 있었고, 그런 모습 앞에서 나는 오히려 으레 하는 평범한 격려의 말조차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어색하게 미소만 지어 보였다.
―<2장 요르단 람사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5Km> 중에서


존을 기다리며 먼저 수술을 시작했다. 새벽 두 시 반이 넘은 시간, 허벅지에 감은 지혈대의 압력을 올리고, 20번 메스로 오금의 주름 아래로 주름과 평행하게 피부를 절개했다. 가로로 절개한 부위의 끝을 세로로 다시 갈라 수술 필드를 넓혔다. 미세한 정맥은 지혈했고 근육을 하나씩 젖혔다. 어디가 끊어졌는지를 수색하는 과정이다. 덕지덕지 찬 혈종을 빨아 들여가며 아주 깊은 곳에서 찢어진 동맥을 찾아냈다. 피가 통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신기하게도 주변 신경과 정맥은 멀쩡한데 가장 중요한 동맥 하나만 산산이 찢겨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동맥을 잇기 편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정맥을 채취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즈음인 새벽 세 시, 존이 루페(loupe : 수술용 확대경)를 끼고 수술실로 들어왔다. 존에게 집도의 자리를 내어주고, 퍼스트 어시스트(제1보조의) 자리에 섰다. 오늘 수술이 너무 많아 기구 소독이 원활하지 못했기에 혈관용 수술기구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 혈관용 포셉(forceps : 수술용 집게)이 없어 큼지막한 일반 포셉으로 혈관을 다뤄야 했다. 과도가 없어 식칼로 과일을 깎는 격이었다. 손에 맞는 기구가 없다며 존이 투덜거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은 차근차근 정맥을 채취하고, 채취한 정맥을 동맥과 이어가고 있었다.
기구도 그렇거니와 오늘 피로가 쌓일 만큼 쌓여 체력과 집중력도 떨어진 건지, 속도가 평소만큼 잘 나는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흘렀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네 시. 드디어 혈관이 빈 곳 없이 연결됐다. 불독 클램프(bulldog clamp : 수술용 집게)로 닫아놨던 위쪽 혈관을 열었다. 생명의 피가 힘차게 흘렀다. 환부를 지나 발끝까지 쑥쑥 흘러갔다. 이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
상처를 꿰매어 닫았다. 다리에 반깁스를 대고 환자를 회복실로 보냈다. 수술 기록지와 처방전을 작성하고, 수술실 밖의 다른 환자들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아침 여섯 시 반이 넘었다. 아비규환 같던 밤이 지나고, 잠잠해진 새벽의 응급실을 나섰다. 조금만 있으면 다시 출근할 시간이었다. 밤샘 수술을 했다 해도 낮의 일과에서 빠질 수는 없었다. 낮 온종일에 이어 야밤에도 세 시간 넘게 서서 수술을 하고, 24시간 이상 꼬박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몸이 무거워 비틀거렸다. 눈꺼풀도 자꾸 내려왔다.
하지만 회복실에 누워 있는 환자의 발에 온기가 도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곧이어 연달아 하루를 시작하기 전, 병원 마당 둔덕에 주저앉았다. 존도 같이 앉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짙은 커피를 묵묵히 마셨다.
―<3장 아이티 타바 : 치안의 부재, 혼돈의 시대> 중에서


내가 수술을 담당했던 서른두 살의 데오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1주 전 그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의식은 없었고 맥박도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인해 부러진 골반뼈는 옆구리 쪽으로 튀어나와 있고, 피부는 엉덩이부터 시작하여 성기를 지나 허벅지 안쪽과 장딴지 안쪽까지 길게 찢어져 벗겨진 상처가 있었다. 상처가 흉측한 것은 둘째 문제였고, 상처 확인을 위해 임시 지혈해놓은 피에 젖은 천을 풀어보니 대퇴동맥이 허벅지 중간 부위에서 끊어져 콸콸 피를 토해내는 상태였다. 과다출혈로 사망 직전에 도착한 환자에 해당했다.
바이패스(동맥우회술) 수술을 하려 했으나, 혈압도 낮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5.1g/dl(남자 성인 정상치는 13g/dl 내외)로 낮아 더 이상 수술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마취과에서 권고하였다. 그에게는 수혈이 필요했으나 피는 넉넉히 구해지지 않았다. 우선 대퇴동맥을 결찰(지혈을 위해 피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혈관을 동여매는 것)하고 출혈 부위에 압박지혈을 했다. 그렇게 급한 불만 끄고 중환자실에 보냈다. 그는 얼마 지나 아슬아슬하게 살아났고 의식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가 죽기 전날에도 나는 그의 상처를 수술실에서 씻어주며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데오는 부들부들 떨고 신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잘 버텨보겠다”며 “살아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게만 해달라”고 애원했다. 상처도 나빠지지는 않는 듯했고 이렇게 잘 버티면 며칠 후부터는 조금씩 상처 부위를 닫아 나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우리가 쓸 수 있는 항생제도 다 사용해봤지만, 컨디션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였던 그는 패혈증을 이기지 못했다.

구호현장을 돌아다니며 환자의 죽음을 드물지 않게 보기는 하지만, 내가 수술에 직접 참여한 환자의 사망 앞에서는 아직도 마냥 덤덤해질 수가 없다. 아무리 예견된 상태였다고는 해도, 어느 순간 아무리 애를 써서 손을 내밀어도 환자와의 거리가 손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순식간에 벌어지면 막막함이 덮친다. 주검은 차가워진다기보다는 싸늘해진다. 그 주검을 꿰매야 한다. 주검을 꿰매는 시간은 적막하다. 삑삑대던 모니터링 장비가 꺼지고, 환자를 살리고자 몰려들었던 의료진은 대부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환자는 이미 죽었지만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벌어져 있는 상처를 꿰매어 시신을 수습하는 것이 의사의 일 중 하나다. 봉합사를 꺼낸다. 이런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가십성 이야기를 꺼내는 의료진들도 있지만, 나는 그 대화에 끼고 싶지 않다. 기분이 침울하다. 특히 그동안 손 많이 가고 공들여 치료했던 환자를 떠나보내는 자리는 더 그렇다.
그날 수술실에서 나와 병동으로 가는 길목에 중환자실을 지나다가 데오가 있었던 빈 침대를 보자 발길이 멈춰졌다. 눈을 감고 잠시 묵념을 했다. 그러는 동안 수술실에서 뒤이어 나온 마리아 선생님이 내 옆에 말없이 다가와서는, 그 역시 빈 침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내쉬고는 내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건넸다.
“수고 많았어. 다음 환자 봅시다.”
―<4장 부룬디 부줌부라 : 부서진 ‘아프리카의 심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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