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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4361887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0-12-30
책 소개
목차
1부
지난밤 떨어진 꽃/프리지아/야와 여의 차이/담쟁이 넝쿨/둘 사이/첫눈 오는 소리/4월/사랑초/눈 내리는 날/낙엽/사랑초 독백/꿈
2부
고등어야 미안해/한식/군말/눈물의 깊이/우주의 등대/가버린 것들/둘리 친구/별은 빛나건만/싱크대 웜홀/대곡역 부근/개 혀/어떤 한량
3부
새봄엔/산다는 것/조각배/나의 길/그는 시 속으로/기울인다는 것/내가 나에게 묻다/불문곡직하고/은어 떼와 함께/남몰래 흐르는 눈물/일어서는 봄/꿈에 김득신이 찾아와
4부
북천 앞산/오대산 버들치/수바위/선릉에서/숲/미루나무/가을 숲/눈의 나라 방패 삽/요강 화분/개구리 울음소리/강원도 정선 느른국
5부
독섬을 노래함/어린 시민군/2020년 1월 망월동/어느 묘비명 앞에서/도보다리 위에서/봉오동의 별 홍범도洪範圖 장군/동창리에 울려 퍼진 만세소리/꽃잎의 노래/김마리아/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초
동틀 녘이면 어느새 가느다란 꽃대 벌어지는
너는 아침을 몰고 오는 꽃
방림동 누님 댁에서 너를 얻어 온 날
연보랏빛 꽃봉오리 들어 올린 네가 좋아서
너의 꽃말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말 들려오는가 싶어 온종일 바라보곤 하였다
잎 활짝 펼친 너는 화분 가득 날아온 수많은 나비 떼
너에게 귀를 기울이다 보면 때때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고요한 어스름녘 흑자주색 향 번져오는 듯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거나 옷깃에 코 비벼대곤 했다
어쩌다 물 주는 걸 잊으면 너는 속절없이 주저앉았고
그럴 때면 으레 헝클어진 머리칼 묶어주며
그 속에 새겨진 너만의 무늬 오래오래 들여다보았다
네가 주저앉은 자리엔 가끔 회색빛 그늘 내려앉았지만
물 듬뿍 뿌려주면 너는 금세 초롱초롱해지고
다음날이면 잎사귀마다 감쳐둔 종소리
눈 맞출 때마다 쟁쟁 울리며
온종일 사랑의 숲을 이루었다
어느 묘비명 앞에서
망월 묘역에 잠든 수백 기의 봉분들
대부분 한날한시에 쓰러졌거나
열흘 낮 열흘 밤 동안 웃고 울다
꽃처럼 떨어진 사람들
백주 대낮 충장로 우다방 앞에서
금남로 은행나무 옆에서
가톨릭센터 앞 인도와 도로 사이에서
월산동 임동 산수동 양동 시장에서
대인동 지산동 광천동에서 송정리에서
일일이 셀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슬픔과 분노로 몸을 떨다가
느닷없는 일격에 맞아 스러져간 사람들
봉분들 사이로 걷다가 문득 바라다본 글귀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함께 해주셔서 힘이 되었어요
아버지의 인내와 사랑 간직하고 살게요
이제 고통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잠시 서서 고개 숙였네
버젓이 활개 치는 반란의 수괴
광주를 폭도로 몰아붙이는 악마들
불벼락 내리기를, 또한 깊이 묵상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