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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4960882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2-10-22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보같이 최근 들어 아빠가 내게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고, 내 이야기를 예전보다 주의 깊게 들어 준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주의 깊게 듣는 정도가 첩보원이나 비밀경찰, 공안 경찰관이라 할 만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난 의심을 했어야 옳았다. 특히 생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어 한 것을 뜻밖에도 아빠가 생일 선물이라며 주머니에서 턱 꺼내 주었을 때, 그때 당연히 의심했어야 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뮤즈’ 콘서트 티켓 두 장! 더욱이 그중 한 장은 아빠 게 아니며, 누구든 함께 가고 싶은 사람에게 주라고 했다. 아빠는 운전기사 역할만 해 주겠다고 하면서! 솔직히 말해 그때 아빠 태도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엄마의 설득은 계속되었다. 사람은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하고, 용서란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덕목 중 하나라고. 그래서 아빠와 내가 ‘화친’하기 만을 기다린다고. 난 웃었다. 화친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그건 정말 우리 엄마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화친이라는 말을 쓰다니! 일상에서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은 엄마 빼곤 본 일이 없다. 내가 웃는 것을 보고 엄마도 웃으면서 말했다.
“너도 알지만, 네 아빠가 본래 그런 사람은 아니잖니……. 아빠가 가끔 생각 없는 짓을 할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야.”
그 말에 화가 났다. 그건 생각 없는 짓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을 아무도 나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싶다. 아들의 사생활을 몰래 감시하는 것, 그건 아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들이 고유한 삶을 살 권리를 부인한다는 뜻이다. 이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
이봐, 필립! 성장하고 나이 들고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그게 정말로 너 자신을 네가 되고 싶어 한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시킨 이유니? 네가 모든 걸 포기한 이유가 순전히 나와 내 동생 때문인 거야? 나는 그를 믿기 시작했다. 또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의 꿈이 나와 동생 때문에 좌절되어야 했다면,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궁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난 그에게 불행을 가져온 자이며, 나의 출생증명서는 곧 그의 ‘꿈 사망증명서’를 의미한다. 만일 그렇다면, 그는 그 사실을 절대로 내게 알려서는 안 된다. 난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알려 주다니! 그건 반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