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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65190325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당돌한 소녀
제2장 운명적인 만남
제3장 입궁
제4장 신년연회
제5장 국모가 되다
제6장 합병
제7장 일본으로의 연행
제8장 생사의 고비
제9장 붕어
제10장 임이여, 새가 되어 가소서
제11장 저 푸른 강물처럼
책속에서
“전하! 전하!”
일본인 의사가 주사를 한 방 더 놓고 나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왕의 눈에 초점이 사라진 것을 보고 증순은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안개 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왕의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증순이 그 손을 강하게 잡으며 애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마음을 편히 하소서. 제가 여기 있습니다.”
“야…… 약속해 주실 수 있겠소……?”
“말씀만 하십시오. 무슨 약속이든 못 하겠나이까?”
“초, 초라한 나의 소명을 이어주시겠소? 이 비루하고 가여운 왕가를 보존해 주시겠소? 다른 무엇도 바라지 않으리다.”
“약속합니다. 약속합니다. 제 모두를 걸고 반드시 그리하겠노라 약속합니다, 전하.”
지아비의 손을 움켜잡고 맹세하는 증순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왕은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머, 머리를 아버님의 무덤이 보이는 쪽으로 돌려주시오.”
증순이 조심스럽게 왕의 머리를 홍릉洪陵이 있는 금곡 쪽으로 돌렸다.
“아아, 시원하다. 시원해. 정말 시원하다.”
왕이 웃옷을 풀어헤치고 크게 한 번 웃더니 이내 고요해졌다. 자신의 손안에 있는 왕의 손이 서서히 식어감을 느끼며 증순은 오열했다. 마치 견고했던 둑이 터져버린 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오랜 세월 무슨 고집처럼 혹은 신념처럼 참아냈던 눈물이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뜨겁게 흘러내렸다.
“시원하십니까, 전하? 이제 눈을 부라리는 총독도, 세 치 혀로 위협하는 친일파도 없는 세상으로 가소서.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유로운 창공으로 날아가소서. 훨훨 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