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65467007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4-08-0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던 그때는 겨울이었다. 착륙할 당시는 새벽녘이었는데 눈밭에서 하얀 눈안개가 피어오르고, 언덕의 소나무들은 시커먼 데다, 눈안개와 비탈진 검은 언덕 위로 삐죽 솟아난 그것들은…. 뼈대는 롤러코스터처럼 복잡하고 키는 등대만큼이나 큰, 백골처럼 허연 안개 속 유령들. 아니, 전파 망원경이었다. 우주로부터 희미한 전파 신호를 탐지하는 장치. 그앤베, 혹은 반경 50킬로미터 안에 살겠다고 동의한 사람은 외계 전파 신호 탐지를 방해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전파도 방출해서는 안 된다. 그 얘길 처음 듣고 난 이렇게 해석했다. 라디오가 없겠네.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텔레비전도 없고 휴대 전화도 없고 전자레인지도 없고 인터넷도 없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난 이렇게 생각했다. 완벽해.
“야, 넌 왜 이리로 이사를 왔어?” 선생님이 대신 답했다. “그게…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내가 끼어들었다. “알파카들 때문에 쫓겨났어. 사연이 좀 길어.” 열 사람도 넘게 너도나도 손을 들었고, 조금 전 초록 머리 남자애가 다시 말했다. “뭔데, 말해 봐!” “사이먼.”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동정심이라는 웅덩이 속으로 스르륵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이 됐든 선생님이 입을 열기 전에 내가 빠르게 선수를 쳤다. “또 있어. 우리 엄마가 ‘도살장 아들들’을 샀거든. 오래된 장례식장 알지? 농담 아니야. 그 장례식장 이름이 진짜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