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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5470823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2-06-20
책 소개
목차
1. 가을 길목에서
2. 친구의 오빠
3. 첫사랑
4. 마음을 나누다
5. 자각
6. 바람, 억새풀. 깊어가는 마음
7. 질투
8. 격정의 시작
9. 깨져버린 꿈
10. 검은 그림자
11. 파열
12. 추악한 양면성
13. 부서진 가면
14. 나락으로 떨어지다
15. 그 길의 끝
16. 봄이 오길 기다리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세헌은 보기 좋게 상기된 서경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빈틈을 내보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딴생각이 나려 해서 무척 곤란했다.
“오빠한테서 좋은 냄새 나는 거 아세요?”
“냄새? 담배 냄새가 아니라?”
“담배 냄새 아닌데…….”
세헌은 팔을 들어 코를 킁킁거렸다. 아무리 맡아도 특이할 만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잘 모르겠는걸.”
그때, 청량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고개를 돌리니 발그레 상기된 작은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앙증맞은 코를 실룩거리고 있었다.
“스킨 냄새 같기도 하고 향수 냄새 같기도 해요. 엄청 좋은 냄샌데, 오빤 안 나요?”
욱신. 허리 아래로 피가 몰리는 듯한 느낌에 세헌은 처음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남자는 하반신 동물이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구나.
그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만큼 향긋한 꽃향기를 내뿜는 서경을 보면서 가만히 주먹을 거머쥐었다. 평소에는 지겨울 만큼 잠만 자던 심장이 소스라치게 깨어나고 있었다. 해일처럼 밀어닥치는 격정적인 움직임. 거센 혈류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너한테서도 냄새 난다.”
“냄새요?”
잔뜩 당황한 서경이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안 나는데……. 이상한 냄새에요?”
“글쎄…….”
세헌은 서경의 목덜미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화들짝 놀라는 그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자신을 당황하게 만든 서경에게 작은 복수라도 해주자는 마음이었지만 그는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꽃향기와 더불어 코끝을 물씬 적시는 여린 살 냄새에 몸속의 혈류가 더욱 거세지고 말았다.
“생각보다…… 좋은 냄새네.”
입안에 침이 고일만큼 달큼한 냄새.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 세헌은 서경의 목덜미를 한입 가득 물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 정말 이러다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닐까 두려워진 그는 얼른 몸을 물렸다. 꽃향기가 엷어지면서 세헌을 당황케 했던 혈류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작게 심호흡을 한 세헌은 재빨리 표정을 갈무리하고 서경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반격 때문인지 눈을 동그랗게 치뜬 채 굳어있는 그녀를 보니 웃음이 났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확 키스해버린다.”
“에? 핫!”
화들짝 놀란 서경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살포시 꺾이는 고개 아래 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그 때문일까. 다시금 바람을 타고 향긋한 꽃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서둘러 이곳에서 벗어나자고 생각한 세헌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