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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5471035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3-01-2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한 남자와 두 여자
2장 잔혹한 현실
3장 상처를 덮으려는 이성
4장 쇼윈도 부부
5장 미묘한 감정의 전류
6장 출렁이는 가슴속 파도
7장 가면 쓴 전화위복
8장 현실 속 진실
9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각오
10장 끈끈해지는 유대감
11장 소유욕의 다짐
12장 가슴저린 질투
13장 사랑빛 & 죄책감
14장 소중함의 절실함
15장 가슴에 핀 사랑
에필로그
작가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게 소중한 걸 빼앗으려 하지 마요.”
“그 일이 왜 소중한 겁니까? 그 원장이 있기 때문에 그 병원이 좋은 건 아닙니까?”
“그게 뭐 어때서요?”
“정주 씨는 유부녀라고요!”
“누가 아니래요? 유부녀가 일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양보 없이 자신의 뜻을 고집하는 정주의 진심이 무엇인지 진엽은 알고 싶기도 하면서 알고 싶지 않았다. 그 원장에게 분명 다른 감정이 있을 것이다. 병원 문을 열었을 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참으로 따스한 느낌의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순간 원장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정주의 체면을 봐서 참았다. 전에 정주의 행동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 상당했을 때 왜 늦은 시간에 병원으로 갔어요? 욕조에 앉아 있다가 그 사람 목소리를 듣고 나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내 앞에서 몸을 일으켰어요. 그리곤 그 사람에게 가겠다고 정신없이 굴었고요. 그런 행동들에 사심이 없었다는 겁니까?”
“사심…… 있었어요.”
“뭐라고요?”
“내가 혼자 좋아했어요. 그분은 신사적이고 매너도 좋죠.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신 분이에요. 그런 인품에 반해서 짝사랑했어요.”
“지금은 안 한다는 겁니까?”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니까 그 마음을 접어야죠.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진엽 씨도 잘 알 거예요. 원장님은 내 마음을 몰라요. 그러니까 문제될 거 없어요. 일을 관두라는 말만 하지 마세요. 난 이 병원이…… 으음.”
진엽은 대뜸 정주에게 달려들어 입술을 뺏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정주는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소유욕에 휩싸인 진엽은 강제로 입술을 열고 혀를 밀어 넣었다. 강하게 저항을 하던 정주가 힘을 빼고 키스를 받아들이자 그제야 진엽은 성난 키스가 아닌 열정적인 키스로 바꾸었다. 달달하고 감칠맛 나는 키스에 마음이 진정된 진엽이지만 당당하게 짝사랑을 했었다고 고백한 정주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성을 느꼈다. 진엽이 떨어지자 정주는 그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이런 식으로 이러지 마요.”
“잘 들어요. 난 내 소유의 그 무엇도 다른 누군가와 나눌 생각 없어요. 당연히 아내도 마찬가지예요.”
“글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내가 그 사람에게 사람을 붙이길 바라지 않는다면 다시는 감정을 보이지 마요. 그 사람보다 내가 강자라는 사실도 잊지 마요.”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정주 씨를 끈끈하게 바라보는 것도 불쾌하고 그 사람에게 마음을 품었던 정주 씨도 괘씸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다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 여지로 보이지 말라고요.”
“그게 진엽 씨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진엽 씨는 아직 그 여자와의 관계를 해결하지 않았으면서 날 나무라는 건 모순 아니에요?”
“사사건건 나와 비교하려고 하지 마요!”
“왜요? 왜 그러면 안 되는데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정주는 그의 억지에 화가 났다. 몰염치에도 분수가 있어야지, 어떻게 자신의 입장이나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협박할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를 자극하기 위해서 짝사랑을 말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건효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니, 두려웠다. 그렇다면 진엽에게 복종하면 되는데 그러긴 싫었다. 권력과 무력으로 상대를 짓밟을 수 있다는 사상 자체가 증오스러웠다.
“세상은 강자가 우세하게 되어 있어요. 난 강자고, 정주 씨는 약자이니까 내 뜻에 따라야죠. 난 정주 씨가 원하는 대로 내 생활을 바꾸고 있어요. 그럼 정주 씨도 그래 줘야 하지 않겠어요?”
“뭘 바꿨는데요? 진혜라 씨와의 관계도 애매한 채 남아있는데 뭘 바꿔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이 참 가소롭네요.”
“뭐가 어째요? 가소로워요?”
“네! 아주 많이 가소롭거든요. 당신은 나한테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라고요.”
그녀가 씩씩거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엽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얘기하다 말고 뭐 하는 건가 싶은 정주는 숨을 몰아쉬었다.
[네, 이사님.]
정민이 전화를 받자 진엽은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당장 애니멀병원에 대한 조사 시작해. 재무 현황과 원장에 대해서 사소한 거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다 조사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정주가 휴대폰을 빼앗으려 하자 진엽이 저지했다.
“결과를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먼저 보고하면 그 즉시 하 비서는 해고야. 내가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 하지만 내가 어떤 놈인지는 하 비서도 잘 알고 있을 거야. 한번 한다면 하는 놈이라는 거 말이야. 다시 한 번 내 아내와 일을 꾸민다면 내 아내는 살겠지만 하 비서는 그대로 뭉개진다는 사실 잊지 마. 조사 끝나는 대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엽은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정주를 쏘아보았다.
“이제 알겠어요? 정주 씨로 하여금 생사가 위태로워지는 누군가가 생길 수 있어요. 최건효라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
진엽의 건효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정주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남편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사랑한다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정략결혼이나 하고 아버지에게 밀려 사랑하는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는 약자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는 약자가 아니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우유부단한 남자도 아니었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무서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