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65483601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0-07-0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뭔가가 있어. 물속에 뭔가가 있어.’
시커멓고 흉측한 뭔가가 틀림없이 밑에 있었다.
나는 수면 위로 고래를 내밀고 숨을 헐떡였다. 두 팔이…… 두 다리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얼굴에 물이 튀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기를 썼다.
‘이건 상상이 아냐……. 꿈을 꾸는 게 아니라고…….’
밑을 봐야 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 했다.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내 두려움은 진짜였다. 물속에 진짜 괴물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청록색 물결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래!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언뜻 검은 형체가 보였다.
물속에서 미끄러져 오는 그림자. 마치 거대한 가오리 같았다. 날개를 활짝 편 박쥐처럼 보이기도 했다. 깊은 물속에서 크고 검은 얼룩이……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붙잡아 밑으로 끌어당기려고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보았다. 검은 그림자를 분명히 보았다.
‘악몽이 현실이 된 거야!’
기겁한 나는 와들와들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내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높은 수영장 벽에 튕겨 메아리쳤다.
괴물은 길가 울타리로 나를 밀어붙였다. 거친 나무 말뚝이 내 등에 닿았다.
“분명히 너에게 경고했다.”
나는 방패로 막듯이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런다고 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괴물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커다란 배를 들썩이며 헐떡였다. 놈의 뜨거운 숨이 내 얼굴을 스치자 살갗이 타는 듯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먼로, 제발. 난 네 친구야. 우린 좋은 친구 아니었니?”
괴물은 시뻘건 눈으로 나를 빤히 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야, 먼로? 어째서 나를 해치려 들어?”
놈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물어뜯을 준비를 하듯 굵은 이빨을 갈아 댔다.
나는 애원했다.
“제발, 먼로. 제발 날 해치지 마.”
그러자 괴물이 고릴라 머리통처럼 거대한 머리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쩌렁쩌렁한 웃음소리에 주위의 나무들까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