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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88965642602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1-01-1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조선, 아편과 만나다
1장 전통사회의 가정상비약
2장 일제강점기 아편 생산지가 된 조선
3장 모르핀의 등장
2부 해방과 정부수립, 마약문제의 현실
4장 해방과 함께 찾아온 보건 위기
5장 ‘비국민’이 된 마약중독자
6장 「마약법」의 탄생
3부 경제개발과 조국 근대화, ‘건강한 국민’이 되는 길
7장 정치적 악에서 경제적 악으로
8장 ‘메사돈 파동’과 사회악으로의 공식화
9장 청년, 대마초와 만나다
10장 대마초를 바라보는 국가의 눈
4부 경제 호황과 그 이면, 필로폰의 시대
11장 올림픽 유치와 필로폰 시대의 개막
12장 풍요 속의 빈곤: 유흥업의 성장과 필로폰 소비
13장 마약을 통해 사회를 장악하라
나가며
부록_ 한국에서 마약은 얼마나 연구되었나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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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전통사회에서 천연 마약을 자생적으로 재배하고 사용하는 것은 민간에서 누려온 자연스러운 권리였다. 당시 한국의 농가에서는 가정상비약이었던 아편을 채취하기 위해 양귀비를 재배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화를 거치며 이러한 민간의 권리는 보건·후생이라는 명목 아래 국가의 권한으로 재설정되었다. 국민국가가 형성되고 민간이 ‘국민’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권리를 부여받게 되면서 이 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농가의 아편 채취와 사용은 정부의 통제 대상이 되었고, 필요에 따라 양귀비를 재배하는 행위 역시 개인의 권리를 넘어선 ‘범죄’로 인식되었다.
1980년대까지는 권위주의적 정부의 엄벌주의에 입각해 마약문제에 강력한 처벌을 적용하는 공급 억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고,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수요 억제 부문에서의 투자와 관심은 미비한 상황이었다. 이는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임보다 마약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무가 더욱 강조되어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정부가 비로소 두 방향의 통제에 대한 균형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제도적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의 일이다.
모르핀은 중독성과 의존성이 매우 강해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다섯 번 정도의 투약 경험만 있어도 중독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제 당국은 일정한 의사 증명만 있으면 모르핀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했다. 이 시기 모르핀에 대한 인식이 관대했던 데에는 그 원료가 되는 아편을 일반 가정에서 큰 제약 없이 손쉽게 재배해 사용할 수 있었던 분위기도 한몫했다. 따라서 이 시기 마약류 중독의 성격을 ‘범죄’라는 현재적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