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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해방전후사/한국전쟁
· ISBN : 9791172133054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5-08-25
책 소개
목차
서론_ 1919년에서 1930년대 후반, 전 세계적 붉은 시대와 식민지 조선
1부. 조직
1장_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주체들
2장_ 분파와 분파투쟁
3장_ 공산주의 강령
2부. 새로운 지식
4장_ 박치우의 마르크스주의 철학
5장_ 사회주의 민족 개념과 역사
6장_ 1945년, 김사량의 중국 해방구 관찰
7장_ 조선인 여행자의 눈에 비친 붉은 수도 모스크바
후기_ 남한과 북조선의 사회주의
결론_ 조선의 붉은 시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의 말_망각을 거부하라!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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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들은 또한 1945년 이후 지적 세계를 많은 면에서 예견하고 있었다. 1930년대 중후반, 전체주의적 국가 이데올로기가 유럽의 많은 나라, 일본제국, 중화민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을 때, 조선의 선구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파시즘의 지적·철학적·사회정치적 뿌리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제공했다. 그들은 ‘민족문화’의 보수적 본질화와 유사한 경로로 향하고 있던 조선 내 동시대 문화적 민족주의에 반대했다. 그들은 처음으로 본질화된 ‘민족’ 또는 ‘민족사’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민족은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태어나고 있으며, 인기 있는 민족주의적 글에서 흔히 ‘민족성’으로 표현되는 영구하고 탈역사적인 불변의 특성은 허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조선 고대의 원시적·원초적 ‘조선다움’의 무비판적 물신화와 1930년대 조선의 신화적 건국 군주 단군에 대한 민족주의적 숭배에 내재한 위험을 지적한 소수의 논쟁가들이었다.
복지국가나 노동자의 경영 참여는 식민지 시대 공산주의자들의 투쟁 목표였던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최종 목표에 비해 급진적이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전에 분명히 밝힌 것처럼, 붉은 시대의 급진파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대중에게 국유화된 경제 시스템의 관리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대규모 사회적 이동의 가능성을 허용함으로써 그들이 꿈꾸는 당-국가가 사회를 철저하게 민주화하기를 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과거 급진주의 계승자들 대부분이 더 이상 당-국가 건설 및 경제 국유화를 꿈꾸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경제적 의미에서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을 지향한다. 그들은 비특권층 출신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무상 고등교육을 보장하고, 노동자가 생산과정과 자신이 속한 현장의 문제에서 더욱 주인이 되게 함으로써 주체성을 강화할 현장 민주주의를 원한다. 오늘날 한국 좌파운동의 급진성 정도는 전 지구적 상황과 마찬가지로 ‘붉은 시대’의 그것에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운동은 본질적으로 유사하거나, 관련한 영감에서 비롯되었다.
만약 “잃을 것이 사슬밖에 없는 노동자”라는 마르크스의 표현이 가시적으로 적용되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식민지 시대 조선이었다. 독일이나 심지어 (1905년 혁명 이후 대의제가 도입됐고 노동자도 제한적인 투표권을 얻었던) 러시아와 달리, 조선의 노동자는 시민이 아니었다. 그들은 투표권 없이 지배당했으며 세금도 내야 했다. 대부분의 경우 고용은 불안정했고, 임금은 일본인 동료 노동자보다 상당히 낮았지만, 일본의 공장법은 일본 식민지 조선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최초의 총독부 내무국 노무과는 1941년에야 겨우 설립됐다. 노동자의 급진주의는 자발적이면서 강력했고, 따라서 대안적 근대성에 대한 인텔리겐치아 급진파의 비전과 공장 생산과정에서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자신을 재창조하려는 노동자의 자연스러운 열망은 결합할 수밖에 없었다. 인텔리겐치아 급진파에게 조선에서 사회주의 문화 비전을 발전시키는 사업에서 희망과 영감을 준 것은 공장 현장에서의 급진적 경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