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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70240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5-01-06
책 소개
목차
Prologue 우리와 시대를 사랑으로 물들였던 사내
Part 1 Memory ― 짧고도 긴 이야기
별이 빛나는 밤에/김광석과 그의 시대/위험한 얘기/첫 라이브 콘서트/행복하세요/1000회 콘서트의 신화를 만들다/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노래하고 싶어요/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떠날 거예요/형, 나 빚 다 갚았어/봄밤의 꽃나무/뉴욕에서 문득/카페 고리/높은 사람이 날 모른대요/법정 스님의 선물/둥근 소리/FREE BIRD/지키지 못한 약속/진심으로 부르는 노래/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Part 2 Interview –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인터뷰
바짝 마른 장미 한 송이/라푼첼의 눈물/언젠가 다시 만나지 않겠어/기자와 매니저/그를 보내고 떠난 긴 여행/그날 밤 그를 보내는 게 아니었다/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잇다/세상에 같은 불과 파도는 없다/고민하지 말아요 다 잘 될 거예요/모든 노래의 주인은 따로 있다/끝나지 않은 노래/모두가 ‘나’이다/청광사 가는 길/그가 그리운 오후에/대학로에 추모비를 남기다/소주 반 병, 새우깡 한 봉지/파워풀 보이스
Part 3 Review ― ‘김광석 Best’ 리뷰
그의 노래, 나의 노래
CD 1 사람들은 이렇게 변해가네
001. 자장가/002. 사랑이라는 이유로/003. 이등병의 편지/004. 변해가네/005.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006. 사랑했지만/007. 너에게/008. 기다려 줘/009.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010. 내 사람이여/011. 그녀가 처음 울던 날/012. 바람이 불어오는 곳
CD 2 서른 즈음에
001. 나의 노래/002. 말하지 못한 내 사랑/003.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004. 거리에서/005. 서른 즈음에/006. 자유롭게/007. 먼지가 되어/008. 외사랑/009. 슬픈 노래/010.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011. 나무 /012. 일어나
Appendix ― 팬과의 일문일답
김광석에게 부친다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지금도,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광석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바지 차림의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유난히 까맣게 반짝이는 별빛, 혹은 봄날 새까만 열매 같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얼굴은 시골 장터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칠 법한, 잠시 고향에 다니러 온 학생 같았다. 그의 얼굴은 햇볕에 살짝 탄 갈색이었고 얼굴엔 까만 점 몇 개가 있었다. 그는 무대 옆 벽에 기대어 마치 공연 스태프처럼 서 있다가 DJ 이문세의 호명이 들리자 무대로 올라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가 천천히 공개방송 현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외딴 마을 어느 집에서 피워 올리는 저녁밥 짖는 연기 같았다. 저녁 강이 물결치며 사람들의 마음을 모래톱처럼 적셨다. 깨끗하고 가지런한 슬픔이었고 정갈한 포크록이었다. 나는 등줄기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뜻밖에 만난 황홀한 노래였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소박함이었다. 노랫말처럼 공개방송에 모여 있던 300여 명 모두는 꿈결에 휩싸였고, ‘허한 눈길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소리 없이 흩어져가는’ 추억을 망연자실 지켜보았다. 그는‘사랑이 잊혀져가는 더딘 시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일깨웠다. 더 오래 그의 노래 속에 머물고 싶어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 공개방송에서 그의 노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인장을 새겨놓았다.
그는 당대를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거리로 나아가 사람들을 바라보고, 각각의 개인사들을 진심으로 받아 안았다. 역사의 거친 파도가, 주변의 숱한 개인사들의 파도가 자신을 덮쳐올 때 그는 덜컥 가슴을 내주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기타 줄을 고르는 것은 이야기 속 별을 찾아가기 위한 길 떠나기였다. 그가 나지막이 노래를 시작하는 것은 행여나 그 별을 놓칠까 봐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민중음악을 하던 그가 심야방송 DJ를 하게 되고 소극장 콘서트의 기적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뭔가를 찾고자 했고, 그는 별의 안내자가 되었다. 그는 <거리에서>를 노래할 때도 단순한 길거리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으로 밀려오는 풍경들, 그 모든 것들을 마치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가슴속으로 받아들였다. 태생적인 외로움 탓이었을까.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껴안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김광석은 콘서트 말미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행복하세요!” 그의 상징처럼 돼버린 축복의 말이다. 김광석은 매번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숙제를 내준 셈이다. ‘행복하세요!’라고, 할 일을 알려주었으니까.
예전엔 신 앞에 소나 양을 희생의 제물로 바쳤다. 소나 양이 가장 순수하고 신성한 동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희생犧牲은 제단 위에 올리는 살아 있는 짐승을 뜻하며, 희생물을 통해 신에 대해 속죄하게 되는 번제燔祭는 동물을 통째로 굽는다는 의미다. 제단 위에서 희생물을 태워 연기를 하늘에 올려 보내는 의식이 바로 번제다.
나는 콘서트를 곧 번제라 여긴다. 콘서트 무대는 그래서 제단이 된다. 그리고 무대 위의 가수는 바로 소나 양 같은 희생을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는 순결한 짐승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닌 가수를 그토록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사람들을 희망과 사랑이 충만한 삶으로 안내하는 것, 바로 번제다. 김광석은 콘서트라는 번제를 통해 스스로가 희생의 상징이 됐으며, 그의 열정과 관객의 열망이 함께 어우러져 이룩된 영혼의 무대는 마침내 노래를 하늘에 닿게 했고, 그로 인해 우리들은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이라는 축복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