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5744320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13-12-30
책 소개
목차
배, 까파지다
그 무거운 것이 덮칠지라도
까랑지지는 말자
무인도의 하느님
땅에는 피, 하늘에는 네온
저 높은 곳만을 향하여
아짐찬했다
얽히고설킨
문턱에서
낯선 사람들의 것
어휘 정리
부록
이외수문학상 경과보고 | 심사평 | 수상소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부가 배를 띄워 바다에 나왔으면 작살을 들고 물속을 뒤져서라도 반찬거리는 꿰들고 들어가야잖겠는가. 그것이 어부의 체면이다.
“선장, 한 방만 끄서 보세. 그래도 안주감은 잡어가야 안 되겄는가?”
치영의 말투가 사정조로 바뀌어 있다.
그래서 낚시로 시작된 것이 그물로 옮겨 가게 되었다. 낚싯대를 거두고 투망을 시작하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안개가 밀려들었다. 계절처럼 찾아오는 게 봄 안개였다. 때가 되면 안개는 봄기운에 겉묻어 스멀스멀 밀려와 푸르른 이랑을 흘러 보리를 패게 하고는, 보리이삭에 보드라운 살결을 스치우다가, 보리가실 끝난 논에 심어진 모가 무릎만큼이나 자라서야 몸을 빼 어디론가 제 길을 흘러갔다. 해서 익숙도 했고, 해 난 뒤의 안개여서 잠깐 그러다 숙지려니 했다.
―「그 무거운 것이 덮칠지라도」 중에서
“인자 우리 넷이는 의형제여이! 서로 피는 안 섞였제만 형제나 마찬가지여이! 긍께 끝까지 의리를 지켜야 써이!”
비장한 어조로 말하며 정삼이 치영과 수열을 돌아보았다.
치영이, “좋아!”,
“나도 좋아!”, 수열이,
“나도!”, 정삼이 말했다.
치영이 왼손을 들었다가 정삼의 손등을 탁 내리치며, “동근이도!” 했다.
“자, 인자 우리는 쨈매 사형제다이. 쨈매 사형제여, 영원하라!”
―「무인도의 하느님」 중에서
시내가 난리가 아니었다. 등에는 M16을 엇매고 손에는 기다란 진압봉을 든 군인들이 사람들을 개 패듯 패고 다녔다. 젊은 사람들만 보이면, 머리통이고, 어깻죽지고, 허리고, 배고, 사타구니고, 장딴지고 간에 무조건 조져댔다. ……치영은 그대로 걸었고, 주춤거리던 형석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뒤돌아 뛰었다. 군인들을 피해 옆으로 비켜서려는 순간 진압봉이 치영의 왼쪽 어깨를 내리쳤다. 비명소리와 함께 치영은 그자리에 고꾸라졌다.
“치영아!”
- 병신새끼. 그대로 내달리지 뭘라고 뒤는 돌아보느냐!
―「땅에는 피, 하늘에는 네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