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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1627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18-11-30
책 소개
목차
제1부
비행기/ 엄지의 기억/ 쉰의 향기/ 술시戌時/ 경유지/ 안동댐 밤안개/ 바다로/ 괜찮아/ 달맞이꽃/ 청진기 사랑/ 복사꽃불/ 민낯/ 빈 수레/ 시인은
제2부
틀 속에는 문이 있다/ 가을 시래기/ 쪽지/ 열매/ 의료원 가는 사람들/ 품위 있는 그녀/ 당리 장날/ 김옥금 어르신/ 코딱지/ 겨울 빨래/ 캐나다에서 온 전화/ 오후 두 시/ 11월 말 목욕탕/ 문
제3부
고향/ 고향 2/ 밤송이/ 아빠의 멀미/ 밤참/ 해동/ 엄마와 텔레비전/ 술 취한 아빠와 딸/ 방/ 감기약 달이는 풍경/ 라면/ 초등 3학년/ 중평리 겨울밤/ 옥돌 매트
제4부
그리움/ 화장/ 가을 안마/ 갱년기/ 피는 나를 의심한다/ 달기폭포에서/ 먼지/ 황토방/ 내 님의 사랑/ 삼월 오후/ 겨울 안개/ 환절기/ 회귀본능/ 첫눈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자 업은 할아버지
마당을 오가며
널어놓은 나락을 뒤집고 있다
발로 골을 타며
만들어진 골 돌아 눕히며
넘어야할 삶
손으로 어르고 있다
아이는 사사사삭 소리에 잠들고
바람은 나무에 달린 물기 털어내고
요모조모 얼굴 쪼이던 나락
햇살 안으로 끌어당겨
까슬까슬 바삭해지고 있다
가을도 통통 여물어가는
오후 두 시
― 「오후 두 시」 전문
누가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갔는가 무의식의 궤도를 벗어난 독방에서 가끔은 평화가 그리웠다 논둑이나 밭둑에 걸터앉아 넋 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는 평화가 그리웠다 나를 비추는 은은한 햇살 그런 햇살 한번 맘껏 받아본 적 있었던가 나는 오로지 그곳으로 걸어가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그것을 찾아 출근하고 두 아들과 웃고 떠들고 쥐어박으며 생의 그림자에 쫓겨 날아가는 자꾸만 날아가는 시간을 모으고 있다 내 안에 저장된 그 방엔 작은 창문도 있어 하늘과 구름과 별이 지친 내 몸을 어루만져 주리라 열심히 살았구나 토닥거려 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 「방」 전문
앞들 논에 얼음 꽁꽁 언 날
마당을 가로 지른 빨랫줄에 옷을 널면
쩍쩍 손에 달라붙던 섬유의 촉감은
까칠한 시어머니였다
널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침 잠 갓 깨어난 아이처럼
선잠 취해 기지개 켜는 빨래들
며칠 햇살 받으면서
황태도 아닌데 얼고 녹기를 반복
보들보들해졌다가도
저녁 어스름 내리면
다시 팔 다리 뻗고 굳어졌다
그런 날은 엄마가
그 뻐덕뻐덕한 빨래를 걷어
안방 윗목에 줄 세워 놓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꼭 구운 국수꼬리 같아
슬며시 눌러보곤 했다
방안 공기를 들이 마신 옷가지들이
서로의 몸에 기댄 채 노글노글해지면
저녁을 먹고 나서 탁탁 털어 개키면
엄마의 구덕구덕한 삶이
초저녁 잠 불러들인 아랫목처럼 따스해졌다
― 「겨울 빨래」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