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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출항

(느루. 단편소설집)

복재창, 김정연, 변은아, 양광일, 임민경, 손혜윤 (지은이)
  |  
심지
2020-03-25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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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책 정보

· 제목 : 출항 (느루. 단편소설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6271887
· 쪽수 : 268쪽

책 소개

한없이 넓은 바다를 마주한 여섯 청소년이 그리는 자유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집. 자신들도 모르는 새에 벌써 성인의 문턱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그들의 혼란, 불안, 혹은 기쁨과 설렘이 짠내섞인 바람과 함께 글과 함께 불어온다.

목차

서문
귀양(복재창)
별바다(김정연)
낙엽의 바다(변은아)
섬, 편도(양광일)
하나의 세상(임민경)
바라는 바(손혜윤)

저자소개

복재창 (지은이)    정보 더보기
02년생, 느루.의 기획을 맡고 있다. 현재 공주고등학교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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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글을 좋아하는 03년생 평범한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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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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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광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2년생 인천출신. 2011년부터 공주에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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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20년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소설작가를 꿈꾸고 있으며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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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윤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2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쭉 살고 있다. 온양용화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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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현관 계단에 걸터앉아 매화로 시선을 돌렸다. 여자와 매화는 비슷했다. 둘 다 그곳에 홀로 있었다. 같은 마당에 있으면서도 둘은 서로에게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지 못했다. 바람이 불면 둘 다 오들오들 떨었다. 만일 매화에게 눈이 있다면 똑같은 자세로 그녀를 응시할 것이다. 무릎을 꼭 껴안은 채, 추위 속에 한숨 흘리며.
여자는 매화 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은 나를 울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저 먼 뱃사람들의 담배 향내를 탐했듯 그녀는 내 눈물을 탐했다. 여자의 힘겹게 끌어올린 듯한 입술의 궤적은 그를 닮았다. 한동안은 여자를 바라보고만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왔다. 어깨가 떨리거나 눈가가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그저 툭,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여자는 그 눈물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눈을 굴렸다. 내가 눈가를 닦으면 몸을 돌려 앉았다. 등은 작고 왜소했다. 노인이 시장에서 사왔다는 보풀이 잔뜩 일은 몇 벌의 스웨터는 여자의 등을 뒤덮고도 남아 늘어졌다. 덕분에 여자의 미세한 움직임이 늘어진 목 아래 보였다. 가끔 그 위에 손을 얹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따뜻할까, 차가울까, 나는 아마 영영 알 수 없겠지.
― '귀양' 중에서


그날 밤 서향이 잠에서 깼을 땐 새벽 1시였다. 잠을 잤다기보단 흉내 냈다는 쪽이 옳았고 아주 어두운 것보다는 빛이 있는 것이 나았기에 일찍 자려고 했으나 아무리 가라고 눈치를 줘도 해맑게 웃으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이 팔린 동주를 내보내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기에 동주가 돌아가고 난 뒤에야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으니 실상 잠을 자려고 시도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단지 끙끙대며 누워있는 자신의 처지가 꼴사나워 몸을 일으킨 것이다. 다리만 이불 속에 두고 멍하니 어깨가 굽은 채 앉아있자니 다시 억울함이 밀려왔다. 따스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행위에서 오는 여유로움. 보드라운 카디건을 걸쳐 입고 한적한 모래사장 위를 거닐며 맞는 선들바람의 상쾌함. 조촐한 짐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던 차 안에서 서향이 은근히 기대했던 감정들이다. 하지만 서향은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부분이 좀 억울했다. 모든 걸 벗어던지고 내 것 하나 없는 곳으로 왔는데 일말의 해방감이나 자유조차 느낄 수 없다니. 누군가 마땅히 주어져야 할 제 것을 빼앗아 가기라도 한 듯 감정이 마구 요동쳤다. 침대가 문제일까. 그들이 매일 밤 서로를 의지하며 잠들었던 숭고한 곳에 낯선 외부인이 올라탔다고 벌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잠이 부족해 예민해진 걸까. 어느 쪽이든 맞는 말이라고 서향은 생각했다. 잠에 빠져드는 느낌이 징그럽다고 생각하게 된 이후로 그녀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몸과 맞닿은 매트리스가 점점 물컹해지고 끝없이 어두운 심해로 변해 서서히 정신마저 빨아들이려는 감각이 두려워 밤마다 숨을 헐떡대며 눈을 뜨기 일쑤였다. 게다가 잠을 못 자서인지 병이 생겨서인지 알 수 없으나 심장, 정확히는 그 부근 언저리에서 흐르는 혈액이 마치 가시라도 달린 마냥 안쪽을 쿡쿡 찔러대는 통에 여유는커녕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지켜내기에도 위태로웠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자 서향은 급히 이불을 걷어내고 두 발로 방바닥을 소리 내서 짚었다. 당장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이 집의 공기가 점점 서향의 목을 옥죄어 오고 있었다.
― '바라는 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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