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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1993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1-05-20
책 소개
목차
제1부 후제
봄비 내리는 밤/ 여름밤/ 사랑은/ 도게츠교渡月橋에서/ 비선대飛仙臺/ 후제/ 빈 둥지 증후군/ 무창포에서/ 가을편지/ 해바라기/ 봄날의 일기 ―비둘기 집/ 오월의 재스민/ 인동초/ 이장移葬/ 이사 가는 날
제2부 도마뱀을 위하여
가을 산책/ 장다리꽃 나비춤/ 도마뱀을 위하여/ 호미곶에서/ 파꽃 2/ 무심無心/ 매봉산 보름달/ 광덕산 계곡에서/ 해송/ 공복/ 개울가의 추억/ 이 아침/ 여름을 보내며/ 겨울까마귀/ 저수지 가는 길/ 오서산烏棲山에서
제3부 비오는 날 오후
겨울산/ 긴 그림자/ 공원묘지에서/ 비오는 날 오후/ 까치/ 방황/ 저녁산책 2/ 팔봉산에서/ 들꽃 향기/ 산자락/ 이사하던 날/ 어머니의 경대鏡臺/ 고향집 가는 길/ 안면도에서/ 싸리꽃/ 목백일홍
제4부 일탈
퍼즐상자/ 가시/ 눈꽃/ 다시, 가을 하늘/ 꽃잎이 춤추는 것을 보았다/ 가을 그림자/ 시간/ 바람 뒤쪽/ 기억/ 봉서산/ 연분홍/ 5월/ 일탈/ 때로 하늘은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 내리는 밤이면 홀로
산기슭을 거닐며
매화꽃 필 날을 손꼽아 헤아려보네
상처 위에 돋아난 새살처럼
무성한 숲 그늘을 거닐어도
기다리는 사람 소식이 없네
나뭇가지에 걸린 방패연은
가랑잎처럼 가벼워졌으니
눈물겨운 그리움 부질없어라
밤새워 창문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백목련 꽃잎 몸져누웠으니
꽃잎 위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네
― <무심無心> 전문
산자락을 흔들며 목청을 높이던 산비둘기 한 쌍이 신방을 차렸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너른 숲 마다하고 이곳으로 내려온 사연이 무엇일까. 철쭉꽃 흐드러진 호숫가 조명등 틈새를 살피다가 작은 둥지에서 알을 품는 어미 비둘기와 눈이 마주쳤다.
얼기설기 허술한 둥지에 앉아 시끌벅적한 인파와 온갖소음을 견뎌내더니 어젯밤 폭풍우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어찌 버텼을까. 멀찍이 장미 담장을 등지고 알을 품는 어미 새의 날갯죽지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우주를 품고 있다.
호수에서 노니는 잉어들이 조심조심 수초 사이를 스쳐 슬며시 물길을 가르고, 꽃잎을 스치는 바람도 새털처럼 보드랍다. 해질녘 어미 품이 그리운 산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부산하게 우짖는다.
새순이 손톱만큼 더 자란 오늘, 햇살이 유난히도 눈부셨다.
― <봄날의 일기 ―비둘기 집> 전문
작은오빠 도시락을 싸고 있는 엄마에게
부엌 판장문 문지방에 걸터앉아
“나는 멸치조림 언제 해 줄 거야?”
“후제 해 줄게”
그날은 멸치 간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꽃무늬 원피스 사달라고 조르는 내게
“후제 사 줄게”
외할머니 생신날
작은오빠 빛바랜 양복을 입고
엄마 손에 매달려 외갓집에 갔다
팔순을 넘긴 엄마가
임종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밤새도록 보퉁이를 꾸리고 계셨다
“장롱 속에 주름치마는 언제 입으실 거유?”
“후제 입어야지.”
만화방초 우거진 봄날,
“우리 언제 가족 여행할까?”
달뜬 작은아들의 말에
먼 산을 바라보며 나 혼자 중얼거렸다
“후제…….”
*후제 : ‘나중에’라는 말의 충청도 사투리
―<후제>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