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2495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3-11-15
책 소개
목차
제1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회귀하는 과거, 겨울/ 누구냐, 너는/ 예민하고 지나친 감성/ 떠난 풍뎅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바위/ 눈, 물/ 초승달의 꿈/ 고봉밥/ 검은 크리스마스트리/ 서릿바람/ 물은 하늘로 오른다/ 남 탓/ PM 11시/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사라진 후/ 아버지의 시계/ 극야/ 애착 인형/ 들꽃처럼
제2부 어느 예언자의 기도
침묵/ 퇴마의식/ 벌거벗은 진열대/ 강물아, 데려가라/ 한참 남았지만/ 닮은 까닭/ 봄 그리고 노인/ 낡은 일기장/ 악몽/ 어리숙함/ 비명/ 가난의 뿌리/ 수렁에 빠진 사람들/ 창조론/ 어느 예언자의 기도/ 이단은 무엇입니까/ 교회 세습이 옳습니까/ 천국 같은 지옥
제3부 사라지는 것들의 외침
미완성/ 뒤틀린 아름다움/ 지금 여기에/ 나는 집에 가야 한다/ 내 자리에서/ 생각만으로/ 예언 같지 않은 예언/ 나의 봄/ 내가 멈추다/ 거짓말과 욕설/ 현대적 굴욕/ 찬바람/ 확률 50%/ 에덴의 그림자/ 채울 수 없는 잔/ 잃어버린 날개/ 약 냄새/ 뻔한 전개, 마지막 인사 / 사라지는 것들의 외침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기억하던 숲속 작은 풍뎅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
북적이던 시골 마을은
떠날 사람들 다 떠나고
반쪽이 되는 동안
어릴 적 뛰놀았던 울창한 숲도
절반이 깎이고, 사라지고
숲으로 가는 길은 풀꽃 대신에
차가운 시멘트로 덮여 있다.
그 길을 따라 작은 풍뎅이는
어디로 떠났을까?
아! 너무 오랫동안
나는 숲속을 떠나 있었구나.
- 「떠난 풍뎅이」 전문
하얀 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작은 얼음들로 가득하다.
한 덩어리로 뭉친 얼음 알갱이들.
태양이 먼 산부터 피어오르면
강렬한 햇빛은 얼음 알갱이를 파고들고
내 몸에서 찬바람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얼음 알갱이는 눈물을 토하고 사라진다.
어느 눈물이나
쉽게 마르는 법이 없다.
누군가 닦아주지 않으면
그 자국마저 애처롭다.
하얀 눈이 작은 얼음으로
얼음 알갱이가 눈물이 되기까지
나는 몰랐다.
거리를 지나다가 내 발을 붙잡는 것은
누군가의 눈물이었다.
거리가 진창이라고
질척거린다고 불평할 수 없다.
그것은 눈물이기 때문이다.
- 「눈, 물」 전문
목마른 땅, 갈급한 땅에서
소나무 껍질처럼 들뜨고 갈라지며
강은 말라간다.
한 방울, 한 방울만
기우제를 지내듯이
마른 막대기 같은 작은 생명은
눈곱이 낀 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쳐다본다.
물이 많기로 소문난 땅에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달갑지 않은 것들의 세상이 되었으니
(…중략…)
강바닥으로 내려온 기계 소리.
끄덕거리는 굴착기 주걱 소리가 들리고
트럭에서 검은 매연이 솟는다.
파헤치는 곳마다
마른 뼈가 드러나고
뼈가 부서지고
트럭에 실려 길을 달린다.
건설 현장에는 마른 뼈가 쌓인다.
높이 올라가는 빌딩은
죽은 독사의 뼈가 섞여 있다.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달갑지 않은 것들의 세상이 되었으니
뼈가 드러나는 곳에서
잿빛 도시는 말라간다.
- 「사라진 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