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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361
· 쪽수 : 112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5
제1부
상여가 간다·10
사라지는 시간들·12
뒤집어진 봄·13
곤줄박이·15
객토·17
허수아비·19
노갑 씨 가을이 간다·20
혹시나 하고 산다·22
여름밤·23
참한의원·24
장날·25
가을비·26
참나무골·27
부조·28
조용한 아침·29
지게 작대기·31
고드름·33
가을비 오는 밤·34
매운 가계(家計)·35
제2부
간이역·38
갈대·39
장릉 고모·40
화해·41
밤일·43
팔씨름·45
고마운 일·46
빚·48
사천 원·49
참나무를 베다·50
욕·51
파도·52
두부 하는 날·53
백년 의자·55
이별·57
힘·59
아버지·61
즐거운 이승·63
길우 형·64
오늘의 기도·65
제3부
출구·68
간간이 벌어 근근이 살아간다·69
고비·71
바퀴·72
천천히·73
바닥을 차고 오르는 셔틀콕·75
밀려나는 것들·77
빨간 공중전화기가 있는 골목·79
원 달러·81
비정규직·83
진눈깨비·85
소각 완료·86
압축·88
숟가락으로 두루치기를 먹다·90
순대 골목·91
날렵한 모기·92
운명·93
발문_‘흙’이 키운 능청과 해학의 리얼리즘·95
저자소개
책속에서
봄보다 가을이 고운 가시리골
홀로 걷는 들길
복숭아 때깔이 작년보다 더 고우냐고
겨울에 저세상 간 박 씨에게 묻고 싶고
보름 전 요양원에 간 이 씨에게
감자 잘 여물고 있느냐 물어보고 싶다
가물어도 다들 시퍼렇게 버티고 있는데
모두 떠나고
사라지고
굽어지고
보이지 않네
오솔길은 없어졌는데
신작로만 시커멓게 넓어지고 있네
-「사라지는 시간들」 전문
혹시나 하고 사는 인간들이 주위에 많다
올해는 고추 금이 좀 괜찮을까
있는 밭 없는 밭 고추만 심고
작년에 생강 좋았다고 올해도 혹시나 싶어
논을 밭으로 바꿔 생강만 심고
혹시나 해서 논밭 팔아 주식 하다 다 털어 소식 끊기고
혹시나 싶어 송아지 왕창 들였다가
사룟값만 올라 날품 팔러 다니고
쉰 넘어 장가가서 혹시나
늘그막에 대 이을 아들 하나 보나 했는데
바다 건너온 색시는 이틀 만에 사라지고
아들 대학 졸업하고 살림이 좀 펴지려나 싶었는데
방에서 뒹굴고 있고
혹시나 농협 빚 더 낼 수 있을까 싶어
아침 먹고 부리나케 일어선다
혹시나, 혹시나 하는 사이에 세월만 간다
-「혹시나 하고 산다」 전문
한파가 오면 긴 겨울잠에 든다
간간이 벌어 근근이 또 며칠 버티기 위해
두더지같이 차가운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등에 얼음꽃이 파스처럼 피어오르면
몸을 더욱 웅크리고 죽은 듯 꼼짝 않는다
아픈 곳을 찾아 어루만지는 손길이
깊은 상처에 오래 머문다
문밖에는 바람이 차갑게 흩어지고
내일 일거리를 기다리는
밤 아홉 시와 열 시 사이
기별이 오기를 입술이 마르고 목이 타게 기다리다
불러주는 꿈을 꾸며 잠이 든다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절망의 새벽
어금니 꽉 깨물고 벽을 짚고 일어서면
나를 파고 나를 메꾸는 일들
까마득히 떨어져
한 발 빼면 또 한 발 빠지는
참 징한 펄 한가운데서
이 악물고 버틴다
간간이 벌어 근근이 살아가기 위해
-「간간이 벌어 근근이 살아간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