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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655167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10-25
책 소개
목차
준법정신 • 007
내가 뭐 어때서 • 035
도둑의 조건 • 065
노인을 찾아서 • 089
김 사장 • 115
해 뜨는 집 • 141
우정의 거처 • 167
주연배우 • 189
너무나 오래된 책 • 215
인형 뽑기 • 227
발문 | 김종광 • 238
작가의 말 • 251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 이 사람 하는 소리 봐라. 사람이 그렇게 매정하먼 뭇 써. 적당헌 선에서 타협헐 줄도 알어야지. 아무리 자네 우리에 든 밥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허먼 뭇 쓰는 법이여!”
나는 솔직히 급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저 자리에 고구마든 콩이든 심고 밭을 일구면 될 터이지만, 슬라브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하루해가 참으로 길어 보였다.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고 여러 가지 경우를 떠올려보았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민호에게 직접 연락해서 집값을 흥정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먼저 다가갈 이유가 없었다. 좀 더 기다려보면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었다.(「준법정신」 중)
성호는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발길을 돌렸다. 우묵한 골짜기 드문드문 흰 눈이 보였지만 오르내리는 길에는 눈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서울에서 살 때 그토록 부딪혀 왔던 인간 군상들, 돈에 찌들다 못해 돈에 병든 인간들을 피해 산골 마을로 내려왔건만 이게 무슨 신세란 말인가. 몇 년 동안 심산리 사람들과의 만남은 성호 혼자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맨 처음부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성호 자신의 잘못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지러웠다. 성호는 카메라를 움켜쥐며 마을 회관 앞에 서 있을 느티나무를 생각했다. 아뿔싸! 느티나무에 흰 눈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내가 뭐 어때서」 중)
“빌어먹을 놈! 지 애비 집 한 채 남은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그 꼴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휴지 줍는 것도 이제는 힘에 부치는데…. 아! 이놈의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덥댜. 그런데 지금 경찰서 가는 것 아니지?”
아! 고물상을 찾아갈 때의 노인의 모습과 지금 노인의 모습이 어떻게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단 말인가. 힘이 빠진, 어쩌면 넋이 반쯤 나간 노인네의 음성이었다. 풀이 죽은 노인의 질문에 김 경장이 대답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같은 분 안 가셔도 요즘 경찰서 갈 사람 참 많습니다. 걱정하지 마셔요. 그리고 어려우셔도 끼니는 꼭 챙겨 드시고요.”(「노인을 찾아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