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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8896655177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4-04-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5
1부 창원 지역 민간인 학살―이래도 속고 저래도 속고 / 17
하늘도 무너지고 땅도 꺼지던 ‘그해 6월’ / 18
괭이바다—바다를 떠도는 영혼 / 76
봉인된 죽음의 산야 / 118
2부 함안 지역 민간인 학살―목 잘린 남편 / 151
3부 창녕 지역 민간인 학살―백지에 찍은 도장 / 159
4부 진주 지역 민간인 학살―아들과 함께 묶일 걸 / 185
5부 산청 지역 민간인 학살―학살의 대지에 비가 내리고 / 207
6부 의령 지역 민간인 학살―그 사람들 살려주었으면 어떻겠노 / 229
7부 사천 지역 민간인 학살―학살이 자행된 섬에는 뱀만이 들끓었다 / 269
8부 통영 지역 민간인 학살―억울하게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 277
9부 거제 지역 민간인 학살―통곡의 섬 거제도 / 299
부록―한국전쟁 전후 경남 지역 주요 민간인 학살지 및 매장지 / 312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학살은 점심 무렵인 오전 11시를 넘어 끝이 났다. 그 시간 동안 반죽음이 된 사람들은 먼저 올라간 사람을 죽이는 M1 총소리를 들으며 죽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살이 끝난 이후 동네에는 소문이 돌았다. 학살 현장에는 절명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세 명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어깨에 총을 맞고 마을로 내려와 지서로 가서 자수했다. 그가 왜 도망가지 않고 자수했는지 동네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어리석고 순박한 사람이라고 탄식만 했다. 지서 순경은 그날 일꾼을 시켜 산모퉁이에 구덩이를 파게 하고 그를 총살하고 묻었다.
“아버지는 보도연맹도 아니고. 보도연맹을 소집했는데 부락에 할당된 인원이 있는 모양이지. 보도연맹 가입된 인원이 있었는데, 그중에 아는 사람은 빠져버리고 그 대신으로 보낸 모양이라. 그러니까 너무 억울해서…. 똑똑한 사람들, 이장 동생이니 뭐니 그런 사람은 다 빠져버리고, 멋모르는 사람을 인원 맞추어서 보낸 모양이라.”
보도연맹 회의에 참석한 마을 사람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마을에는 이장과 몇 사람의 남자들이 남아 있었다. 보도연맹에 가입하고 소집을 피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멋모르고 따라나선 사람들이 죽었다. 어떤 집안은 두 명의 형제가 동시에 죽었다. 형이 회의에 간다고 나서는 것을 본 동생은 자기도 구경할 것이라며 따라갔다가 죽었다.
이들이 마산 앞바다에서 학살된 이후 구산면 옥계, 심리, 난포리 앞바다에는 한데 묶인 사람들이 시신이 되어 떠올랐다. 당시 이현규 씨는 안녕마을 큰골 해안에 떠오른 시신을 매장했다. 선주였던 그는 선원을 시켜 산자락 끝에 드러난 땅에 묻도록 했다. 선원들은 괭이로 흙을 파서 8구의 시신을 해안에 묻었다.
“사람을 묶어서 밧줄로 착착 엮었는데 팔을 이렇게 묶고, (여러 사람을) 한데 묶어서, 불어서 줄이 풀려서 형편 없더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