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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551781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4-05-0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길
달과 달팽이·12
굽은 나무·14
거울 부자·16
찰칵,·18
자기 울음을 품은 새·20
상처·22
하늘의 정면·23
너머의 너머·26
사다리의 충고·28
겹·30
이 하늘, 낙화유수·32
어떤 용기를 변명함·34
그림자·36
교차로 사막·38
하늘바다 1·40
하늘바다 2·41
빈집의 기억·42
어두운 중심·44
2부 겨울 숲에는 그리움이 있다
맨발·46
바깥의 깊이·48
발자국 암자·50
한눈팔기·52
나침반·54
처음과 하루·55
한 사람·56
바·라·보·네·58
처음의 끝·60
하늘 광부·62
하나의 한 번·64
불편한 신비·66
등대·68
노을은 부른다·70
초혼·72
발바닥·74
연꽃 미로·76
주인 찾기·78
3부 집
최초의 거울·80
공명·82
세상의 생일·84
꽃다발·86
봄눈·87
눈사람 성자·88
놀라운 일·90
배꼽·92
베껴야 산다·94
눈맞춤·97
주저흔·98
역사(力士)·100
빗방울 망원경·102
민들레 대합실·104
걸음마·106
풍선 인간·108
메아리·110
마른 물소리 맛·112
추파·114
비 갠 후·115
해설
아침마다 눈뜨면 우렁우렁 도착하는 ‘저기’(황규관)·117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노랫소리는 이름 모를 한 마리 새가
나무의 귀에 석삼년 세 들어 살면서
둥지에 알뜰히 물어다 놓은
대웅전 주인의 울음을 닮았습니다
절집 풍경 소리 밑에서 배운
담장 없는 금빛 울음은
작은 새의 가슴에서 알이 되었습니다
노란 부리의 새가 품은 이름 없는 노래는
둥지를 울리고 나무를 울리고 아침을 울려서
가지 뒤에서 귀 기울이던 바람을 울려서
어느덧 제 울음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오래 품었던 어둠 깨치고,
대웅전을 울리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아침은 노래의 둥지
자기 울음을 품은 작은 새의 둥지
울음이 많은 이 세상은 노래의 주인을 닮아
금빛 울음이 되었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 마음의 처마 끝에서 처마 끝으로
풍경(風磬)이 멀리 멀리 보내는 낮은 휘파람
눈부신 울음 가득
자기 이름의 주인이 된 새
_「자기 울음을 품은 새」 전문
누가 내려왔던 흔적일까
아니면, 올라가던 중이었나
어느 여행의 발자국이 이리 어지러운가
폐업 철거 중인 점포의 내부
등뼈 훤히 드러날 정도의 안간힘만 남기고
한쪽 벽 구석에 서 있는
사다리 하나
가파른 두 손 두 발 벗어놓고
잠시 숨 고르고 있는 탑—
가만히 창가로 다가가 매만지듯 둘러본다
바닥에선 내려갈 곳 없어
두 손발이 언제나 탑의 시작이었다고
늘 머뭇거리는 내게 일러주고 있다
거리의 매연과 속도에 지친
가로수 나뭇가지도
층층이 흔들리는 탑
사다리 아닌 생이 어디 있겠는가
한 칸 한 칸 다짐하듯 내게 짚어주고 있다
-「사다리의 충고」 전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듯
인간은 자연의 중심이 아니다
저 별 하나가 밤하늘의 주인 아니듯
별빛 같은 내가
어처구니없게도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모든 의미들의 중심이고
부재가 모든 있는 것들의 주인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자연은, 세상은, 중심은 어두운가
그렇듯 분명한 어둠은
인간에게 왜 보이지 않는가
_「어두운 중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