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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6551880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5-04-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4
프롤로그 / 11
1. 나는 애초부터 소년이 아니었다 / 21
2. 내 생에 단 한 분뿐인 선생님 / 37
3. 그때 나는 이랬었다 / 53
4. 엄마를 생각한다 / 66
5. 다시 그날들을 생각한다 / 86
6. 돌아가는 길을 알았다 / 106
7. 탱자나무 지팡이만 들고 다니신 할아버지 / 131
8. 기철이란 친구가 있었다 / 146
9. 그해 겨울, 또 다른 인연 / 165
10. 갑질하는 공돌이 / 192
11. 나의 전성시대 / 205
12.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 218
13. 꿈을 향해 가는 소년공 / 238
14. 지금 나는 / 253
15. 기억에 없는 아버지를 찾아봤다 / 275
16. 1979년, 그해 겨울 / 287
에필로그 / 325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그 기차를 타던 13살, 그해 봄이 되기 전 나는 습관처럼 서울 용산에서 출발해 목포를 향하는 완행열차가 지나가는 그 시간이면 외갓집 울타리 측백나무 가지를 붙잡고 올라가 철둑 길을 바라보았다. 저녁밥을 먹을 시간 바로 전이었다. 저녁 5시 몇 분이었을 것이다.
목포행 완행열차는 늘 그 시간에 멀리 보이는 철둑길에 나타났고, 정확하게 13초 동안 나의 시선 속에 있다가 산모퉁이 속으로 사라졌다. 용동역(내가 조금 더 어렸을 적에 사는 동네가 용안면에서 용동면으로 분리되며 역전 이름도 용안역이었는데 바뀌었다)에 도착하기 1분 전이었다. 기차가 산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뿌우 뿌우, 기적 소리로 역무원에게 도착을 알렸다. 그 기적 소리는 키 큰 측백나무 가지 사이에 숨어 있는 나에게도 들렸다.
선생님은 내가 6학년에 올라가는 그 겨울방학 동안 서울 집에 가시지 않고 나를 위해 관사에 머물렀다. 오전에는 학교 일을 자처하시고 오후에는 내 공부를 지도해준 선생님이 나는 좋았다. 그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선생님 관사로 달려갔다. 동네 친구들이 골목에서 구슬치기도 하고 삼치기도 하고 놀았지만 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중학교 수학이 정말 재밌었다. 선생님은 중학교 일이삼 학년 단원별로 이어지는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주었다. 나는 선생님이 하라는 내용을 모두 복습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풀어냈다. 한번은 동네에서 공부 좀 한다는 중학교 2학년 경종이 형이 이모한테 붙잡혀 왔다가 내가 푸는 문제를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간 적도 있었다. 자기는 풀지 못한다면서 문제만 읽고, 너무 어려워요, 하고는 도망간 것이었 .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한 이모는 내가 정말 공부를 잘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권투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처음 출전한 ‘김명복 박사배 신인 복싱선수권 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른 성적이 괜찮은 성적이었다. 대회 우승을 한 인천 제물포고등학생 박형일(훗날 국가대표 선수로 잠시 활동함)에게 판정패했지만 잠깐 아쉬운 장면이 있기도 했다. 아마추어 복싱대회는 3분 3회전 경기로 치러지고, 내가 2회전 초반에 복부 공격 후 스트레이트를 인중 정면에 맞췄을 때 상대 선수는 휘청했다. 순간 동공이 감기는 것을 봤는데도 나는 더 강하게 몰아세우지 못했다. 그때 죽기 살기로 코너에 그 선수를 몰아세웠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는데 승부 욕심도 체력도 부족했다. 아니, 그 선수와 어느 순간 눈빛이 마주쳤는데, 내가 순간 주춤한 것이다. 더 때리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순간 나를 멈칫하게 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