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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6807321
· 쪽수 : 190쪽
책 소개
목차
샛별과 어머니
늙은 나무의 노래
푸른 연
은하수
꽃주막
사랑의 나무
꽃잎을 먹는 기관차
단추
안개와 가스등
푸른 머리의 사나이
해돋이
해님
해시계
해설
김요섭은
김은숙은
책속에서
이 세계에는 해님이 꼭 하나밖에 없다고들 모두 알고 있읍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새해가 어느 먼 나라에서 떠올라 일 년 동안 지구를 도는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아니면 하루에 한 번씩 해님이 돋아나는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해님은 하나가 아닙니다. 밤하늘의 별 수보다 더 많은 해가 이 세계에는 살고 있읍니다.
본래 해님 나라가 따로 있읍니다. 어린이들은 해님 나라 나무에 열렸던 과일이었읍니다.
해님 나라의 뜰은 아주 넓습니다. 그 넓은 뜰에 해님이 과일처럼 열리는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읍니다.
해님 나라의 뜰에는 작업복을 입은 해님 나라 나무를 키우는 동산지기가 다닙니다.
해님 나라 동산지기의 음성은 마치 우뢰 소리와 같이 쩌렁쩌렁 우렁찹니다. 그의 이마와 등은 늘 땀에 젖어 번쩍거립니다.
동산지기는 나무 밑을 지나다가, 갓 익은 어린 해님의 얼굴을 톡톡 손가락으로 퉁겨 봅니다. 그때마다 나무에 열린 어린 해님한테서는 향내가 토해집니다.
“어, 이거 무슨 향기일까, 오라 알았어. 열무김치 냄새에 꽃분이 냄새가 나는군.”
해님 나라 동산지기는 그 해님을 뚝 따서는 배구할 때 볼을 던지듯 울타리 너머로 휘잉 내던졌읍니다.
열무김치 냄새와 꽃분 냄새가 나던 해님은 그만 하늘에서 떨어졌읍니다.
열무김치가 맛이 들 무렵 한국의 어느 시골집의 아기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중략)
일 년에 한 번씩 설날에 새해가 돋는 나라는 게으름장이와 느림보 어른들의 나라의 얘기입니다. 날마다, 아니 시간마다, 아니 일 초 동안에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새 해님이 태어나는 나라가 우리 어린이들의 나라입니다. 어린이들은 하늘의 해님도 자기 소꿉동무만큼 정답습니다. 하늘의 해님이 보이지 않으면 얼른 이렇게 부릅니다.
해야 해야 붉은 해야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
장구 치고 나오너라.
하늘의 해님이 나오면 모두들 물어봅시다. 전에 이 땅에 오기 전 해님 나라 나무에 열렸을 때, 내 이름은 무엇이었냐고요.
내 과일에서는 무슨 향기가 토해졌느냐고! 가만히 물어봅시다.
아마 한국의 어린이들은 아침의 향기가 토해졌을 것입니다.
자, 여러분!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살짝 퉁겨 보셔요. 틀림없이 음악 소리가 울릴 것입니다.
-[해님] 중에서
화차에 꽉꽉 꽃짐이 다 실어지면 금테 모자를 쓴 역장님이 천천히 기관차를 향해서 꽃을 흔들어 댔읍니다.
이 신호를 받자 기관사는 하늘에다 멋들어진 파이프오르간 소리 같은 기적을 울리면, 기관차 연통에서 뿜어지는 연기가 꽃잎의 모양일 때도 있고, 기관사가 문 파이프의 모양일 때도 있는가 하면 언젠가 아프리카에서 사냥한 사자의 모양일 때도 있읍니다. 때로는 기관사가 존경하는 위대한 사상가의 얼굴 모습일 때도 있읍니다.
(중략)
기관차의 굴뚝에서는 쟈스민의 향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꽃향기가 연기 대신 푹푹거리고 토해졌읍니다.
그 까닭은 이 기관차가 끌고 가는 화물이 꽃짐이기 때문이라고요! 그렇기도 하지만 화부가 퍼부어 넣고 있는 것은 석탄이 아닙니다. 꽃다발이든가 꽃나무 뿌리가 화덕에서 타올랐읍니다.
기적 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퍼졌읍니다. 그 소리는 구름 떼 같은 종달새들의 울음소리였읍니다.
이윽고 기관차는 장미 꽃잎을 함빡 뒤집어쓴 채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는 국경 지대를 넘어섰읍니다. 장미로 우거진 국경 지대를 다 넘어섰을 때는 화물 열차의 무쇠 바퀴마다에서는 숨이 막힐 듯한 꽃향기가 마구 뿜어졌읍니다.
-[꽃잎을 먹는 기관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