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7260354
· 쪽수 : 174쪽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로코모코
1장 유치원 화재
불이 나던 날
우리 엄마
치료
치유
2장 혼자 견디는 날들
병원 생활
일기
모나미 볼펜
춘천 가는 열차
가족과의 이별
3장 하와이 병원 생활
슈라이너스 병원
입양 제의
슈라이너스 학교
따뜻한 말
밥친구
4장 그리운 한국으로
가족 곁으로
입학식
포크댄스
가난한 우리 집
5장 다시 하와이로
홈스테이
예수성심학교
봉사활동
코메나카 선생님
하와이 주립대학교
6장 언제나 어디서나
소울 메이트
가족의 힘
고척동 생활
그림책 꽃밭
해바라기 모임
7부 함께하는 세상
나눔의 기쁨
마라톤 대회
멘토링
꿈
세상에 하고픈 말
글을 마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손가락을 절단할 때마다 왼손잡이도 되었다가 오른손잡이도 되었다가 했습니다. 왼손은 손가락 두 개가 녹아 짧아졌고, 오른 손은 손가락이 모두 타서 손바닥만 남아 있었습니다. 양 손을 번갈아 가며 수술을 받았는데 한 손씩 수술을 하는 이유는 일생 생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손이라도 사용할 수 있어야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을 수 있으니까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내 몸에는 가시가 하나 둘 자라고 있었습니다.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게 무서웠습니다. 수술방 침대는 왜 그렇게 차가운지, 병실은 왜 그리 캄캄한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다른 언어, 다른 음식, 낯선 곳에서의 생활로 내 마음에도 화상 같은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를 모르니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할 길이 없어 가슴을 움켜쥐고 소리만 질렀습니다. 식판을 엎고 물건을 던지고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내 환자 차트에는 ‘짐승처럼 포효한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들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보기 위해 의자를 밟고 올라서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와 엄마들의 말소리가 웅성웅성 커지더니 이윽고 그 소리들이 교실을 매웠습니다. 좋은 기운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내 짝꿍이 갑자기 자기 엄마에게로 가더니 내 옆에 앉기 싫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차마 엄마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