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88967352332
· 쪽수 : 708쪽
· 출판일 : 2015-09-07
책 소개
목차
제1장 현대소설은 사자使者의 기록이다
1. 나그네 세상의 이정표
2. 현대소설의 위상과 쓸모
3. 현대소설의 자손과 친척
제2장 이야기란 무엇인가
1. 이야기의 정체
2. 이야기의 구성 요소
3. 이야기의 속성
4. 이야기와 정보와 상품
5. 이야기의 허상과 실상
6. 이야기의 보편성
제3장 이야기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
1. 이야기의 태생지
2. 이야기의 주체는 ‘일’이다
3. 이야기와 소설은 다르다
4. 이야기 꾸리기의 여러 갈래
제4장 구성은 이야기들을 줄 대어 엮어가는 것이다
1. 구상의 허실
2. 이야기를 엮어가는 다섯 가지 서술법
3. 이야기를 실감나게 하는 세목
4. 이야기 마무리 짓기
제5장 시간은 건너뛴다
1. 시간대時間帶
2. 움직이지 않는 시간
3. 시간의 걸음걸이
4. 시간의 밀도
제6장 공간도 움직이고 만들어진다
1. 하늘과 들판과 마당
2. 황무지와 골방
3. 인물과 사물의 보금자리
제7장 인물=캐릭터를 어떻게 살려내나
1. 이름 짓기와 신원 밝히기
2. 외모, 복장, 학력
3. 취미, 버릇, 기호
4. 말투, 몸짓, 심리
5. 나이, 생업, 기질, 지병/결함, 별명
6. 부속인의 출몰과 대우
제8장 작의를 살려야 한다
1. 작의란 무엇인가
2. 이야기에는 주제가 없다
3. 소설에는 작의가 있다
제9장 제목을 어떻게 꾸며내나
1. 제목의 탄생
2. 제목 짓기의 참고물
제10장 소설의 성취는 문장/문체가 좌우한다
1. 원고 작성을 정성스럽게
2. 동어반복은 금물이다
3. 문장/문체는 개성이다
제11장 작가의 길
1. 소설가의 자세
2. 등단과 입신의 장벽
3. 자기 관리
꼬리말
참고서적 목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작정해둔 길인 만큼 그는 주저 없이 예정된 조화 속으로 걸음을 떼놓는다. 이제부터 그는 한낱 행인行人이자, 어떤 특별한 사명에 쫓겨 볼 것만을 제대로 읽고 나서 본 대로 외워두었다가 되돌아오기로 되어 있는 사자使者의 신분이다. 이번 행정은 어차피 운명처럼 어떤 필연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듯이 그의 걸음걸이는 단호하다. 문득 별빛이 희미하게나마 새카만 밤길을 밝혀주던 옛적의 백성은 과연 행복했을까 라는 의문이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가로등 같은 하찮은 시설물도 이처럼 어떤 착상을 부추기는데, 원시인에게 그 등가물은 까무룩한 허공중에서 하릴없이 매암을 돌곤 하는 독수리였을 게 틀림없다.
누구나 무심히 남의 글과 말을 함부로 써먹고, 서로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현장이 바로 오늘의 세속계다. (우리 소설계는 후안무치하게도 남의 ‘글 도둑질’에 관대하다.) 이런 현상은 현대의 풍속도로 진작 자리잡고서 우리 생활 저변의 모든 의식적/무의식적 언행 일체를 철저히 간섭하고, 붙좇게 만든다. 마찬가지의 논법을 들이대면 ‘본뜨기’ 능력의 저변 확대가 한 시절의 유행을 낳고, 그 물결을 합리적 여과 장치에다 걸러내면 만인이 따를 수밖에 없는 ‘전통’으로까지 승화하여 대물림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도 꼭 마찬가지다.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데도 자만 없이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진정으로 겸손한 작가라 할지라도 남들 앞에서는, 소설 쓰기에 당면해서는 자만심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는 모순을 즐겨야 하는 것이다. 단언할 수도 있다. 작가는 본질적으로 모순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매번 자신의 전작 따위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 신천지(=신작)를 개척하러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한낱 ‘임시적’ 존재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