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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국방/군사학 > 군인
· ISBN : 9788967820183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5-01-29
책 소개
목차
1장 유소년 시절의 추억
자손 귀한 집 할머님의 헌신적인 사랑 · 말 못하는 개똥이 · 부처질고개 돌부처님 · 김 선생님의 민족교육 · 달리기와 수영은 일등 · 야학 선생님이 되다 · 호랑이를 만나다 · 8.15 해방과 남북 분단 · 서북청년단에 가입, 김훈 단장을 만나다
2장 육군사관학교 교도대원이 되어
육군사관학교 교도대원 · 졸업기념 모의전투 · 5대대 창설 · 8.4 국사봉 전투 · 8중대 박격포 사수 · 육사 교도대원들의 정보부 소환 · 척후조 훈련 · 18연대의 용산주둔 ·
3장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6.25전쟁 발발 · 백골부대, 적진 속에서 · 낙오병이 되다 · 김포전투에서 포탄에 부상을 당하다 · 노부부의 도움 · 안 대위를 만나다 · 착한 부부의 밀범벅 · 연안읍에 도착, 고모를 만나다 · 김 노인을 만나다 · 서영석 고향 어르신 · 고향이 바로 앞이다 · 옹진 고모님 가족의 헌신적인 은혜 · 무법천지 옹진 · 38돌격대를 조직하다 · 무기를 모으다 · 주민들의 협조로 질서를 되찾다 · 인민군 포로를 미군에게 넘겨주다 · 비파리, 약탈당하다 · 38돌격대를 청방에 합류시키고 국군으로 복귀하다 · 대구 보충대로 가는 길, 생명의 은인 두 여인 · 대구 제1병원 입원, 위생병이 되다 · 헌병대에 끌려가다 · 미군 트럭과 충돌, 강으로 추락하다
4장 결혼, 그리고 헌병이 되어
신붓감 구하기 · 헌병학교 입교, 첫아이를 얻다 · 제9헌병중대로 발령 · 썩어빠진 헌병대 · 헤어진 가족을 만나다 · 철도청장의 도움 · 강경 파견대장 · 담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군용물자 · 군수품 부정사건에 휘말릴 뻔하다 · 대천 파견대장 · 6군단 헌병부 · 써전 리, 넘버 원! · 선진화된 미국 군대 · 결핵에 걸리다 · 총실장이 되다 · 결핵을 완치시켜준 장운삼 내과부장 · 데모 주동자 · 육군본부 7헌병중대 · 신비한 노파의 처방 · 5.16 군사혁명 · 헌병에서 의무병이 되다 · 불합리한 하사관 월급 · 59후송병원 · 다시 자동차 사고, 생사의 갈림길 ·
5장 월남전 참전, 102병원에서
베트남 참전 · 102병원 부지의 정지 작업 · 102병원의 초대 주임상사로 임명되다 · 아메리카 넘버 텐! 코리아 넘버 원! · 처벌 대신 표창장? · 한 소위, 경치 좋구나 · 13개월 만에 귀국하다
6장 수도육군병원에서
수도육군병원 인사계 · 문란해진 군기 바로세우기 · 전과병들과의 전쟁 · 대성통곡하던 방 이병 · 아버지가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라도 안 돼 · 말썽꾸러기 오 병장 · 날마다 탈영하는 양 이병 · 이거 누가 보낸 거야? · 대통령의 주치의 · 지휘검열을 받다 · 병무비리사건 · 제대 후 이야기
글을 마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가 살던 큰 집은 아군 대대본부로 사용된다고 하였다. 처음이자 마지막 휴가였다. 나는 이로부터 25년간 군에서 정년할 때까지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한편으론 오히려 잘되었다 싶었다. 한번은 크게 싸워야 하는 전쟁이고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니 걱정하지 말고 잘 있으라고 하자, 오늘 봉급을 탔다면서 수중에 있는 전 재산을 털어 나에게 주었다. 사는 사양하고 잘 있으라고 말하고 중대로 달려갔다.
30여대의 트럭에 40~50명씩 타고 용산 정문을 통해 서울역을 지나 종로통으로 들어서자, 종로통 양쪽은 시민들로 꽉 차 있었다. 시민들이 만세를 열창했고 차에 탄 군인들은 군가를 목청이 터져라 부르면서 손수건을 흔들었다. 시민들이 들고 있던 모든 물건들을 트럭 안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손수건에 싼 빵, 과자 등 꼭 이기고 돌아오라는 쪽지도 있었다. 이런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는 난생 처음이었다.
나는 그때 맘속으로 배를 태워주지 않으면 헤엄을 쳐서라도 건너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배는 무사히 건넜고 나는 제일 먼저 뛰어내려 앞서 간 우리 연대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넓은 벌판은 모두 달뿌리풀로 덮인 달밭이었다.
나는 좌측의 복병을 의식하면서 중간지점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달밭과 행주나루 쪽으로 포탄이 비 오듯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여러분의 죄를 물을 수도 벌을 줄 수도 또한 용서를 할 수도 없는 사람이고 그런 권한도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여러분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 나름대로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한 것뿐이라고, 그리고 전쟁이 이유라고 말했다.
열차가 전속력으로 달리자 견딜 수 없이 추웠다. 바로 옆에 이부자리 속에 있던 중년여인이 그러다가 죽는다면서 손을 잡아당겨 이불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이미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고 사양할 형편이 아니었다. 두 여인이었는데 말하는 양으로 보아 모녀지간인 것 같았다. 나는 다리만 살짝 이불 속으로 넣었다. 그러자 어머니인 듯한 여인이 가운데 자리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아마 내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는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참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가는 것이고, 전방으로 가서도 내가 할 일만 열심히 할 것이며, 선배 헌병들의 잘못된 헌병으로서의 인식을 나 혼자라도 모범을 보여 바꾸어야 한다고 결심한 터였다. 때로는 싸움도 불사할 것이고, 열심히 하다 정 안되면 헌병직을 버릴 각오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월남에 온 것은 전쟁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앞으로 동남아로 진출하는데 월남이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월남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사람의 이미지를 좋게 보이게 하여야 한다. 모든 월남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하루에 한 번씩 나누어 주는 야전식량도 줄 때 깡통까지 따서 주라!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생각하였다. 그러니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
중대장은 중대장실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놀랍게도 명령을 연구한다고 하였다. 장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조건 명령이고 올바른 명령을 제대로 내리기 위해 연구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소대원들에게 길이 150cm에 깊이 50cm의 참호를 파라고 명령한다면, 그 전날 그 땅의 지질형태를 미리 파악하고 소대원이 시간당 몇 개의 참호를 팔 수 있는지 검토한 후에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타당한 명령이기에 선임하사는 철저히 작업감독을 하고 소대원 역시 소홀히 하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다.
간호장교 이 소위가 마스크를 하고 중환자실에 갔다가 장 부장이 무안을 주는 바람에 울었다. 장 부장은 병실에 들어갈 때 절대 마스크를 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 환자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사실 그때까지 중환자실은 군의관은 물론이고 간호장교도 들어와 보지 않는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하루 이틀 지나자 중환자실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났는데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중환자들이 꽃들을 보고 다소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라고 정성껏 나무들을 심었던 것이다. 지금 그 나무들이 잘 자라서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여기 누워서 저 꽃들을 보려고 그랬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회였다. 집이 그리웠다.
생각다 못해 나는 식사과장 이 대위에게 부탁을 하였다. 취사반에서 민간인 여성을 1명만 써달라고 하였다. 원장님에게는 내가 말씀을 드릴 터이니, 육본에 건의하여 인가를 받도록 하고 방 이병 부인을 채용해 달라고 하였다. 인가가 날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게 하면 취사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방 이병 부인도 서울로 오게 하고 병원 옆에 방 한 칸을 월세로 얻어서 주간에는 아이들과 부인이 병원에서 방 이병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