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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67996888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 쓰쿠모가미
2. Low Spirit
3. 슬럼프
4. 조난
5. 미안해
6. 크리스마스의 유령
7. 떠도는 아이
8. 번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은기는 벌떡 일어나 서재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저지른 끔찍한 결과와 마주했다.
온통 붉게 물든 거실. 깨지고 부러진 집기들. 쓰러진 두 사람.
은기는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무겁고 떨리는 발걸음이 거실 한가운데로 향했다. 은기의 발 앞에 손발이 기괴하게 꺾인 채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지아가 있었다. 꼭 망가져 부러진 인형 같았다. 은기는 차마 아이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고개를 돌리자 등 한가운데 식칼이 꽂힌 채 쓰러져 있는 아내 한주가 보였다. 현관문을 향해 뻗은 한주의 손은 피 웅덩이에 잠겨 있었다. 너무도 참혹한 광경에 차라리 꿈이길 바랐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나쁘고 불쾌한 거지 같은 꿈. 그러나 집안을 채운 비릿한 피 내음이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망연자실한 은기는 피투성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 ‘쓰쿠모가미’ 중
현수는 낡은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잘 기분도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철문을 바라봤다. 역시 아침밥이 담긴 식판은 없었다. 다만 식판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현수는 조심스럽게 철문 앞으로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사진 한 장.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이 인쇄되어 나오는 폴라로이드 사진이었다. 현상된 사진이 현수의 각막을 거쳐 뇌에 전달된 순간, 현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악!!’ 비명과 함께 손에 든 사진을 놓치고 말았다.
손등이었다. 다섯 손가락이 펼쳐진 손등을 찍은 사진. 하지만 손끝에 있어야 할 손톱이 없었다. 손톱이 있던 자리의 시뻘겋게 부푼 생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난생처음 보는 사진이었다. 끈적한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겨드랑이 아래에서도 땀이 배어나 옆구리를 스쳐 갔다. 현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떨어진 사진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낯익은 손등이었다. 현수가 잘 알고 있는 손등. 엄지손가락 옆에 있는 커다란 반점, 오랜 관절염에 마디마디 불거진 손가락들, 거무튀튀한 주름진 손등…….
- ‘슬럼프’ 중
윗집에서 또다시 익숙한 소음이 들렸다. 남편의 미간이 찌푸 려졌다. 남편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하아. 씨발, 또야?”
뒤이어 잰걸음으로 달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두두두두두.’
“또! 또! 망할 놈의 윗집.”
그 순간 인상을 잔뜩 찌푸리던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여보, 그만 울어. 나한테 좋은 생각이 났어. 내가 새 이든이를 데려다줄게. 그렇잖아도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봤는데 윗집 영감탱이네가 며칠 전부터 손자를 맡아주고 있다더라고. 세 살 인가 네 살이라나? 어때, 딱이지?”
어느새 울음을 그친 아내가 남편을 향해 기괴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 ‘떠도는 아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