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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자연과학계열 > 과학일반
· ISBN : 9788968173622
· 쪽수 : 576쪽
· 출판일 : 2016-05-16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머리말 (1977)
머리말 (1988): The Visible College의 두 번째 기회
발행인 로버트 영의 서문
도입
제1부 1930년대 이전
01 고급과학과 저급 정치
1. 캠브리지 과학
2. 공개적 음모
3. 과학적 제국주의
02 노동자, 전사, 시민, 사회주의자
1. 레비: 노동자로서의 과학자
2. 홀데인: 전사로서의 과학자
3. 랜슬롯 호그벤: 시민으로서의 과학자
4. 버널과 니덤: 이상적 사회주의자로서의 과학자
03 캠브리지 구성원
1. 대항문화주의 (Counter-culturism)
2. 더 깊은 충성심?
3. 홀데인의 과학적 정치
04 이방인들
1. 호그벤의 정치적 과학
2. 레비의 사회주의
3. ‘레비를 기다리며’
제2부 1930년대
05 가시성의 증가
1. 러시아 로드쇼
2. 개인, 직업 혹은 정치?
3. 좌파 교수들
06 이론
1. 마르크스주의 과학
2. ‘버널주의’
3. 호그벤의 반대, 니덤의 방백, 스탈린의 놀라움
07 실천
1. 누가 알고 싶어 하는가?
2. 캠브리지반전과학자그룹
3. 과학자들을 위한 인민전선
4. 과학을 위한 좌파 만들기
제3부 1930년대 이후
08 두 문화, 두 진영
1. 과학 전쟁
2. 냉전 시대
3. 리센코 사건
09 대중 속으로
1. 재조직화
2. 은퇴
저자 후기
부록: 캠브리지의 과학좌파
역자후기
찾아보기: 인명
찾아보기: 주제
책속에서
[일러두기]
본 서적의 원 제목은 The Visible College로, 이는 과학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the Invisible College라는 용어와의 대비적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본래 the Invisible College는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의 설립을 준비했던 과학자 (흔히 당시 자연철학자로 불렸던) 그룹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였으며, 그룹의 일원이었던 보일이 1646~1647년 사이에 주고받았던 편지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 용어는 영국 및 유럽 등에서 내부적 사적 소통에 중심을 두는 소규모 지적 집단을 지칭하는 데 흔히 사용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the Invisible College는 <보이지 않는 대학>으로, the Visible College는 <보이는 대학>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College는 현재 미국식 영어에서 이야기하는 단순한 ‘대학’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확하게는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등 소위 영국 ancient university의 독립적 교육체제를 갖춘 기숙시설 및 그곳에서 비롯한 인적 네트워크를 함축하는 용어이며, 따라서 The Invisible College는 “보이지 않는 강한 네트워크”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상당히 외부로 드러나는 네트워크”라는 의미로 the Visible College를 사용한 본 책자의 취지를 생각해볼 때, The Invisible College라는 용어를 단순히 <보이는 대학>으로 번역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보다 정확한 의미전달과 일반적 독자의 편의를 위해, 본 번역본에 <과학과 사회주의>라는 제목을 붙이고자 한다. 이는 본 책자가 1930년대 사회주의 활동을 이끌었던 영국 과학자들의 생애를 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역자 후기]
가난한 런던 유학생 시절, 학교를 오가며 헌책방을 들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었다. 켜켜이 쌓인 먼지 냄새와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소리도 좋았지만, 한참을 뒤지다 가끔 만나는 보물 같은 세월의 흔적들은 큰 기쁨이었다. 이후 두 번의 연구년을 영국에서 더 보내게 되면서 런던의 중고책방들은 기회가 되면 꼭 들리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 런던의 한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이렇게 번역출판까지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 이 책은 영국에서 발견한 다른 책들만큼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단박에 나의 시선을 끌었다. 하나는 The Visible College라는 책 제목이었고, 다른 하나는 ‘합동 전기(collective biography)’라는 책의 형식이었다.
The Visible College는 과학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는 The Invisible College라는 표현에 대한 대비 즉 ‘의도된 짝퉁’에 해당한다. The Invisible College는 17세기 중반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의 설립을 주도했던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자연철학자들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이들은 자연철학에 관한 서로의 관심과 정보를 긴밀하게 나누는 소수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물론 이 표현은 당시 옥스퍼드나 캠브리지에 실제 존재하는 칼리지(college)들과 대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칼리지’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러한 대비적 표현을 또다시 절묘하게 패러디한 것이 바로 ‘눈에 잘 띄는 집단’을 의미하는 The Visible College였으니, 평소 과학사, 특히 영국의 과학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복 패러디의 복잡한 관계를 깔끔한 우리말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나는 책의 내용 자체에 충실하도록 『과학과 사회주의: 20세기 전반 영국 사회주의 과학자들의 집단 전기』라는 다소 건조한 제목을 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합동 전기(collective biography)’라는 독특한 형식의 스토리 전개 방식을 통해 20세기 전반 영국 과학기술의 정치사회사를 기술해 나가고 있다. 이것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 어떤 중요한 사회적 현상도 그 원인이 되는 인물들의 동기 및 열망과 분리되어 이해될 수 없다”(4쪽)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서술 방식은 과학사 서술의 새로운 방법론이란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어 보였다.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다루는 5명의 등장인물은 20세기 영국의 과학사상계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에 해당한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자로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계급과 혁명 그리고 정의와 휴머니즘 등을 열정적으로 추구한 과학자들이었다. 그 시기와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과학을 통한 인간 해방과 이상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던, 그래서 과학과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했던 인물들이다.
우선 버널(John D. Bernal: 1901~1971)은 영국의 식민지 아일랜드 출생으로서, X-선 결정학 분야를 개척하고 『과학의 사회적 기능(Social Function of Science, 1939)』을 저술했으며, 과학사회학 분야를 창시하고 동료들로부터 현자(Sage)라는 별명을 얻었던 철저한 과학적 공산주의자였다. 홀데인(J. B. S. Haldane: 1892~1964)은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생리학자, 유전학자, 진화생물학자로서 과학적 유토피아를 그린 『다이달로스, 과학과 미래(Daedalus; or, Science and the Future)』(1924) 등을 집필하고 말년에 인도와 인도의 문화에 정착했다. 호그벤(Lancelot Hogben: 1895~1975)은 동물학자 겸 의료통계학자로서 우생학 및 나치즘에 대한 투쟁과 비판으로도 유명했으며 『백만 인을 위한 수학(Mathematics for the Million)』(1936) 및 『시민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Citizen)』(1938) 등 대중 과학도서를 집필한 집필자이기도 했다. 레비(Hyman Levy, 1889~1975)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빈민가 출신 유대인으로서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유학하고 항공학의 수학적 모델링 등을 연구한 수학자이자 노동당과 공산당 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니덤(Joseph Needham: 1900~1995)은 런던 출신의 생화학자로서 UNESCO 자연과학분과 초대 위원장을 지냈고 1940년대 이후 전7권에 이르는 대작 『과학과 중국 문명(Science and Chinese Civilization)』을 집필한, 중국 및 동양의 종교와 문화를 사랑했던 생물학자 겸 과학사학자이다. 이들은 모두 영국의 대표적 과학자로서 당시 자본주의 및 전체주의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때 노동운동과 정치투쟁에 몰입했으나, 중년 이후 각자의 삶의 환경과 이데올로기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인생의 궤적을 그렸다. 과학과 정치 그리고 사회문화를 넘나들며 펼쳐진 이들의 파노라마 같은 삶은 당시 사회 속의 과학을 고민한 과학자들이 경험했던 성공과 좌절의 과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1988년 출판된 게리 워스키(Gary Wersky)의 The Visible College: A Collective Biography of British Scientific Socialists of the 1930s을 번역한 것이다. 초판은 1978년 런던의 Allen Lane과 뉴욕의 Holt, Rinehart and Winston에 의해 동시 출판되었으나, 1988년의 재판은 런던의 Free Association Books에 의해 출판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워스키의 1972년 하버드(Harvard) 대학 역사학 박사학위 논문 내용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후 저자는 영국으로 건너가 에든버러(Edinburgh) 대학의 과학학 교수, 바스(Bath) 대학의 사회학 교수, 임페리얼(Imperial) 칼리지의 산업사회학 교수를 지냈다. 1987년 호주로 이주했으며, 이후 학술지 Minerva의 서평 편집자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과학잡지 네이처(Nature),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영국과학진흥협회(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국립물리학연구소(National Physical Laboratory), 그리고 캐번디시 연구소(the Cavendish Laboratory) 및 던 생화학연구소(Dunn Biochemistry Institute)가 있던 캠브리지 대학 등 당시 영국의 과학 연구를 대표하는 커뮤니티들에서 벌어졌던 주목할 사건들과 조직 문화의 변화 등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교수로서, 연구원으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각자의 조직 내에서 또는 과학노동자협회(the Association for Scientific Workers)와 같은 외부 단체를 통해 그리고 노동당(Labour Party), 공산당(the Communist Party of Great Britain), 인민전선(Popular Front), 좌파독서클럽(the Left Book Club) 등과 같은 정치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또 때론 충돌했는가도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제2차 과학기술사 세계회의(the Second International Congress of the History of Science and Technology) 및 과학과 세계질서 대회(Conference on Science and the World Order) 등 영국 국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 국제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국내외에서 소개된 기존의 그 어떤 과학사, 과학사회학 분야 서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새롭고 중요한 자료를 많이 제공해 주고 있다.
한편, 이 책은 그 내용을 보다 실제적으로 이해하려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후반 시기에 걸친 영국 사회의 과학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그 역사적 변화의 전반에 대해 상당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자인 나를 포함해서 이러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개인적으로 고루 갖춘 독자는 국내외적으로 좀처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다양한 독자층의 편의를 위해서, 저자가 지면의 제약 때문에 미처 담지 못했던 관련 내용과 정보에 대해서는 가능한 상세한 [역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노력했다.
몇 차례의 번역 작업에서 느꼈던 것처럼, 이번에도 번역의 과정은 참으로 길고도 힘들었다. 번역권 확보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1년의 시간이 지났고, 강의와 연구 활동으로 번역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제로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나의 전문성이었다. 이 책의 번역은 과학교육학을 주전공으로 하는 나에게는 처음부터 버거운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미 상당히 알고 있고 또 일부의 인물에 대해서는 직접 논문을 쓰기도 했던 입장이었지만, ‘20세기’, ‘영국’, ‘과학기술’, ‘정치’, ‘사회주의’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특징지어지는 이 책을 완벽하게 번역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일부 오역이나 세련되지 못한 번역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부족함들은 전적으로 번역자인 나의 잘못임을 미리 알려두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짧지 않은 번역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사람이 큰 도움을 주었다. <과학교육의 역사> 강좌를 수강했던 여러 대학원생이 책의 내용을 함께 읽고 토론해 주었다. 나의 연구실 대학원생들 역시 번역 초고를 수차례에 걸쳐 검토해주었다. 언어적 감각이 남다른 인섭에게서는 번역을 매끄럽게 하는 데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항상 시간에 쫓겨 번역 마무리 작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나를 인내로 기다려 준 한국문화사 편집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주변의 이러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층이 넓지 않아 좀처럼 번역의 기회를 잡지 못했을 이 책을 <명저번역지원> 과제를 통해 번역출판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준 한국연구재단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관악의 연구실에서 런던의 헌책방을 생각하며
2016년 5월
송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