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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토세미오시스

뮈토세미오시스

(매체.신화.스토리텔링)

송효섭 (지은이)
  |  
한국문화사
2019-10-25
  |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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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토세미오시스

책 정보

· 제목 : 뮈토세미오시스 (매체.신화.스토리텔링)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언어학
· ISBN : 9788968178115
· 쪽수 : 341쪽

책 소개

한국문화사 한국연구재단 저술총서 13권. 저자는 신화에 대해 논의하면서, 신화를 뮈토스와 등치시키는 도식적 사유를 비판해왔다. 뮈토스를 로고스의 반대항으로 놓고, 현상들을 이들 중 하나로 귀속시키는 분류적 방식은 구체적 현실과는 유리된 형이상학적 사유의 폐해를 보여준다.

목차

■ 서문


1장 뮈토세미오시스란 무엇인가?
1. 신화에 대한 질문
2. 뮈토스, 로고스, 뮈토세미오시스
3. 신화, 인지, 행위
4. 신화의 소통
5. 스토리텔링
6. 매체
7. 도상, 지표, 상징
8. 뮈토세미오시스의 실현 모델
9. 서사학적 전략
10. 매체계

2장 신화도상의 고고학
1. 선사시대의 매체계
2. 암석화의 문법
3. 존재의 신화도상들
1) 인간
2) 동물
4. 행위의 신화도상들
1) 자동사적 행위의 도상들
2) 타동사적 행위의 도상들
5. 암석화의 인지적­사회적 스토리

3장 건축, 도상, 의례
1. 공간의 창조, 구성, 배치
1) 말씀
2) 중심의 실현
3) 신성한 집
2. 메타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건축적 의장들
1) 의소 체계
2) 행위소 역할
3) 담화적 요소
3. 아야소피아
1) 건축의 구조
2) 신화도상들
4. 종묘
1) 종묘의 건축
2) 종묘의 구성
3) 종묘제례

4장 글, 그림, 신화
1. 글과 그림의 매체성
2. 글과 그림의 융합 유형
3. 김정희의 <세한도>
1) 발문
2) 그림
3) 제목과 제영 또는 발문
4. 안젤름 키퍼의 <마르가레테-줄라미트>
1) 기호계의 구성
2)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
3) 안젤름 키퍼의 <마르가레테-줄라미트>

5장 시, 영화, 탈신화
1. 영화의 매체성
1) 프레임
2) 숏
3) 몽타주
2. 영화의 매체기호학
1) 미장센과 시네마토그라피
2) 영화의 서사학
3. 짐 자무시의 <데드맨>
1) 제목, 이름, 시
2) 두 개의 스토리
3) 대립항들
4) 사회적 스토리
4. 이창동의 <시>
1) 세 개의 스토리
2) 시
3) 사회적 스토리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소개

송효섭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삼국유사>를 기호학적으로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부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언어-기호학 연구센터에서 기호학을 연구했으며 영국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 대학에서 한국어문학을 가르쳤다. 시학과언어학회,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한국기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 현재 세계기호학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삼국유사 설화와 기호학>, <문화기호학>, <설화의 기호학>, <초월의 기호학>, <탈신화 시대의 신화들>, <해체의 설화학>, <신화의 질서>, <인문학, 기호학을 말하다>가 있으며, '기호학과 비교신화학', “Three Korean literati paintings of an orchid in the deconstructive process” 등 한국문학, 신화학, 기호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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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머리말>

의식의 내용, 마음의 전체적 현현은 추론에서 비롯된 하나의 기호이다.
- C.S. 퍼스

학문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패러다임은 개념을 결정하고 개념은 현상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개념은 본질상 고착적이다. 개념에 대해 회의하면 현상을 보는 눈에 혼란이 오고, 그것은 이제까지의 사유 체계를 뒤흔든다. 진리를 탐구하는 이들이 진리가 고착된 개념과 선험적 패러다임에 서식한다고 믿은 것은 그런 까닭이다. 현상은 변하는데 그가 믿는 개념과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을 때, 그는 모순에 직면한다. 만일 그 모순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는 현상을 그의 믿음에 환원하는 독단과 허위의식에 빠진다. 학문하는 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인문학에서 논의되는 모든 개념 그리고 그 개념을 생성한 패러다임들은 모두 불안정하다. 그것을 토대로 쓴 책이나 논문들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궁극적인 진리를 표명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저 회의주의에 빠지고 말 것인가? 어차피 절대적인 진리가 없는데 진리를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 역시 학문하는 자가 타파해야 할 사유의 장애물이다.
인문학이 삶을 바꾸는 생산적 역할을 한다면, 그 가장 전형적인 방식은 글쓰기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앞서 말한 불안정함의 실천을 통해 그 불안정함을 일깨우고 그것과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학문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글쓰기를 계속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한국에서 ‘신화’를 말하는 것은 주저되는 일이다. ‘신화’는 다른 어떤 개념보다도 예민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중립적인 지시체에 그치지 않는다. 신화라는 개념 속에는 그것에 대한 숭배와 멸시가 동시에 함의된다. 누구는 숭배를 누구는 멸시를 선택한다. 한국에서는 전자 쪽이 더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 개념이 어떻든 그것에 대해 사유하려면 먼저 그것이 드러나는 현상을 치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신화가 존재한다면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드러나는가와 같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신화에 대한 사유에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문학 연구나 종교 연구의 신화 개념을 그대로 추수할 수 없는 까닭은 거기에 신화를 현재의 것이 아닌 과거의 것으로 보는 오랜 관습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어떤 문제도 현재의 경험적 상황과 유리될 수 없다면, 과거의 것으로 간주했던 신화도 현재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신화를 과거에 고착된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 진행되는 사유의 운동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 신화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규정된다. 신화를 신화의 기호작용으로 보고, 이를 ‘뮈토세미오시스’라 이름한 것이다. 뮈토세미오시스는 ‘뮈토스’와 ‘세미오시스’의 합성어이다. 필자는 신화에 대해 논의하면서, 신화를 뮈토스와 등치시키는 도식적 사유를 비판해왔다. 뮈토스를 로고스의 반대항으로 놓고, 현상들을 이들 중 하나로 귀속시키는 분류적 방식은 구체적 현실과는 유리된 형이상학적 사유의 폐해를 보여준다. 필자는 신화를 단순한 뮈토스가 아닌, 뮈토스와 로고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뮈토스가 증폭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로고스 없는 뮈토스 혹은 뮈토스 없는 로고스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전제를 더욱 발전시켜 신화적 기호작용 즉 이 책에서 제안한 뮈토세미오시스에서 신화가 어떻게 소통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은 그 소통의 새로운 모델을 고안하여 제시한다.

최근 인문학에서 ‘기호학적 전회’라는 말이 운위될 만큼 기호학의 사유와 방법은 획기적이고 혁명적이다.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기호학이 오늘날 더욱 널리 확산되는 까닭은 기호학이 그 출발부터 인간의 인지적이고 사회적 측면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소쉬르는 기호학이 사회심리학의 한 분야일 수 있음을 언명했고, 퍼스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해석소가 어떤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호학이 텍스트 중심의 구조 분석에 머무르지 않음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 뮈토세미오시스의 모델은 바로 이러한 신화의 인지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을 수용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한다. 매체화된 서사적 스토리가 인간의 마음속에 형성된 인지적 스토리 그리고 사회적으로 관습화된 사회적 스토리와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기호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사유의 중요한 양식으로서의 신화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사적 스토리로 드러난다. 오늘날 다양한 매체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상황은 뮈토세미오시스가 창궐할 비옥한 토양을 마련한다. 매체가 변하면 뮈토세미오시스도 변한다. 매체가 있는 곳 어디에든 신화가 있기 때문에, 굳이 신화를 문예 장르와 같은 분류적 항목에 귀속시킬 필요가 없다. 그것은 마치 스며들듯, 인간의 인지 속에 둥지를 틀고, 인간의 행위를 통해 실행된다. 이 책은 그 구체적 양상을 필자가 설계한 모델을 통해 새롭게 기술한다.

이 책의 1장은 필자가 제안한 뮈토세미오시스 모델이 고안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이러한 모델이 나오기까지 이전의 기호학 혹은 신화학의 여러 이론이 참조된다. 그러나 핵심은 매체화된 서사적 스토리가 인간의 인지 속에 만들어지는 인지적 스토리 그리고 그것이 기반한 사회적 스토리와의 관계 속에서만 해명된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구조주의 서사학을 넘어 닿을 수 있는 이론적 신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2장은 선사시대 암석화의 뮈토세미오시스를 기술한다. 선사시대의 암석화들은 비교적 단순하고 보편적인 형상을 보여주기에, 그로부터 추론할 스토리 역시 단순하고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그저 원시적인 형상이라 말하기에 앞서, 그 스토리가 갖는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형상이 시공을 넘어 지속적으로 반복됨은 그것의 스토리가 그만큼 보편적임을 증명한다. 문자 이전 사회에서 소통된 암석화는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추론할 여지를 준다. 그렇기에 암석화의 도상에 대한 탐구는 남겨진 희미한 근거를 통해 방대한 문제를 풀어내는 고고학적 탐색이라 할만하다.
3장은 종교 건축과 신화도상의 뮈토세미오시스를 기술한다. 종교 건축과 거기에 놓인 여러 신화도상은 그 형상이 매우 다양함에도, 한편으로는 일정한 도상기호의 문법을 보여준다. 필자는 신화도상에 대해 이전의 저서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한 바 있지만, 이 책에서는 매체의 전체적 지형을 염두에 두면서 그것이 종교 건축과 갖는 관련성을 기술한다. 건축과 신화도상이 갖는 도상적, 지표적 관계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신화적 효과를 뮈토세미오시스로 기술하는 것이다. 건축은 인간이 몸담고 행위를 수행하는 공간이다. 거기에는 인간이 과거에 수행했고, 또 앞으로 수행해야 할 행위의 스토리가 있다. 그것은 기획된 것이고, 인간은 종교 건축에서 그 기획에 따라 의례를 수행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공간과 행위의 뮈토세미오시스를 아야소피아와 종묘의 사례를 통해 기술한다.
4장은 글과 그림 간의 매체적 융합이 야기하는 뮈토세미오시스에 대해 기술한다. 글과 그림은 언어적 매체와 비언어적 매체로 각기 다른 코드에 의해 의미 작용한다. 이들이 인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듯이, 이들이 텍스트로 드러날 때 서로 긴밀한 기호학적 관계를 맺는다. 이들의 코드가 상이한 만큼 이들이 하나의 텍스트로 융합할 때 새로운 기호학적 효과가 발생한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기호학적 효과를 통해 실행되는 뮈토세미오시스를 기술한다. 김정희의 <세한도>를 그림만이 아닌 그에 달린 여러 발문이나 제영들과 함께 살핌으로써, 이들 간의 대화적 관계를 기술한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안젤름 키퍼의 작업들은 기존의 신화와 시 텍스트를 참조함으로써 매체 충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이것 역시 뮈토세미오시스의 한 양상으로 기술한다.
5장은 새로운 영상 매체인 영화에 주목하여, 그것이 언어 매체인 시와 융합하는 양상에 대해 살핀다. 영화는 획기적인 매체를 통해 소통의 가능성을 극대화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언어 매체인 시를 참조한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시가 갖는 함의는 때로는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영상적 경험을 모호하게 하지만, 그 모호함이 오히려 영화의 의미 작용을 활성화하는 과정을 기술한다. 짐 자무시의 영화 <데드맨>은 죽어가는 한 백인에게 인디언 주인공이 제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한다. 그것은 낭만적 신화의 모습을 띠기도 하지만, 또한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토대를 두기도 한다. 이창동의 영화 <시> 역시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 간의 위선과 순수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 사이의 역설적 관계를 보여준다. 뮈토스와 로고스 간의 줄다리기가 뮈토세미오시스임을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보여준 사례들이다.

이 책은 앞서 말했듯 불안정한 담론으로 남아있다. 선험적인 논리에 따르기보다는 구체적인 현상에서 여러 실낱같은 관련성을 찾는다. 뮈토세미오시스는 모든 것에 침윤하여 편재하기에, 하나의 논리로 환원될 수 없다. 필자는 이 책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그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사유가 또 다른 현상에 대한 관찰로 이끌고, 그로 인해 뮈토세미오시스는 줄기가 뻗어가듯 사방으로 뻗어간다. 그런데 그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우리가 현상에 대해 사유하는 일반적 방식은 아닐까?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한 리좀적 사유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신화로 얼룩진 세계에서 유목민처럼 방황하며 탐색한 뮈토세미오시스는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뮈토그라피를 우리에게 펼쳐줄 것이다. 이 책이 매체의 변화에 대해 의식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부감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에, 매체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뮈토세미오시스에 주는 영향의 한도 안에서 언급한다. 따라서 광활한 매체의 바다에서 포획되어 기술될 뮈토세미오시스는 아직도 무한히 남아있다.

이 책의 원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자 이지환, 신송미, 오민경, 노광규의 도움을 받았다. 고맙기 그지없다. 이 책의 출간의 맡아준 한국문화사의 인문학적 열정을 기린다. 끝으로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베푼 한국연구재단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2019년 8월
저자 씀


1장 뮈토세미오시스란 무엇인가?
-신화학의 기호학적 설계

1. 신화에 대한 질문

이 책은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누구나 생각하듯,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신화에서 종교적이거나 문학적 함의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신화를 그저 종교적 문학 혹은 종교적 서사문학이라 하면 분명해질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급한 정의로 인해 우리는 더욱더 신화의 구체적인 면모로부터 멀어진다. 종교적이라 함으로써, 신화는 비종교적인 것과 무관하게 되고, 문학이라 함으로써 신화는 비문학과 유리된다. 신화가 개념화된 범주의 한 자리를 옹색하게 차지함으로써, 그것은 얼마든지 외면되거나 배제되며 또한 철저하게 타자화될 수 있다.
신화의 정의를 구성할 범주적 개념들은 모호하고 문제적인데, 이는 신화라는 개념 자체가 그것을 가중시키는 복합적 특성을 이미 갖기 때문이다. 신화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복합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최대한 기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합적인 것은 그 복합성으로 인해 개념화가 어려워, 그에 대한 환원론적 귀결보다는 과정적 기술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것이든 정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신화는 더욱 그렇기 때문에 형이상학적 관념을 사유하기 이전에 먼저 구체적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화가 갖는 복합성은 신화가 인간에 의해 인지된 인식론적인 것이면서 또한 어디엔가 현존하는 존재론적인 것이기도 하다는 데 있다. 신화가 인식론적이라 함은 어떤 것에 대한 신화적 인식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것은 매우 상대적임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무엇인가를 통해 존재론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주로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 형태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비언어적 형태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가령 성당에 그려진 성화를 예로 들어 보자. 성화에는 성인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것을 성스럽게 인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 종교적 믿음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좌우된다. 성화는 그 자체로 존재론적인 위상을 갖지만, 이러한 인식론적인 문제, 즉 믿음의 문제는 그것을 신화이거나 신화가 아니게 한다. 따라서 신화는 늘 그것이 신화가 아닐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사람마다의 인식이 다르거나 변화하는 데 따라 유동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신화라는 개념이 갖는 복합성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러한 복합성을 기술하는 것은 한층 어렵다. 신화의 모든 현상을 죄다 기술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이들을 요약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앞서 말한 환원론에 귀결된다. 복합적인 것을 단순화시킬 수 없다면, 또 그러한 복합성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예측 불허하고 비규칙적인 것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해결책은 그러한 복합성 뒤에 숨어 있는 규칙을 찾아내는 것일 터이다. 기호학의 용어를 빌려 이것을 코드라 하자. 신화는 비록 본질적인 관념이거나 변화무쌍한 현실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것이 언어로 기술되는 것은 오로지 그것을 코드로 보았을 때이다. 코드는 기호들이 작용하는 규칙을 말하는데, 규칙이란 구체적인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힘을 갖는 것이다. 힘이란 물리적 측정이 불가능하여, 그 질량을 언어로 기술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그 힘이 실현되는 데 작동하는 여러 요소 간의 상호관계나 작용만을 기술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바로 이를 위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한다. 이러한 모델은 물론 단순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 신화의 개념이 갖는 복합성은 그것이 다른 개념들과 얽힌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관계들을 기술하다 보면, 신화의 모델은 거시적이거나 미시적 또는 인식론적이거나 존재론적인 양가성을 갖게 된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질 모델은 새로운 신화 담론의 토대가 되어 또 다른 모델을 생성할 것이다. 이 책은 이 모든 과정을 ‘뮈토세미오시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해명할 것이다.


2. 뮈토스, 로고스, 뮈토세미오시스

신화가 갖는 복합성의 핵심에 존재하는 신화적 코드의 힘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그 힘을 발휘하는 주체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힘의 작용은 늘 반작용을 낳기에, 이 세상에 일방적인 힘의 작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이러한 작용과 반작용 간에는 늘 긴장이 존재한다. 신화의 개념이 갖는 복합성 속에는 이와 같은 긴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신화의 개념 안에 존재하는 긴장은 무엇과 무엇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인가?
고대 그리스의 헤시오드가 규정한 뮈토스와 로고스의 구분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매우 다르다. 오늘날 흔히 신화를 뮈토스로 보고, 철학이나 이성을 로고스로 보는 근대적 관점에서 뮈토스는 타자화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근대의 진화론적 관점은 뮈토스를 과거의 유습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한 로고스를 통해 지식의 체계를 설계하고 구성한다. 그러나 헤시오드는 뮈토스를 ‘강한 자의 논리’로 규정함으로써 ‘약한 자의 논리’인 로고스와 구분한다. 진리가 무엇인가는 상대적인 것이지만, 적어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뮈토스가 로고스보다 더 진리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기간 혹은 인류의 전 역사를 통해 한 번도 뮈토스가 극복되거나 사라진 적이 없었으며, 오늘날도 뮈토스가 인간의 삶과 사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을 미혹이거나 미신이라 타자화시키는 근대의 논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 상대성에 대한 자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신화를 새롭게 수용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뮈토스와 로고스를 사유 형태의 단순 분류항으로 간주할 수 없는 까닭은 이것이 인간의 인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뮈토스는 이야기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바로 신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자체로 스토리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스토리 세계에 존재하는 존재물들이나 그들이 벌이는 행위는 이미 사건화된 것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에게 사실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사실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뮈토스가 피어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사실로 받아들이는 인지 작용 안에는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또 다른 인지 작용이 늘 수반한다. 그것을 기억할만한 것이거나, 도덕적인 것이거나, 정의로운 것 등으로 받아들이는데, 바로 이러한 가치를 부여하는 인지 작용이야말로, 우리가 소위 로고스라 말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것은 당연히 논변의 대상이 된다. 어떤 이야기를 놓고 그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은 늘 이야기 자체에 수반되어 인지되는 필수적인 것인데, 그것을 로고스라 한다면 로고스는 늘 뮈토스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뮈토스와 로고스는 서로 길항하면서도, 또한 서로가 서로를 고무하는 역설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필자는 따라서 신화를 단순히 뮈토스 혹은 로고스라는 개념으로 환원하여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다. 개념이 아니라면 그것을 앞서 말한 어떤 힘을 발휘하는 운동 같은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신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체이다. 즉 신화를 신화작용과 같은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기호sign를 기호작용semiosis으로 이해하는 퍼스 기호학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화를 신화 작용 혹은 신화의 기호작용으로 보는 다음과 같은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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