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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유학

감성의 유학

김경호 (지은이)
  |  
전남대학교출판부
2014-05-23
  |  
18,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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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유학

책 정보

· 제목 : 감성의 유학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철학
· ISBN : 9788968491085
· 쪽수 : 406쪽

책 소개

감성과 유학에 대한 일반적 논의에서 시작하여, 신체화된 감정 이론에 근거하여 슬픔.분노.사랑의 감성적 층위를 조명한 후, 일상에 깃든 유학자들의 감성적인 결을 따라서 그들이 발견한 삶의 미학을 확인했다.

목차

책머리에 4
감사의 글 14

제1부 감성과 유학
감성, 감정, 정서 23/ 유학적 삶의 세계 28/ 유학적 감성의 원형 32/ 유학적 감성의 결들 35/ 유학과 감성 46/

제2부 감성의 별자리
제1장 슬픔: 어디에서 오는가?
신체화된 슬픔 56/ 유동하는 슬픔 58/ 슬픔의 메커니즘 62/ 슬픔의 두 층위 67/ 슬픔의 도덕화 70/ 슬픔의 파도타기 75/

제2장 분노: 어떻게 작동하는가?
분노하라 80/ 분노의 메커니즘 83/ 생존을 위한 분노 87/ 분노의 동역학 92/ 평정심과 증오 97/ 분노를 사유한다는 것 100/

제3장 사랑: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랑의 단층들 104/ 『시경』의 사랑 106/ 인과 애인 111/ 겸애와 측은한 사랑 118/ 사랑의 의미화 124/

제3부 유학자의 감성세계
제1장 그리움의 분노: 김인후의 통곡
1545년, 인종의 죽음 132/ 학술과 의취 139/ 심복과 미인 143/ 비통과 에그 146/ 통곡과 울분 150/ 이해의 여백 158/

제2장 낙향의 정조: 기대승의 비애
떠남의 풍경 164/ 만남과 이별 168/ 세상과의 불화 174/ 도학의 감성 182/ 인정과 옳음 190/

제3장 늙음의 미학: 장현광의 노년
제대로 늙는다는 것 194/ 철학적 주제로서 노년 198/ 천지만물은 모두 나그네 205/ 노인사업 210/ 활동적인 노년 215/

제4장 안팎의 사이: 박지원과 열하
낯설음 혹은 낯익음 218/ 상상적 공간 221/ 열하의 세상 225/ 경험의 재구성 235/ 균열된 낯익음 239/

제4부 감성의 재구성
제1장 몸과 체험: 세속적 삶의 성화
왜곡된 몸과 영성 244/ 세속적 삶의 선회 245/ 성스러운 몸과 결여된 몸 250/ 성리학적 삶의 성화 255/ 동학의 종교 체험 262/ 영적 존재의 회복 267/

제2장 삶의 재정향: 일상적 삶에 대한 성찰
삶의 모색 272/ 부조리한 삶의 세계 275/ 몽과 격몽 278/ 일상의 재발견 284/ 마음의 지향 287/ 삶을 위한 재성찰 296/

제3장 지향적 세계: 유토피아를 향한 분투
생존투쟁 300/ 부재하는 열망 303/ 공자의 탄식 305/ 맹자의 봉기 308/ 신채호의 무장투쟁 313/ 봉기의 감성적 지평 317/

참고문헌 321
주 334
찾아보기 397

저자소개

김경호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검푸른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 고성의 공현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하여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배웠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유학을 공부한 후 '율곡의 심성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최근 수년간 '감성유학론'과 '한국인의 감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횡단적 보편학으로서 감성인문학과 호남학의 이론 정립을 위한 아젠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4년도에는 율곡학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율곡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감성유학》(전남대학교출판부, 2017), 《감성의 유학》(전남대학교출판부, 2014), 《동양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리와 기의 조화와 충돌 그리고 탈출》(글항아리, 2012), 《인격성숙의 새로운 지평-율곡의 인간론》(2008, 정보와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공감장이란 무엇인가》(도서출판 길, 2017) ·《우리시대의 사랑》(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우리시대의 분노》(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유교도교불교의 감성이론》(경인문화사, 2011) ·《감성의 세 층위》(경인문화사, 2010) ·『한국유학사상대계》(한국국학진흥원, 2005) ·《조선유학의 개념들》(예문서원, 2002) ·《자료와 해설 한국의 철학사상》(예문서원, 2001) 등을 여러 사람과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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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머리말


- 왜 감성의 유학인가?

나무가 열매를 맺어 씨를 뿌리면,
木結實而種之
또 이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
又成是木而結是實
이 나무는 예전의 나무가 아니다.
木非舊木也
- 소옹邵雍

1.
이 책은 감정ㆍ정서ㆍ느낌을 포괄하는 감성을 키워드로 하여 신체화된 감정embodied emotion의 층위에서 감성과 유학, 유학자와 감성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지만 유학감성론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탐구하기 위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유학의 개념과 감성에 대해 낯설게 사유하기를 시도했다. 낯설다는 것은 특별히 새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통속적으로 당연시되는 수용적 이해의 태도가 아니라 다르게 사유하기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유학과 감성을 이해하는 방식은 기존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원고를 가다듬고 이 책의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동료 연구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내용은 이미 잘 알고 있는데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사유방식이나 방법론은 낯설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낯섦의 심리적 저항감이 의혹과 궁금증을 유발한 것이다. 감성의 유학은 무엇을 말하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이것은 이 책을 펼쳐보는 독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낯설음은 감성과 유학이라는 낯익은 두 낱말을 혼성하여 만들어진 ‘감성의 유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체계의 형성과 연관된다. 혼성된 개념은 단순히 유학이나 감성이라고 하는 개별 낱말의 합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과정은 새로운 사유공간을 창발한다. 이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망이 만들어지며 의미의 토대가 구축된다. 우리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여겨지는 특정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주제나 방법론의 측면에서도 이전의 연구와는 차이가 난다. 기존의 유학에 대한 연구경향은 주로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당위적인 유학적 가치나 이념을 조명하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이 책은 신체화된 마음 이론embodied mind theory과 개념적 은유 이론conceptual metaphor theory, 인정투쟁 이론theory of recognition struggle 등을 근거로 하여 유학의 내밀한 감성을 계기적으로 포착하고 재해석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게다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감정은 서구의 지성사를 통해서 부정적으로 수용되었던 이성의 대척점에 있는 ‘감정’과는 다르다. 이 책에서 논의하는 감정은 인지과학과 인지생물학 등 경험과학적 성과를 통해 확인된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에 근거하여 새롭게 제안되는 신체화된 감정embodied emotion이다.

2.
우리는 슬픔을 비롯한 기쁨, 분노, 사랑 등과 같은 개별 감정을 일상적으로 느끼고, 그러한 감정과 느낌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간다. 누구나 경험하고, 또 자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감정이나 정서, 느낌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대의 일상 속에서 감정이나 정서, 느낌의 발생 원인과 표현 양상은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복잡미묘하다. 감정과 느낌은 단순히 심리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신체 표현으로 드러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정서적 차원을 넘어 다중의 집단적인 의사를 형성하는 감성동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감정이나 정서, 느낌과 같이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감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사적인 차원에서 내밀해짐과 동시에 공적인 차원에서 관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대를 감성의 시대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와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감성의 시대라는 표현에는 인간의 인식과 판단 그리고 행위의 영역에서 이성만이 아닌 또 다른 인간의 능력이 제고되어야 한다는 성찰이 담겨있다. 합리적인 사유에는 이성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성에 근거한 다양한 감정과 무의식적 기제가 함께 작동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감성에 대한 이 시대의 호명은 이성과 이항 대립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느낌이나 감정, 정서를 포함하는 감성에 대한 반성적 이해를 요청한다. 삶의 과정에서 돌출되는 수많은 일들은 지금까지 이성이라 불러온 특정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인간의 자연적 능력인 감성의 조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반성이다.
이 책에서는 감성을 ‘특정한 기분이나 느낌이 결합된 정서적이고 인지적인 삶의 태도나 반응 양식’이라고 정의하면서 논의를 진행한다. 감성은 단순히 사물인식이나 지각의 수용양상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드러나는 태도와 반응양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감성에 대한 재인식은 인간의 의식적 판단과 행위가 이성에 따른 합리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반이성주의적인 관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성에 의해 간과되었던 감성 요소들의 회복을 통해서 이성이란 이름의 영역과 감성이란 영역이 중첩되고 포개지는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감성적 일면과는 다르면서도 공동의 지반을 갖고 연결되어 있는 이성이라는 이름의 사유방식이 중층적으로 교직交織된 양상이다.
이성의 이름으로 주도되었던 서양의 객관주의 학술전통은 대체로 감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느낌이나 감정, 정열과 같은 감성적 요소들은 그 표출방식이 사적이면서 충동적이라는 이유로 인해 매우 제한적으로 연구되었다. 그런 점에서 감성은 보편을 추구하는 학문의 탐구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인지cognition와 관련한 경험과학적 성과를 수용하고 있는 감성에 대한 새로운 탐구는 이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것들에 대하여 이전과는 다른 완화된 견해들을 제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성의 영역으로 다루어졌던 도덕 판단의 메커니즘이나 행위의 양상, 개인적 욕망의 층위와 사회적 갈등 양상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감성의 측면이 고려된다.
앞으로 진행될 감성에 대한 탐구는 점차 개별 분과학문의 영역을 넘어 통합학문적 관점이 강화될 것이고, 인간의 신체성을 근거로 하여 경험적 세계를 해명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당연히 감성과 이성의 상호적이며 관계적인 위상 정립을 통해서 새로운 인간학을 모색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감성의 관점에서 유학을 연구하는 유학감성론은 바로 이와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유학감성론은 인간의 신체적 공공성을 근거로 하여 오래된 동양적 사유와 지적 전통을 재해석함으로써 보다 나은 삶의 기획과 실천을 모색하는 인간학적 탐구이기 때문이다.

3.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은 2010년부터 2014년에 걸쳐 감성을 의제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애초에 단행본 출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연구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감성, 마음, 유학을 키워드로 하는 글이 집적되었고, 일정한 연구 방법론도 갖추게 되었다. 단행본으로 묶으면서 원래 글의 장절을 해체하고 중복되는 부분은 삭제하였으며, 일부분은 보충하여 재구성하였다. 각주는 미주로 처리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다음과 같다.

1. 「유학적 감성세계와 공감」, 『감성연구』 1,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0. 85-113쪽.
2.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신체화된 마음을 중심으로」, 『철학탐구』 31,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2. 125-152쪽.
3. 「분노로부터 마음의 평정-분노의 동역학을 중심으로」, 『철학탐구』 34,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3. 37-64쪽.
4. 「무엇을 ‘사랑’이라 할 것인가-유학에서 사랑의 기획」, 『인간환경미래』 12, 인간환경미래연구원. 2014. 33-61쪽.
5. 「그리움의 분노-하서 김인후의 통곡과 유소사」, 『한국인물사연구』 19, (사)한국인물사연구회, 2013. 145-177쪽.
6. 「고봉 기대승의 낙향과 삶으로서의 철학-비애의 정조를 넘어서」, 『한국인물사연구』 17, 한국인물사연구소, 2012. 155-185쪽.
7. 「웰에이징-노년의 삶에 대한 여헌 장현광의 성찰」, 동양고전연구 49, 동양고전학회, 2012. 109-136쪽.
8. 「낯설음과 낯익음의 경계-열하일기의 감성적 지평」, 유교사상문화연구 51, 한국유교학회, 2013. 203-230쪽.
9. 「영적인 몸-체험을 통한 세속적 삶의 성화」, 『철학연구』 36, 고려대철학연구소. 2008. 345-373쪽.(손병석 외, 『동서 철학 심신가치론과 현대사회』, 2013. 383-412쪽 수록)
10. 「삶의 재정향을 위한 성찰과 실천」, 『율곡사상연구』 20, (사)율곡학회, 2010. 48-85쪽.
11. 「봉기의 동력에 대한 철학적 성찰」, 『감성연구』 7,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3. 41-72쪽.

제1부 【감성과 유학】은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글이다. 여기에서는 감성연구의 현주소를 소개하고, 감성연구의 방법론을 통해서 전통시대의 유학이 어떤 의미를 확보할 수 있는가를 탐구했다.
제2부 【감성의 별자리】는 인간의 감정을 대표하는 슬픔, 분노, 사랑의 감성적 지평을 변화하는 별자리를 그리듯이 살펴보았다. <슬픔: 어디에서 오는가?>는 신체화된 감정을 중심으로 슬픔의 메커니즘과 슬픔의 도덕화(의미화) 과정을 다루었다. <분노: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분노를 역동적인 운동과 힘의 동역학적인 측면에서 조명하고, 분노가 어떻게 평정심이나 증오에 이르게 되는가를 탐구했다. <사랑: 무엇을 의미하는가?>에서는 유학에서 사랑의 의미를 해명하고, 사랑을 도덕감정으로 포섭하려는 유가철학적 기획을 다루었다.
제3부 【유학자의 감성세계】에서는 김인후, 기대승, 장현광, 박지원 등 조선시대 유학자의 일상에서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 방식을 포착하여 그들의 경험적 감성세계를 다루었다. <그리움의 분노: 김인후의 통곡>은 전통시대 군주와 신하 사이에 형성되었던 인정과 의리에 기반한 감성적 연대와 파국의 국면을 김인후와 인종을 통해 고찰했다. <낙향의 정조: 기대승의 비애>는 상식적 정당성이 현실과 충돌하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낙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유학자의 참담한 심정心情을 기대승의 사례를 통해 탐구했다. <늙음의 미학: 장현광의 노년>은 제대로 늙는다는 것의 의미를 장현광이 제안하는 노인사업老人事業과 존도存道 개념을 통해 살펴보았다. <안밖의 사이: 박지원과 열하>는 안과 밖을 동시에 포착하려 했던 박지원의 경계적 사유를 『열하일기』에 보이는 낯설음과 낯익음이라고 하는 겪음의 과정을 통해 고찰했다.
제4부 【감성의 재구성】은 감성적 세계를 넘어서 새로운 삶의 지평을 모색하려는 실천적 노력을 ‘지향적 삶의 추구’로 파악하고, 이것을 몸ㆍ영성ㆍ수양ㆍ사회적 실천의 측면에서 고찰했다. <몸과 체험: 세속적 삶의 성화>에서는 우리의 몸은 영적이며, 이 몸의 영성을 회복하여 삶을 성화하려는 실천적 행위를 성리학과 동학의 두 측면에서 조명했다. <삶의 재정향: 일상적 삶에 대한 성찰>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성에 대한 자각과 각성을 통해 부조리한 삶의 세계를 변혁하려는 주체적인 운동을 격몽擊蒙과 입지立志의 관점에서 탐구했다. <지향적 세계: 유토피아를 향한 분투>는 부재한 유토피아를 지금 여기에 구현하기 위한 삶의 분투로서의 감성동력이 집단적 역량으로 드러나는 측면을 봉기蜂起의 관점에서 살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감성과 유학에 대한 일반적 논의에서 시작하여, 신체화된 감정 이론에 근거하여 슬픔ㆍ분노ㆍ사랑이의 감성적 층위를 조명한 후, 일상에 깃든 유학자들의 감성적인 결을 따라서 그들이 발견한 삶의 미학을 확인했고, 감성적 분투가 혁신을 통한 자기 정체성 회복과 변혁의 역량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살폈다. 이 책은 결국 전일하게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존재의 전회와 같은 수평적 초월horizontal transcendence의 계기적 순간이란 감성과 지성의 통합적 관점을 통해 발견되고, 이 과정에서 감성은 더 이상 사적인 영역에 물지 않고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을 재정위하는 동역학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4.
감성의 관점에서 익숙한 유학을 연구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다. 익숙함의 낯설음은 단순히 감성이나 유학에서 제안하는 개념이나 이론체계의 문제에서 비롯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인식은 언제나 명확하고 분명한 듯하지만 그것은 언어 이전, 선언어적인 상태를 전제한다. 우리가 언어로 사유하고, 사유의 언어를 통해 개념을 창출하면서 의사소통 과정을 수행하는 행위의 기저에는 광범위한 인지적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인지적이면서 동시에 인지적 무의식이 작동하는 이 세계는 우리의 온-경험이 작동하는 세계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삶의 형식은 구성된다. 익숙한 것인데도 낯설게 인식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경험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학의 감성을 연구하는 나의 시도는 삶을 경험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억압의 구조들을 해체하고 인간의 조건을 자연성의 층위에서 통합적 전체로써 파악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사유의 문제만이 아니라 삶을 경험의 일상적 세계로 되돌려 놓는 실천을 요구한다. 당연히 우리는 삶과 학술을 분리하려는 음험한 기도와 특정한 것들에 사로잡혀 가르기와 배제를 일상화한 사유의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
이 책에서 탐색하고 있는 유학감성론은 사실 규범성과 개성의 결합이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과제 영역을 향하고 있다. 이 미답의 철학적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유학감성론은 이성에 근거한 객관주의objectivism를 넘어서야 할 뿐만 아니라, 감성을 소환할 때 봉착하게 되는 정서주의emotivism의 한계 또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가야할 길은 멀고 귀착지는 어디가 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탐구해야 할 대상은 감성의 영역만도 아니고, 감성의 대척점에 있다고 상정되어온 이성의 영역만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감성과 이성으로 분할될 수 없는 온전한 삶의 세계, 곧 온-경험의 세계가 감성의 유학을 통해 탐구해야 할 영역이다. 유학이 표방하는 도덕규범의 형식과 내용을 감성이라는 개성적인 생활세계의 일상성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횡단적transversal이며 상관적인 사유correlative thinking를 통해 감성과 유학의 지평을 혼성하는 철학적 기획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2012년에 출간한 『동양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라는 책을 통해서 리理와 기氣 개념에 용해되어 있는 유학적 사유와 감성의 질성을 탐색한 바 있다. 새로 묶여진 이 책에서는 리기 개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유학의 감성적 측면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일견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방향의 연구가 동일한 한 면을 바라보는 방법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유학의 감성에 대한 탐구는 개별적이고 상이한 것들의 나열이 아니라 절합articulation의 연결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선행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사용하였던 개념적 은유 이론이나 신체화된 마음 이론과 같은 낯선 사유방식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감성과 유학을 독해했다. 이 방법적 도구를 통해 유학자들의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이 과정은 분명 낯선 것이었고 오류와 미해결의 과제를 동시 남겨주고 있다. 그렇지만 낯설음의 과정은 오히려 잊었던, 그리고 어쩌면 의식의 심연에 방치되었던 것들이 그림자 환등처럼 되살아 떠다니는, 잊힌 익숙한 것들의 재발견이기도 하였다. 텍스트에 묶여 낡고 볼품없어 보이던 오래된 것들이 새로운 얼굴로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제기하는 유학감성론은 가본 적이 없는 모험의 길을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길을 나선 사람만이 길을 만든다. 갈 길이 먼 미답未踏의 길에 성좌星座를 그려나가는 이 연구가 누군가에게는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는 무모하거나 혹은 명랑한 동력이 되길 희망한다.

2014년 5월 18일
봄날이 흐르는
무등산을 바라보며
김경호 쓰다.


제1부 감성과 유학

감성, 감정, 정서
감성이란 낱말은 학계에서 논의하기 이전에 이미 사회일반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다. 인터넷 포탈에서 감성을 검색해보면 이와 관련된 무수한 조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성과 대비되는 것으로 감성을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며, 여기에 추가로 감성공학ㆍ감성지능ㆍ감성지수ㆍ감성마케팅ㆍ감성소비ㆍ감성디자인 등과 같은 새로운 신조어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19세기 후반 일본의 니시 아마네西周(1829-1897)가 sentiment를 감성感性으로 번역하여 동아시아에 전파한지 100여 년이 흐른 뒤의 현상이다. 번역어로서의 감성은 이제 현대 한국인들의 일상에 깊이 침투하여 있다. 감성은 광고의 문구만큼이나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감성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정작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감성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어렴풋하게 알겠는데 정확하게 그 개념이 정리되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째서일까? 이러한 현상은 일상어로 착근되어 유통되고 있는 감성에 대한 친숙함과 막연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감성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감성이라는 용어가 감정感情이나 정서情緖와 거의 동일하게 사용되고, 감성ㆍ감정ㆍ정서 등은 이성과 비교할 때 반대의 영역을 지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같은 한국인들의 상식적인 언어 이해 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 감정에 대해서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 기술하고, 정서에 대해서는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로 정의하고 있다. 감성의 경우에도 “이성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라고 하는 학술적 정의보다는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라는 통속적인 의미가 더 일반적이다. 한국인의 일상적 언어생활에서 감정은 합리적이지 못한 즉각적인 기분이 표출된 부정적 어감을 가진다. 그래서 감정은 이보다는 순화된 특정한 기분이나 분위기를 의미하는 정서로 대체되었다가, 이제는 특정한 마음이나 느낌, 기분이나 분위기를 포괄하는 감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감성에 대해서 이처럼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용어와 개념이 우리에게 없었던 수입된 것이라는 점이 한 원인이다. 우리말에서는 현재, 감성ㆍ감정ㆍ정서를 구분하고 있지만, 이 세 낱말은 하나의 단어와 연결된다. 우리는 현재 emotion을 감성ㆍ감정ㆍ정서로 번역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이성과 다른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에 대해 재발견하기 시작했던 18세기 서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었다.
18세기 영국의 경험론자인 흄David Hume(1711~1776)은 불어에서 차용한 sentiment를 emotion과 함께 혼용하였다. 이외에도 affect나 passion, perturbation 등이 당시에 통용되었다.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인식능력의 하나로 감성Sinnlichkeit을 사용했다. 이외도 sensibility, sensitivity는 감성 혹은 감수성으로 번역되었으며, feeling의 경우에는 감정ㆍ느낌이라 번역되었다. 이처럼 감성과 관련한 용어의 다양함은 그와 관련한 개념적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감성과 관련된 용어와 개념의 복잡한 이력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관련된 반응의 다채로움만큼이나 서양철학사의 긴 여정을 이룬다. 감성에 대한 시대적 함의와 의미의 변천은 그래서 ‘감성’에 대하여 쉽게 대답할 수 없게 만든다.
소크라테스Socrates(BC 469~BC 399) 이래로 인간 행위의 보편적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탐색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으로서의 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간의 욕망이나 충동과 같은 것은 인간의 감각적인 영역에 한정함으로써 감성ㆍ감정은 조절되거나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하였다.
플라톤Plato(BC 428~BC 348)은 인간 본성의 세 요소를 구분하면서 인간을 “하나는 검고 하나는 흰 두 필의 말을 한 사람의 몰이꾼이 몰고 가는 마차”에 비유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검은 말은 인간의 충동적인 욕정을 의미하고, 흰말은 기개, 몰이꾼은 이성을 의미한다. 상징적인 이 은유는 이성에 의한 감성ㆍ감정의 조절ㆍ통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전통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BC 384~BC 322)에 이르러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비록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성을 정의하면서 충동과 욕망을 인정하지만, 그것을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불합리한 부분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성주의 전통은 지속된다.
이후 17세기에, 당시의 세상에서는 고독하고 불온했던 스피노자Baruch Spinoza(1632~1677)는 데카르트Descartes(1596~1650)의 심신이원론을 비판하면서 육체의 관념이 곧 정신이라고 하는 ‘마음과 몸’에 대한 일원적 관점을 제기하게 된다. 그는 감정이나 정서 혹은 정념으로 번역되는 affectus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이 환경 속의 사물들과 교섭을 갖는 동안 주위로부터 닥쳐오는 자극의 힘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반응의 모든 방식을 설명한다. 이것은 conatus라고 하는 자기 보존을 위한 노력과도 연결되는데, 스피노자는 인간본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통해 선과 악, 자유와 구원 같은 개념을 감성ㆍ감정이나 생명의 조절 등과 연결시켰다.
이전 시기와 다른 감성ㆍ감정에 대한 복권은 18세기 영국 경험론자들에 의해 주도된다. 이들은 도덕감moral sentiment의 문제를 철학적 주제로 다룬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통합 과정에서 에딘버러를 중심으로 한 계몽주의자들은 산업혁명의 시기에 기존의 이성주의에 회의하게 된다. 이들은 개인의 합리적 사유와 인간의 감각 경험들을 중시하는 입장을 표명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흄이다.
흄은 샤프츠베리Shaftesbury(1671~1713), 허치슨Francis Hutcheson (1694~1747) 등 선배학자들이 주장했던 도덕감정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는 상상력을 강조하는 한편, 이성이 경험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사실의 문제들에 관해서 어떤 추리도 끌어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그는 “이성은 오직 감정의 노예이며 노예여야만 한다. 그리고 이성은 감정들에 봉사하고 순종하는 일 이외의 다른 일이 없다” “모든 도덕성은 우리의 감정sentiment에 달려 있다.”라고 선언하게 된다.
흄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도덕철학 체계를 정립하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는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을 통해 감정과 공감sympathy에 대한 흄의 논의를 계승하면서 재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공정한 제3의 관찰자’ 개념을 통해 타자를 이해하는 공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감성의 영역에 대하여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감성과 관련한 용어의 다양함과 의미와 개념의 변천 과정은 감성에 대해 정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에 덧붙여 감성의 범주가 인간의 육체적 감각뿐만 아니라 느낌, 직관, 가치 등 정신 작용의 영역에까지 걸쳐 있기 때문에 감성은 학술 영역으로도 탐구하기가 쉽지 않다. 감성에 대한 최신 연구 경향은 ‘확장된 감성의 영역’을 잘 보여준다.
최근 감성연구 동향은 『Handbook of Emotion-3rd ed』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전통적으로 감성의 문제를 다루었던 철학ㆍ심리학 분야 이외에 뇌과학ㆍ생물학ㆍ신경심리학ㆍ인지과학을 비롯하여 역사학ㆍ사회학ㆍ문학ㆍ음악ㆍ교육ㆍ문화 등의 다양한 학문분과의 관점을 담고 있으며, 건강과 치유 등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감성을 다루는 학문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감성의 문제’가 복잡다단하고, 또한 우리 시대의 주요한 삶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성 문제를 해명하기 위한 이론 또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로널드 드 수사Ronald de Sousa는 우리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주요한 감성이론과 경향을 정리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감성연구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에서부터 칼 랑게Carl G. Lange 그리고 스탠리 샥터Stanley Schacter, 제롬 싱어Jerome Singer,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등이 다루었던 느낌 이론Feeling Theory, 인지이론Cognitivist Theories, 지각 이론Perceptual Theories과 감성과 지향적 대상에 관한 연구Emotions and Intentional Objects, 심리학적이고 진화론적 접근법에 의한 감성연구Psychological and Evolutionary Approaches, 의사소통과 관련한 감성 온톨로지 연구The Ontology of Emotions, 감성과 마음의 문제Emotions and the Topography of the Mind, 합리성과 감성의 문제Rationality and Emotions, 도덕과 감성의 문제Morality and Emotions, 감성과 자기 이해의 문제Emotions and Self-knowledge 등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감성 이론과 연구 경향을 통해 감성연구의 난점과 함께 현재 감성연구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인지이론에서는 감성이 일종의 인식적 기능을 갖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신념과 욕망이 실린 판단이라고 인정한다. 진화론적 입장에서는 감성이 자기보존을 위한 생존의 한 방식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며, 도덕과 감성의 문제에서는 감성이 도덕적 삶에 기여한다고 본다. 또한 감성은 사려와 관련된 상황에서 합리성의 필수적인 틀을 제공한다고 본다.
이렇듯 현재 감성에 대한 연구와 이론은 감성을 각각의 영역으로 나누어 접근하고, 특정한 영역에서 타당한 설명을 시도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것은 감성연구의 영역이 광범위한 만큼 그 이론도 복잡하고 탐구의 과정은 지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학적 삶의 세계
감성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서양과 달리 동아시아의 전통철학, 특히 유가철학에서는 인간의 조건에서 비롯되는 음식남녀飮食男女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와 감정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한 감성적 욕구는 인간에게 좋은 것好과 싫은 것惡을 구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반응이고, 대상에 대한 감응을 통하여 실천적인 도덕 원칙과 윤리적 행위 규범의 당위성을 모색하였다.
성聖스러운 속인俗人이었던 공자에 의해 집대성된 유학은 삶의 과정 그 자체the process of living itself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의 주무대는 빈번하게 접촉하는 일상적 삶의 세계이며, 그 세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과 그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가 중요시 된다. 그 관계성의 영역에서 서로가 공유하고 느끼는 감정은 그렇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자의 인仁, 충忠, 서恕, 예禮 등의 개념뿐만 아니라 맹자의 의義 또한 사람의 관계와 정서적 연대감을 바탕으로 성립한 개념들이다. 이렇게 보면 유학적 감성세계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발산할 것이며, 어떻게 조절하여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유학의 감성세계를 다루는 이 글에서는 인간이 대상과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정서, 느낌을 감성의 영역으로 다룬다. 『예기』에서는 “사람이 태어나서는 고요하니 이것은 하늘의 성이다. 외물에 느끼어感 움직임이 있는 것動은 본성性의 욕구欲이다. 외물이 이르러 지각이 작동한 연후에 호오好惡의 감정이 드러난다.”라고 하여 유학적 감성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유학적 세계관에서 인간은 우주자연의 일부이다. 인간은 바로 우주자연의 생명성을 근거로 하여 탄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우주자연을 상징하는 하늘의 본성을 갖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인간은 외물에 접촉함感으로써 감각이 자극되고, 그 자극으로 인하여 반응應을 보이게 되며, 이때 좋아하고好 싫어하는惡 감정이 드러나게 된다.
유학의 감성세계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사물의 세계에까지 확대 적용된다. 사람과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물과의 만남의 접속을 통해 일정한 감정과 정서적 느낌이 파생되고, 또한 그 감응感應의 기운이 상호 교류한다고 본다. 유학적 감성세계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관계를 통해 정서와 감정이 교류되듯이 사람과 사물 또한 접촉을 통해서 감정이 일어나게 되고, 타자로서의 외물로부터 얻은 느낌에 대하여 일정한 감성의 대응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자는 타자로서의 외물에 대해서도 정서적이면서도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감성적 인간, 곧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를 중히 여긴다. 공자가 기수음영沂水吟詠하고자 하는 증점曾點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증점은 “늦은 봄날 봄옷이 마련되면, 벗들과 동자들을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다 시를 읊조리며 돌아오리라.”라고 자신의 심경을 말한다. 이러한 제자를 보고서 공자는 “나는 그대(증점)와 같이 하겠노라.”라고 한다. 공자는 증점의 쇄락한 감성적 세계를 높이 칭찬한다.
이처럼 개인과 개인, 개인의 확장으로서 사회적 관계망을 중요시했던 유학의 전통은 감성적 교류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 공감共感ㆍ sympathy을 중시하게 된다. 공감은 본래적 느낌 속에서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공감은 타인에 대한 체험의 형태이기도 하다. 유학적 감성세계에서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내가 속해 있는 사회적 관계의 그물망뿐만 아니라 타자로서의 삶의 제 조건인 환경까지도 단순한 이해 관계를 넘어서 정서적 연대를 이룬다. 곧 공감의 세계를 형성해 가는 호혜적인 평등의 관계이자 사랑의 관계이다.
상호 연대를 통해 생명활동이 지속되는 만큼 모든 존재자는 생명성을 공유하는 존재로 파악된다. 부모의 죽음을 애도하는 최소한의 시간(3년)을 설정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나에게 생명과 삶의 터전으로서 문화를 전해 준 부모의 조건 없는 헌신과 사랑에 대한 감사와 존경은 그래서 인륜성의 근본인 효孝의 감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조와 절개를 강조하던 유학자들도 의리를 중시하지만 그들은 또한 예민한 감성에 기초한 인정人情의 구현자들이다. 이들은 행위와 언어활동의 이면에 유학적 감성이 개입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이성적 합리성과 같은 것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기질氣質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덕성의 가치를 확대하고자 했던 교육 분야는 특히 감성적 측면을 중시하게 된다. 유학자들은 교육에 있어서 정서의 측면과 의리의 측면을 병행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모든 정치적 행위 또한 인정人情에 기반하여 실행되었고, 그러한 점에서 힘과 폭력에 의한 통치보다는 덕치德治ㆍ예치禮治를 중시하였다.
유학의 세계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서와 감정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도출할 수 있는 균형잡힌 감성적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런 정서와 감정이 표출되는 유학적 감성세계는 바로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여 마음이 드러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性發爲情. 이러한 조건하에서 도덕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공감이다. 유학에서는 우리 인간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다고 본다. 그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다. 이렇기 때문에 유학적 감성세계는 인간의 본성性과 마음心 그리고 감정情의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관계성을 통해 나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적 감성의 원형
공자는 자연생명과 기운을 교감하면서 예민하게 감흥을 내면화시킬 줄 아는 감성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공자는 그러한 시詩적 감흥興이 넘치지 않게 예禮로 조절하고, 궁극적으로 조화로움의 즐거움樂을 추구한다. 그러한 공자의 입장이 잘 표현된 것이 다음과 같은 글이다.

시詩에서 흥기하고, 예禮에 서며, 악樂에서 완성한다.

시는 인간의 성정, 곧 마음의 상태에 따라 표현되는 것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특하기도 하고 바르기도 하다. 하지만 시는 기본적으로 착한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시를 읊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발화자의 감성은 타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게 되며, 선한 마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감성을 흥기한다. 이 때문에 공자는 『논어』의 「위정」에서 “『시경』 삼백 편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한다.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은 다름아닌 진실성을 의미한다. 진실한 마음이 곧 시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공자가 『시경』을 예로 드는 것은 『시경』의 세계가 인간의 소박한 감정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그러한 점에서 도덕감성의 선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시詩를 통해 표상된 인간의 감정과 정서, 느낌의 순수성을 특히나 강조한다. 『논어』의 「팔일」에서 공자는 <관저關雎>에 대해 “『시경』의 <관저>편은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樂而不淫 슬프면서도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哀而不傷.”고 한다. 관저는 물수리에게서 보이는 사랑의 감성을 표현한 것인데, 여기서 표현된 시의 아름다움은 지나치지도, 모자람도 없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시를 짓고 읊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흥은 도덕감정의 흥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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