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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악마를 위하여 1

내 안의 악마를 위하여 1

피숙혜 (지은이)
  |  
가연
2020-08-10
  |  
14,8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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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악마를 위하여 1

책 정보

· 제목 : 내 안의 악마를 위하여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970733
· 쪽수 : 572쪽

책 소개

가연 장르소설집 18권. 네이버 시리즈에서 별점 9.5, 총 92만 독자를 사로잡은 <내 안의 악마를 위하여>가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예술화 특성고로 전학을 온 은금은 정우 선생님에게 반한다. 사실 반한다고 하기는 그렇고 왠지 신경이 쓰이는데…….

목차

Ⅰ. 기억
Ⅱ. 용기
Ⅲ. 태풍
Ⅳ. 대면
Ⅴ. 첫 걸음
Ⅵ. 첫 접촉
Ⅶ. 자각
Ⅷ. 두 걸음
Ⅸ. 해방(1)
Ⅹ. 고백
XI. 정우
XII. 해방(2)
XIII. 해방(3)


저자소개

피숙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형적인 B형, 망상하는 덕후 [출간작 (종이책)] 아몬 : 헤아릴 수 없는 노스페라투 [출간작 (e-book)] 내 안의 악마를 위하여 아몬: 헤아릴 수 없는 노스페라투 오버도스 이리 그러므로, 사랑 이중첩자 애로 인 오피스 검은 발 아래 은빛 눈
펼치기

책속에서

“선생님이 멋대로…… 그래요! 정말 멋대로 안경을 벗겨 낸 순간부터 내 인생은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고요!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어요. 그냥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죽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다고요!”
가슴에 콱 통증이 일어났다. 가슴을 부여잡고 씩씩대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리고, 까마득히 멀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애썼다.
“나는, 난…… 아니, 그러니까 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몰라요. 내가 안경을 벗는 게, 머리를 자르는 게, 누군가에게……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솔직해지는 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른다고요. 선생님은 나한테 완전히 태풍이란 말이에요! 날 멋대로 조종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나한테 일어나게 한단 말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뭘 바라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단 말이에요! 모르니까, 선생님은 그런 걸 모르니까, 아예 모르니까 그렇게 가볍게 날 무시하고, 휘두르고, 멋대로, 갖고 놀 수 있는 거예요!”
“그런 적 없어.”
나는 코웃음을 치며 그를 쳐다봤다. 그는 묘하게 슬퍼 보였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선생님한테 도대체 난 뭐예요? 그림을 그리는 도구인가요?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내 인생을 송두리째 엎어 버린 거예요?”
“…….”
“선생님이 나한테 한 게 키스 같은 게 아니란 거 알아요. 내가 너무 멍청해서,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잖아요. 좋아한다고 달려든 건 나였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요?”
“…….”
“선생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내겐…… 내겐 너무도 많은 의미가 된단 말이에요. 그게 너무 화가 나요. 이건 왜 애정이 될 수 없어요? 이건 왜 사랑이 아닌데요? 왜 나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모든 게 다 무섭고, 다 낯설고, 다 서툰데…… 내가 뭘 얼마나 더 해야…… 내가 어떻게 해야…… 이 모든 게 설명이 되나요?”
그는 씩씩거리며 공격적으로 묻는 내 질문에 대답 대신 아주 천천히 손을 들어 보였다. 손이 내 얼굴 쪽으로 다가오더니 잠시 멈추었다. 마치 동의를 구하려는 듯 그는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집게손가락이 천천히 내 광대뼈 위에 닿고 부드럽게 스칠 때쯤에야 내가 꼴사납게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얼굴은 더듬거리고 정리 안 된 내 말보다 분명 훨씬 많은 걸 보여 주고 있을 것이다. 추하고 멍청한 얼굴. 내 볼가의 피부가 경련하듯 떨려왔다. 난 무척이나 서러운 모양이었다.
“더 설명할 필요 없어.”
“…….”
“내가 널 몰아세웠다는 거 알아. 그렇게 해야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어. 하지만 이제 됐어.”
“…….”
“이젠 의미가 없거든.”
“…….”
“여전히 너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건 결코 내게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더니 내 새끼손가락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눈앞에 들어 보였다.
“어때?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어?”
“…….”
무슨 말이야?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인상을 찡그렸다. 도대체 내가 알아먹을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해 주면 안 되는 건가? 나는 코를 훌쩍거리며 멍청하게 그를 올려다봤다. 지루하게 깔린 클래식 음악에 콧물 들이켜는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나라는 태풍이 사랑인지, 호기심인지 아니면 순간적인 충동인지 확인해 보자고. 천천히.”
“…….”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거든.”
뭐라는 거야. 머릿속에 괘종이 시끄럽게 뎅뎅 울리고, 푸드덕 닭둘기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렸다.
“둔해 빠져서 몰랐겠지만 잘 생각해 봐. 너한테 먼저 껄떡댄 건 아마…… 나일걸?”
“…….”
여전히 카오스 상태인 나에게 그의 미소는 너무나 눈이 부셨다. 그 순간 알았다. 이게 어떤 상황이든 나는 평생 이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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