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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9760883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4-05-30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2권
10.
11.
12.
13.
14.
15.
16.
완결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런 집은 얼마면 지어요?”
9시에 출근해서 점심까지 자장면으로 잘 챙겨 먹은 지오가 배를 두드리며 한 말에 하마터면 건형은 먹은 것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쳐다보자, 그녀는 댕그란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을 드러낸다.
“뭐?”
“이런 집 얼마면 짓냐고요. 우리 아버지도 퇴임하면 시골에서 사신다고 했는데…… 딸이 되어서 효도 한번 하려면 대략적인 견적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허!”
효도하려는 마음은 가상하나…… 건형은 지오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답지 않게 청바지에 맨투맨 티 차림. 어디에도 부(富)의 상징 같은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하얀 피부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꽤나 있는 집 딸처럼 생겼지만…….
“너 나 몰래 로또 됐냐?”
“뭔 소리예요? 집 얼마면 짓느냐고 물었거든요?”
“그러니까. 로또가 되지 않고 네가 뭘 가지고 이런 한옥을 지을 건데?”
“그렇게나…… 돈 많이 들겠죠?”
“건축과 나온 건 맞냐?”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녀를 다그쳤다. 수상하다. 입만 벌리면 엉뚱한 소리를 해대 그의 속을 긁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처럼 황당무계한 얘기로 그를 놀랜 경우는 없기에 묻는 말이었다.
“성적증명서까지 떼어서 사장님께 바쳤습니다. 잊었어요?”
“아, 평점이 얼마였더라? 2.4였나? 그 위였나?”
“아래요.”
그녀는 다소곳이 눈꺼풀을 내리더니 기죽지 않은 말투로 대답도 잘한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자존심이 상해 징징거렸을 텐데, 뻔뻔한 낯가죽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으리라.
“자랑이다.”
“세상에 공부가 단가? 이래 봐도 아이큐는 140 넘거든요!”
“찍었냐?”
“우씨, 진짜! 아이큐 테스트를 찍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
“사장님 찍었어요? 얼마 나왔는데요?”
“155.”
“뻥은.”
점심을 먹은 자장면 그릇을 치우지도 않은 바닥에 벌러덩 누운 그가 눈을 감자, 의자에 앉아 있던 지오의 투덜거림이 멀리서 들리는 이명처럼 멀게 느껴졌다. 배도 부르고, 날도 좋으니 노곤하기까지 하다.
“한숨 잔다.”
건형은 밀려드는 춘곤증이 반가웠다. 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를 유혹하듯 바람마저 온화하고 부드러운 날. 눈을 감은 김에 피곤함을 털어 버릴 수 있다면 춘곤증 아니라 뭐라도 기대 잠들고 싶었다.
“155, 뻥이죠?”
“난 거짓말 안 한다.”
“뻥이면서.”
잠이 들락 말락 하는데, 쟁쟁 대는 그녀의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불면증을 용감하게 물리치는지도 모르겠다. 솔솔 부는 바람, 편안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그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