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뜰

작가의 말

1. 무늬
2. 근보 선생의 일생
3. 손에 뜬 달
4. 옛뜰
5. 오동나무 아래서

작품해설_과거의 늪에 던진 이야기의 그물 / 김종회

"에나 가지고 싶다몬 나를 죽이고 가지시소."
엄마가 거듭 재촉했다. 적 앞에서 비굴하게 구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구는 게 위기를 넘기는 기지라는 걸 엄마는 터득하고 있었다. 덕쇠가 날래 엄마 앞을 가로막아 서자, 우리 집 안방과 가운데 방에 있던 인민군들이 방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다보며 총을 겨누었다. 총구멍이 확대경처럼 점점 커지는 듯한 관각에 아찔한 순간, 나는 몸이 불덩어리처럼 타올라 헉헉 숨을 쉬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코피가 펑펑 쏟아졌다. 최 동무는 재빨리 우리 집 가보를 엄마에게 건네고는 나를 껴안았다. 최 동무는 자신의 군복에 피가 붇는 것도 아랑곳없이 나를 껴안은 팔에다가 더욱 힘을 주었다. 최 동무의 가슴이 따스하다고 느낀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 '근보 선생의 일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