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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79753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8-30
책 소개
목차
추천사_ 김영진
작가의 말
에덴동산의 축제
─ 아담, 하와
언약
─ 아브라함, 사라, 하갈
합환채 향연
─ 야곱, 레아, 라헬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
─ 요셉, 아스낫, 보디발 아내
광야에 핀 야생화
─ 모세, 십보라
여리고 의기義妓
─ 여호수아, 라합
유혹
─ 삼손, 들릴라
현숙한 여인
─ 룻, 보아스
금지된 사랑
─ 다윗 왕, 밧세바
죽으면 죽으리이다
─ 아하수에로 왕, 에스더, 와스디 왕후
술람미의 노래
─ 솔로몬 왕, 술람미, 시바 여왕
사론의 꽃
─ 예수, 막달라 마리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묘기 치곤 기막힌 묘기일 테지. 군중들은 침을 삼켰다.
이제야말로 본때를 보여 주마.
삼손은 의지를 다지고 다졌다.
들릴라가 가슴이 움푹 팬 현란한 옷을 걸치고 춤을 추었다. 하늘하늘한 옷자락에 숨겨진 들릴라의 몸매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들릴라의 채찍이 삼손의 등을 때렸다. 삼손은 사자의 울음을 토하며 허우적거렸다. 블레셋 왕과 방백들, 귀족들과 백성들의 잔과 잔들의 마주침과 환호성이 터졌다. 들릴라가 삼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같이 숨지는 거야.”
“안 돼. 그대는 살아야 해. 재판관이 기둥 옆으로 갈 때 나를 인도해 줘.”
삼손의 고집은 단호했다.
들릴라가 삼손을 채찍질하며 재판관 앞으로 이끌었다. 갑자기 삼손이 재판관을 껴안아 목을 눌렀다. 재판관이 외마디 소리 지르며 쓰러졌다. 연이어 삼손이 아앗, 괴성을 지르며 양손에 붙잡은 기둥을 휘어잡았다. 들릴라도 그 옆 기둥을 붙잡았다.
“블레셋 놈들과 죽기를 원하노라.”
삼손이 사자후를 토하자, 공회당 건물이 무너졌다.
우르르 쾅, 천지를 진동할 폭음이 터졌다. 그 자리에서 숨진 블레셋 사람들이 삼손이 온전할 때 죽인 수보다 많았다.
삼손의 집안 사람들과 마리나는 그의 시체를 소라의 마노아 부부 장지로 가서 묻었다. 삼손의 모친도 감옥으로 면회 가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아 숨진 뒤였다. 들릴라의 시체는 동족들과 함께 공회당 건물에 파묻혀 흔적조차 없었다.
(155p, 「유혹 - 삼손, 들릴라」 중에서)
가만 보자. 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유심히 살폈다. 여인이 둥실 떠오른 감을 잡은 순간, 왕의 입에선 탄성이 터졌다.
알몸이잖아.
연이어 감탄이 터졌다.
토실토실한 암양이로다.
마지막 진액을 토한 노을이 여인의 알몸을 붉게 물들였다. 왕은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여인을 껴안고 싶어 부르르 떨었다.
“게 누구 없느냐?”
옥음이 떨어지자, 부하가 달려왔다.
“저 여인은 누구인가?”
부하는 왕의 손짓에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알몸이로다. 어쩐다. 왕명을 거역할 순 없으니.
“우리아 장수의 아내인 줄 아옵니다.”
우리아? 되묻던 왕의 뇌리에 강직한 장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은 전장에서 혈투를 벌이거늘. 왕의 옥음은 중간에서 토막 났다. 남편이 전장에 나가도 아내가 목욕을 못 하란 법은 없었다. 문제는 창을 열어 두고 알몸을 들렌 수치를 모르다니.
그날 밤, 왕은 여인의 알몸이 오락가락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비둘기는 어찌 되었지?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의 품에 안긴 나의 살렘은? 왕은 이튿날도 그 시각에 옥상으로 올랐다.
그날도 여인이 목욕하는 게 눈에 잡혔다. 목욕을 끝낸 여인 품에 살렘이 안겼다. 여인이 목욕하는 걸 살렘이 지켜보다니. 왕은 마치 자신이 여인의 알몸을 훔쳐보고 여인 품에 안긴 전율에 떨었다. 여인은 보란 듯이 위를 향한 채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왕은 양손을 펼쳐 살렘을 껴안았다.
(「금지된 사랑 - 다윗 왕, 밧세바」 중에서
금빛 찬란한 옷을 입고 몰라보리만치 변한 에스더를 모르드개는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라버님도 참, 저는 하닷사인 걸요.”
“그렇고 말고. 하닷사, 명심할 건 네가 유대 민족이란 걸 입 밖에 내선 아니 되느니라.”
모르드개가 에스더의 아명을 부른 건 유대 민족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알겠사옵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 품에 안겼다. 울꺽, 눈물을 쏟았다. 친딸보다도 더 귀애한 사촌 오라버니였다.
마침내 왕후 간택한 날이 되었다, 헤개의 안내로 왕후 후보자들은 아하수에로 왕 앞에 섰다. 왕의 눈엔 여러 왕후 후보자들 중에서 단연 에스더가 돋보였다. 다른 여인들은 피부가 검붉고도 매끄럽지 못했다. 에스더는 옥빛으로 달보드레해 깨물고 싶도록 정감이 일었다. 바사 제국의 백성들은 거의 회색 피부를 지녔다. 왕은 그에 질렸던 터라 에스더의 피부가 시선을 끌었다. 마치 아침 햇살에 연분홍 장미 꽃송이가 활짝 피어오른 듯했다. 갈색 머릿결에선 윤기가 흐르고 눈동자는 촉촉하면서도 정기가 총총 어렸다.
(「죽으면 죽으리이다 - 아하수에로 왕, 에스더, 와스디 왕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