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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4565817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4-05-27
목차
작가의 말
아빠 면접 소동 …… 11
나귀 타고 오신 성자 …… 36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 60
결을 향한 단상 …… 81
옥도장 이야기 …… 101
초콜릿인가요, 우유 탄 초콜릿인가요 …… 118
얼굴 없는 나라 …… 138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 159
777 프리즘 …… 189
작품해설
알레고리 미학의 결실 「나귀 타고 오신 성자」…… 247
- 임헌영 (문학평론가)
성지혜의 작품 세계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 255
- 이덕화 (문학평론가, 문학수첩 주간)
상징적 함축을 반영한 사랑의 서사 「결을 향한 단상」 …… 261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고독한 시대의 의미 「777 프리즘」 …… 269
- 전철희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빠 면접 소동
엄마의 취향은 뭘까. 상담소를 세 번 옮기고 열두 번이나 맞선 본 뒤라 유리는 지쳤다. 정형외과의사, 학원장, 고교 교장, 영어 번역가, 법무사 등 썩 괜찮은 상대들이다. 그런데도 퇴짜 놓은 구실이 취향 운운이었다. 유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취향과 엄마의 취향이 다른지 사전을 들춰 볼 정도였다. 엄마 마음이 쏠린 상대는 누굴까. 아니면 쏠릴 상대는 또 누구여야 하나. 생각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맞선 본 자리마다 진 여사는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딸이 아빠 감을 구해야 한다고 극성부려도 도무지 관심 밖으로 내몰았다. 디오 킴이 진 여사를 마주 대한 건 처음이었다. 얼마나 고자세였으면 맞선 본 자리에 출석 안 하고 유령인간처럼 굴었을까. 그래도 진 여사에게 풍긴 첫인상이 녹록지 않아 중매쟁이로서 긍지를 지녔다.
나귀 타고 오신 성자
「나귀 타고 오신 성자」의 두 남성 주인공은 신자유주의 사회가 광분하고 있는 출세 가도의 잔혹한 생존경쟁에서 퇴출당한 현대판 돈키호테다. 정리해고 당한 Q는 항의 농성을 벌이다 쫓겨 지하에서 8개월 동안 머물다 나온 우리 시대의 여러 ‘을’의 하나인 장삼이사의 전형이다. 초기에는 항의 집회에 백여 명이 모였으나 이런저런 구실과 요령(이기주의의 극치)으로 미꾸라지처럼 다 빠져나가고 종내에는 혼자 남아 지하 생활을 하다 봄이 되자 거리로 나섰다. 회색 차림에 긴 수염, 허리에는 담요를 두른 거지꼴이었다. 그가 거리를 헤매다 만난 게 나귀 탄 사나이 고주용이었다.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종지기 부친이 여명산 자락에 둥지를 튼 건 위암 말기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다섯 살 아들이랑 그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산삼, 더덕, 버섯, 약초들을 캐서 달여 먹이며 아내의 몸보신에 혼신을 쏟았다. 그래도 3개월 시한부 생명의 아내는 딸을 낳고 3년 지나 숨졌다. 종은 공방 앞에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타옥이 먼저 하는 게 새하얀 타월로 종을 닦았다. 타옥도 17세가 되자, 종이 달린 키만큼 자랐다. 타종이 여명산을 떠난 건 보다 나은 내일에 소망 둔 몸부림이였다. 여명산에서의 생활이란 약초를 캐고 텃밭 가꾸며 채소나 과일 기르기의 되풀이였다. 대해를 드나들며 외지의 풍물에 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