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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70597324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4-04-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사진가로 산다는 것
01 낡은 시간을 수집하다
02 비상(飛上)
03 자신의 사진을 찍으라
04 나와 화해하는 방법
05 운명 속의 존재들
06 슬로우 토크
07 목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
08 도구와 방법
09 사진가의 여행
10 사물에 귀 기울이다
11 일상의 보석
12 잃어버린 얼굴들
13 마음의 그릇
14 비어 있기에 아름답다
15 상흔(傷痕)
16 내 마음속의 폴더들
17 볼 수 있는 만큼 보인다
18 교감의 통로
에필로그 |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독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서면 박제된 수많은 동물들이 전하는 소리 없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방문객이 뜸한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설 때면 숨겨지고 감춰진 소리들이 내 가슴을 치고 있음을 느낀다. 유년시절 뙤약볕 아래에 앉아 나뭇가지 위에서 날갯짓하는 나비와 잠자리를 멀뚱히 바라보며 한나절을 보내곤 했던 것처럼, 나는 그곳에 가면 가만히 서서 박제된 곤충과 동물들의 조용한 숨소리를 들어 보려 노력한다. 박제가 되기까지의 그들의 기구한 삶과 아직도 어딘가에 떠돌아다니고 있을 그들의 혼이 나를 붙잡아, 박물관의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그들에게서 발길을 뗄 수가 없다.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한때 생명을 품었던 것들이 낙원에 안녕을 고하면서 역설적으로 삶 너머의 진짜 낙원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업한 것이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들, 들리지 않는 낮은 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들 그리고 생명을 들고 나는 숨. 그런 찰나의 대상물을 촬영할 때 내가 느끼는 교감은 일정량의 에너지로 필름에 스며든다고 나는 믿는다. 만약 어떤 사진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면, 안에 담긴 대상에서 비롯해 필름 속으로 숨어든 에너지가 인화지에 혹은 책에도 조금씩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운명 속의 존재들」
인물사진이란 그 인물과 사진가의 교감이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므로 사진가의 성격이나 취향에 따라 인물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읽고 싶어 하는가가 그 인물사진의 주된 특징이 될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얼굴에 끌리는 순간은 어떤 상처나 슬픔 같은 정서가 드러날 때, 즉 ‘사연이 있는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구한말 조선에 사진술이 처음 들어왔을 때 사진은 영혼을 빼앗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졌던 것처럼,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떤 모습이 유난히 눈이 띌 때마다 사진으로 누군가의 영혼을 훔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것은 내가 억지로 유인해 낸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모양의 그물망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런 모습만 걸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