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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0636313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09-10-1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삶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들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쳐버리는 작은 일들이 존재 자체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원인이 되곤 한다. 물론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운명을 뒤흔들어놓는 엄청난 사건들이 많이도 일어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아주 터무니없이 가소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아내는 언젠가 전남편을 떠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어느 날 아침, 세면대 가장자리에 뒹굴고 있는 전남편의 칫솔을 보자 떠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군데군데 치약 자국이 있는 세면대 위로 또 한 번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칫솔을 보니 여태껏 부부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짜증났던 일들이 ‘욱’ 하고 떠오르더라는 것이다. 갓 일어난 남편의 냄새, 굴삭기로 땅구멍을 파듯 우악스럽고 빠르게 먹어대던 식습관, 그의 귀차니즘(주말에는 면도도 하지 않고, 늘 낡은 청바지를 입었다고 했다. 더군다나 단추를 잠그지 않아 한 손으로 바지를 움켜잡고 집 안을 활보하고), 그밖의 수많은 일들…… 마치 대단하고 중요한 말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목에서 ‘그르르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던 습관, 전화를 하는 중에 고막을 찢을 듯이 콜록거리는 습관 등…… 이 모든 것이 놀랄 만큼 자세하게 생각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장롱에서 여행가방을 꺼냈고, 몇 가지 짐을 챙겨 넣어 떠났다고 했다.
늘 타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타협이라는 해결책을 따르게 되어 있다. (…) 물론 타협을 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자체검열을 통해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 하는 진부한 생각에서 빠져나와 결단을 내리면 끝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