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스포츠/레저 기타 > 기타
· ISBN : 9788971932124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3-11-20
책 소개
목차
초판 추천의 글
개정판 서 문
제1장 서론
1. 머리말
2. 활의 갈래
3. 우리 활의 전통과 방향
4. 자[尺度]에 관한 문제
제2장 활터의 구조
1. 활터의 이름
2. 설자리[射臺]
3. 무겁
4. 활방[弓房]
5. 그밖의 것
제3장 활쏘기에 쓰이는 장비
1. 활
2. 화 살
3. 전통
4. 궁대, 궁의
5. 깍 지
6. 팔 찌
7. 복 방
8. 그밖의 것
제4장 활터의 구성원
1. 사두, 부사두
2. 선생, 교장, 사범
3. 총무, 사무, 재무
4. 사원, 사말, 접장, 한량, 활량
5. 기타
제5장 활터의 예절
1. 절차 예절
2. 생활 예절
3. 기 타
제6장 활쏘기의 실제
1. 궁술 용어
2. 전통 사법
3. 애기살[片節] 쏘는 법
4. 말타고 활쏘기
5. 궁체바로잡기
제7장 옛날의 활쏘기
1. 벌터질, 먼장질
2. 활터의 활쏘기
3. 활 백일장
4. 편 사
5. 무과의 활쏘기
6. 향사의
7. 궁중의 활쏘기
8. 예기禮記의 활쏘기
제8장 우리 활의 이론
1. 활을 보는 또 다른 눈
2. 단전호흡
3. 활과 경락
4. 불교론
5. 건강론
6. 우리 풍속과 활
제9장 활터 용어
1. 몸에 관한 말
2. 활을 쏠 때 쓰는 말
3. 활에 관한 말
4. 화살에 관한 말
5. 사정에 관한 말
6. 부속품에 관한 말
7. 사원에 관한 말
8. 활 만들 때 쓰는 말
9. 편사에 관한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장 서 론
Ⅰ. 머리말
활쏘기를 가리키는 말은 여러 가지이다. 우리 겨레는 아득한 시절부터 활을 삶의 중요한 수단으로 누려왔으니, 그런 행위를 가리키는 말도 당연히 우리말로 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널리 쓰이는 말은 ‘활쏘기’이다.
우리 민족이 우리의 말을 우리의 글로 적은 것은 500년이 채 안 된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말을 제대로 적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지배층에서는 주로 한자를 썼기 때문에 ‘활쏘기’라는 순수한 우리말은 문자화되기 극히 어려웠다. 대신 ‘활쏘기’를 한자로 번역한 ‘궁술’이란 말을 썼다. ‘術’은 한자 문화권에서 ‘재주’나 ‘기술’이라는 뜻으로 쓴다. 따라서 ‘궁술’은 활을 쏘는 재주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활쏘기’보다는 더 좁은 개념이다. 그러나 한자에는 ‘활쏘기’에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가장 가까운 뜻을 지닌 ‘궁술’이란 말을 쓴 것이다. 1929년에 서울과 경기의 한량들이 온힘을 기울여서 펴낸 우리 활에 관한 책 이름도 『조선의 궁술』이다. 따라서 ‘궁술’은 우리 활이 문자화될 때 가장 널리 쓰인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활쏘기’나 ‘궁술’이 차지한 지위를 넘보는 말이 있다. ‘궁도’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은 일본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따라 들어온 말이다. 더욱이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아서 30년 넘게 지배했고, 그러는 동안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풍속을 천시하는 시각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강요했다. 그래서 참으로 많은 훌륭한 풍속이 사라져갔다. 정치나 역사 분야에서 다룰 그런 내용보다도 아름다운 풍속을 일그러뜨리고 왜곡된 시각을 강요하는 이 같은 탄압이 더욱 악랄한 것이다. 활쏘기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철저히 퇴보하였다. ‘궁도’는 우리의 활쏘기 풍속이 퇴보하는 것과 같이 하여 들어온 말다. ‘궁도’란 말은 이와 같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의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문자이다. 따라서 이것은 우리 겨레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반드시 솎아버려야 할 말이다.
‘궁도’가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의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말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전주 천양정에서 주최한 대회는 전선궁술대회(全鮮弓術大會)였다. 이 ‘궁술대회’란 말은 1960년대 말까지 각종 대회에서 쓰였다. 반면에 일본 측에서 주최한 대회는 어김없이 궁도대회(弓道大會)였다. 그리고 해방직후만 해도 “”라고 엄연히 썼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겨레의 풍속에는 ‘활쏘기’나 ‘궁술’이 낯익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그 뒤, 아무런 반성 없이 일본 제국주의가 쓰던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으니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은 ‘도’란 말을 쓰면 활쏘기 행위가 무슨 깊은 의미를 띨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도’는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와는 아주 딴판으로 다르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도’는 어떤 기술이 고도로 완숙한 경지에 이르거나 그러기를 지향하는 일체의 것을 말한다. 그래서 칼부림이 고도로 완숙한 경지에 이르거나 그런 경지를 지향하는 행위를 ‘검도’라고 하는 식이다. ‘다도(茶道), 서도(書道), 역도(力道)’ 같은 말들이 다 그런 것들이다.
일본인들이 ‘도’라는 말을 통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가장 가까운 개념을 우리말에서 찾으면 그것은 ‘예’(藝)이다. 어떤 기술이 남들의 감탄을 자아낼 경지가 되면 그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무예, 서예’ 같은 말이 다 그런 발상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기에 활쏘기에서도 이 ‘예’를 써서 엄연히 ‘사예’(射藝)라고 하고 ‘궁예’(弓藝)라고 했다. 물론 활 쏘는 ‘재주’에 주안점을 두어서 붙인 궁술(弓術)이란 말을 좋은 뜻으로 높여 쓴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활 쏘는 행위를 ‘궁도’라고 쓴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말에서 ‘도’는 우주와 자연, 나아가 인간을 동일하게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궁극의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도’는 활이나 칼 같은 ‘잡기’에 붙을 성질이 아닌 것이다. 이런 잡기는 그 도가 지닌 극히 작은 부분의 특징을 드러낸 것일 뿐, 그 도를 밝히는 방법은 결코 될 수 없다. 모든 잡기는 도가 삶의 한 부분으로 드러난 양상이지 도를 추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활과 칼은 엄연히 잡기이다. 따라서 우리말의 관습으로 볼 때, ‘궁도’란 자가당착이며 형용모순이다. ‘도’에 관한 한, 우리에겐 일본과는 다른 용례가 있기 때문에 잡기에 속하는 활에 ‘도’자를 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궁도’는 일본식 조어법에서나 있을 수 있는 말이다.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궁도’란 말은 우리들의 생리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활쏘기’를 굳이 한자로 쓰려면 ‘궁술’을 쓰든가 ‘국궁’이란 말을 쓰는 것이 옳다. 경기나 시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궁도대회’라고 하면, 활을 통해 도를 겨룬다는 뜻이 되니, 삼척동자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따라서 ‘궁도대회’라는 어설픈 말을 버리고 해방 후에 쓰던 ‘활쏘기 대회’를 살려 써야 할 일이다. 정 한자로 쓰려 한다면 ‘국궁대회’나 ‘궁술대회’라는 말이 낫다. 국궁대회란 말은 양궁에서 ‘양궁대회’란 말을 쓰기 때문에 요즘에는 더욱 권장할 만한 말이다. ‘궁도대회’란 말은 양궁대회와 차별성도 없고 우리 정서와도 맞지 않는, 죽도 밥도 아닌 말이기 때문이다.
‘국궁’은 양궁이 들어오면서 생긴 말이다. 양궁은 1966년에 들어왔으니, 이 국궁이란 말도 그 이후에 생긴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쓰일 수 있는 말이지만, 그건 지극히 드문 예외일 테고, 국궁이란 말이 보편화된 것은 양궁이 들어온 이후라고 보아야 한다. ‘국궁’은 우리말의 관습으로 보나 조어법 상으로나 그 내용으로 보나 아주 적절한 말이다. ‘국악, 국문학, 국학’ 같은 말과 같은 조어법으로 생긴 말이다.
이상을 살펴볼 때 우리가 써야 할 말은 ‘활쏘기’이며, ‘궁도’야말로 꼭 솎아내야 할 부끄러운 일제 침략의 유산이다. 굳이 한자를 쓰려 하면 ‘궁술’이나 ‘국궁’을 써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