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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72751168
· 쪽수 : 188쪽
목차
한 시
아쿠아리움
역광
원형탈모
외곽으로 가는 버스
도미토리
싱어송라이터
마법책을 받은 날
아르누보는 왜 의자들과 관계 있는가
짐노페디
정오의 마음
파수꾼
잘 표현되지 않은 불행
시월에서 구월까지
그들이 그녀에게 말하는 것
1막 1장
누수 그리고 단수
너는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한 번도 예쁘지 않았다
당신이 잠든 사이
잠적
비하인드 스토리
피처링
알바천국
잠실
광기의 다이아몬드에 빛을
너를 기다리는 동안
후문
어두운 여름
주인
반신
오해하는 오후
몸을 숨긴 연인들은 버릴 게 없고
폴 델보의 야간열차―지옥의 문
칸막이 뒤에서
학
죽은 조세핀에게 보내는 아벨라르의 사랑 노래를 듣고
죄책의 마음
습작생이 떠나면 끔찍하게 조용한 송년회를
에세이 : 절대 늦지 않았어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운이 좋으면 아무도 없다
벌써 덥다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운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여덟 개의 침대가 있는 방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의 말이 새겨져 있는 벽 앞에서
나는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꾼 적 없고 원고가 불타오르는 꿈을 꾼 적 없고 양고기 먹은 밤에도 순한 양이 우는 꿈을 꾼 적 없다 지난 사람의 침대에서 지난 사람에게 속삭인 말을 하고 아직 안 끝났어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도미토리」 부분
내가 미군이 버린 깡통처럼 뒹굴고 있을 때 친구를 사귀었다 그 애는 흑인이었는데 우리가 얼굴을 비빌 때마다 그 애의 머리칼이 내 뺨과 이마를 할퀴어 나는 피범벅이 되었다 상관없었다 그 애의 억세며 곱슬곱슬한 머리칼은 매력적이었지만 촘촘히 땋지 않으면 자기 머릿속으로 파고든다고 했다 나의 어머니는 원래 속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서 언제나 피멍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패지 않아도 내 친구가 서양에서 왔다는 말을 어머니는 믿지 않았다
내 어머니들은 나를 버린 어머니를 한 번도 욕하지 않았다 트로트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머니들은 예쁘지 않았고 전쟁을 겪었으며 부스스 살아남았다 혼자서 한글을 깨친 이는 깨진 장독으로 이름을 썼다
―「너는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한 번도 예쁘지 않았다」 부분
어린 시절 집 앞에서 사람들이 소를 보며 말했다
소는 쟁기질을 끝내고 돌아오고 있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가축이라고 했다 시체들이
흘러가는 강가가 보였다
버릴 것만 가득한 인생을 꿈꾸었다.
마음으로만 살해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의외로 평범하다
햇볕에 데워진 돌계단에 뺨을 대고
―「몸을 숨긴 연인들은 버릴 게 없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