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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163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0-03-27
책 소개
목차
동풍
인형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성격 차이
절망
피카딜리
집고양이
메이지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
주말
해피 밸리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
인생의 훼방꾼
작품 일러두기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방 밖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제인은 약간 전율을 느끼며 창문에서 돌아보았다. 거스리였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바람 소리가 시끄러우니 창문을 닫으라고 명했다.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옷을 벗고 좁은 침상에 나란히 말없이 누웠다. 아내의 온기가 느껴졌지만 거스리의 마음은 그녀와 함께 있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껍데기만 아내 곁에 갇혀 있을 뿐 알맹이는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제인은 그가 떠나감을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남편의 손을 밀어내고서 그가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서로의 품 안에서 함께 잠들었으나, 영혼이 사라지고 잊힌 지 오래된 무덤 속의 죽은 생명들처럼 따로따로였다.
_ 「동풍」에서
예지력을 지닌 듯 광기 서린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 많은 것을 꿰뚫어 보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여, 스스로 그 눈빛에 빠져든 사람은 결코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를 본 순간부터 나는 파멸할 운명이었다.
_ 「인형」에서
“달링, 이 순간을 위해 우리가 7년을 기다렸다는 걸 생각해봐.” 그가 속삭였다. “드디어 단둘이만 있게 됐어, 진짜 우리 둘만. 나도 더는 못 기다렸을 거야.”
“맞아,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이야말로 평생 가장 낭만적인 순간 아닐까?”
두 사람은 몇 분 더 앉아 있었다.
“난 텐트로 들어갈래.”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모습을 감췄고, 남자는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은 덜덜 떨렸다. ‘내 평생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야’라고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불어온 돌풍이 그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숲에서 후드득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머리 위에 뜬 구름은 소리 없이 빠른 속도로 한바탕 쏟아낼 듯 낮아졌다.
“달링.” 부드럽게 여자가 그를 불렀다.
그는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또 한 번 돌풍이 황야에 휘몰아쳤고 곧이어 폭우가 쏟아졌다.
2분 뒤 텐트가 무너졌다.
_ 「절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