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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588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2-02-10
책 소개
목차
조우
새들
집 짓기
골드러시
숲 속으로
광부의 천사
퀄루필루이트
10미터나 쌓인 눈
소금
재
달콤한 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의 최후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두 손은 닿지 않은 채로 있었다. 그들을 뒤덮고 있는 얼음장을 통해서도, 아버지의 두 손과 동생의 한 손 사이에 도끼날만큼의 폭이 남아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한 손의 망가진 손가락과 다른 손의 매끄럽고 하얀 손가락이 모두 마리의 작은 손을 향해 뻗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나머지 몸과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그 위의 얼음이 너무 두껍게 가로막고 있었다. 윤곽은 흐릿했고, 그림자와 검은 형체뿐이었다.
도끼를 가져와 얼음을 부수자는 말이 있었지만, 아버지와 마리를 무덤에서 꺼내자는 말이라도 들은 듯 어머니는 만류했고, 그러자 아저씨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돌아갔다. 펄 할아버지는 내 등을 두드려주더니 아버지와 동생 유령 위에 어머니와 나만 남겨두고 강둑으로 돌아갔다. 언덕 봉우리 아래로 해가 떨어질 때, 우리는 얼음에서 등을 돌려 유목로의 가장자리를 잡고 강둑을 올라갔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그거 알고 있었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르던 일이었고,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답은 필요 없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할아버지가 내게 말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은, 그를 두 번 죽였지.”
“두 번요?” 내 목소리에 내가 놀랐다.
“처음에는 그가 죽은 채 있으려 하지 않기에, 두 번째 죽이고는 뼈를 내가 가지고 다녔지.”
할아버지는 늑대 울음소리처럼 짧게 웃었다.
카리부 한 마리가 겨우 몇 발자국 옆에 다가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플레뢰는 카누 근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카리부는 엄청나게 컸다. 두 사람이 강물 속에서 끌어안고 있는 곳에서도 카리부의 어깨 높이는 2미터는 되어 보였고, 그들이 그때까지 본 어떤 카리부보다도 30센티미터는 족히 더 큰 것 같았다. 녀석은 무겁기도 했다. 추위가 늦게 찾아온 탓에 짝짓기 철이 그때까지도 시작되지 않았고, 이 수컷은 축적한 지방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크기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녀석의 몸이었다. 온몸이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 순간 카리부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것이 어쩌다 잘못 거기 놓인 조각상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