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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6163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천수 아재를 추억함」
「매운 눈꽃」
「내 안의 슬픔」
「아름다운 환멸」
「감나무가 있는 풍경」
「자망이 이야기」
「우는 개」
「시인과 농부」
「가족」
「아름다운, 그러나 조금은 쓸쓸한」
해설 연민과 자성의 소설 미학 - 이숭원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이웃해 살면서도 서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저마다 제 몫의 인생을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어찌 보면 더없이 삭막한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새 불혹의 나이로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아침마다 창황히 집을 나섰다가 늦은 시간 귀갓길에서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흐느적거리는, 갈데없는 월급쟁이의 모습을 이따금씩 서로에게 들키곤 했다.
<아름다운 환멸>
그는 아버지의 거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랬다. 아버지는 조수석에 올라앉기 전 마지막으로 등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도 따라갔다. 거기, 여러 해 동안 그의 가족이 몸담고 살았던 집이 텅 빈 채로 서 있었다. 흡사 벗어던진 두루마기처럼 초라하고 허전한 모습이었다. 짧은 일별이었지만 마음속에 돋을새김으로 남는 풍경이었다. 마침내 아버지는 조수석에 올랐고, 지체 없이 차는 출발했다. <감나무가 있는 풍경>
집 밖으로 한 발만 나서면 온갖 차들이 뻔질나게 오갔고, 뒤쪽 창을 열면 악취 나는 폐수가 바로 코밑에서 흘러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한동안 잠을 설쳤다. 방에 누웠어도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가 끔찍한 소리를 내면서 급정거하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깰 때마다 그는 고향집 마당을 떠올리곤 했다. 황토로 잘 다져진 그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보곤 여름밤들을 회상했다.
<감나무가 있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