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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72756606
· 쪽수 : 48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용龍
제2부 두頭
제3부 봉鳳
제4부 미尾
에필로그
추천사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좆대로 되라고 해!” 꼴리는 대로든 좆대로든 상관없다. 욕 한 마디 내뱉고 나면 아무리 나쁜 일도 별것 아닌 일이 된다. 받아들일 수 있거나, 받아들이든 말든 상관없게 되거나다. 어차피 받아들이든 말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만이다. 요즘 세상이 난세라고 하지 않던가?
난세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결과는 혼란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헛된 노력 들일 것 없이 혼란 속에 파묻혀 내 맘대로 사는 게 낫다. 마작을 칠 때도 끗발이 좋을 때는 판마다 네 배, 여덟 배씩 돈을 따지만 끗발이 안 좋을 때는 시답잖은 패만 잡게 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건 이를 악물고 참고 버티는 것이다. 밑천만 지켜도 잃은 건 없는 셈이다. 도박판을 뜨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희망이 있을 것이고, 손 털고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희망이 있으며, 언젠가는 크게 한 판 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여섯 살에 노름을 시작한 록박초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목숨은 지키겠노라고 맹세했다. 그에겐 몸뚱아리가 곧 밑천이었으므로.
록박초이가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주위의 차와 사람 소리, 감자와 올리브 노점상의 호객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공의 시간 속에서 록박초이가 고개를 숙인 채 용기를 내어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게…… 그게…… 가능해? 둘이…… 정말 가능해……? 남녀 구분 없이?”
신디가 먼저 고개를 돌린 뒤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지.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면 가능해.”
“만약 누가 알게 되면?”
신디가 한참 생각하다가 갑자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상관없어. 비밀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아. 알 테면 알라지. 비밀이라는 거 자체가 짜릿하긴 하지만.”
하지만 록박초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그를 덮쳤다. 낭패다. 또 누군가의 비밀을 알고 말았다. 아귄, 위 중대장, 긴 가. 매번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번에는 또 신디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가 좋아하는 신디의 비밀을 말이다. 그는 또다시 자신에게 화가 닥칠까 봐 두려웠다.
록박초이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자신과 일곱째 작은아버지의 이야기, 아귄과 그녀의 몽둥이, 긴 가와 위 중대장, 자신과 칼자국, 마작왕이 한 침대에서 자위했던 이야기, 신디와 페기, 창녀의 침대에서 여자가 된 자신과 섹스하는 상상을 했다는 이야기 등등. 헨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지금 앞에 서 있는 것이 누구든 안정감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들려줄 수 있었다. 설령 아주 짧은 순간이라 해도 오랫동안 갈구해온 감정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찰나에 지나가고 말았다. 하나, 둘, 셋. 숨을 고를 겨를조차 없이 끝나버렸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용기를 내어 헨리를 올려다보았다. 원래는 “두렵지 않아요. 나도 좋아요”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헨리의 눈 속에는 방금 전의 그 뜨거웠던 불길이 사그라지고 암회색의 적막한 재만 남아 있었다. 헨리가 그보다 먼저 말했다.
“그럼 가봐. 나도 피곤해. 자야겠어.”
록박초이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걸 느끼며 어깨를 크게 한 번 으쓱였다.
“네. 너무 늦었네요. 내일 아침부터 일해야 되는데. Goodbye, Good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