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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88972757139
· 쪽수 : 616쪽
책 소개
목차
욜의 추억
탁자
펜트하우스
탄생을 지켜보다
호텔 게으른 달
학교에서의 즐거운 하루
마흔일곱 번째 토요일
로맨스 무도장
오, 뽀얀 뚱보 여인이여
이스파한에서
페기 미한의 죽음
복잡한 성격
오후의 무도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결손가정
토리지
예루살렘의 죽음
그 시절의 연인들
멀비힐의 기념물
육체적 비밀
또 다른 두 건달
산피에트로의 안개 나무
삼인조
옮긴이의 말 | 윌리엄 트레버는 위로다
윌리엄 트레버 연보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덫에 걸렸다. 아버지와 결혼했고, 생활비를 받기 위해서 아버지와 잠을 잤다. 엄마는 생활비를 아껴서 아침에 마실 진을 샀다. 아버지 역시 덫에 걸렸다. 아버지는 밤마다 문지기 유니폼을 입고서 집을 나섰다. 등이 안 좋은 해크니의 왕자. 아버지는 자신이 짓밟혔기 때문에 엄마를 짓밟았다. 엘리너가 놀림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위안을 얻으려고 질문을 한다면 엄마와 아버지는 과연 신경을 써 줄까?
엄마와 아버지는 할 말을 찾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엘리너는 런던의 나뭇잎들이 황갈색으로 물들 때 자기를 멀리 데리고 갈 섬세한 손을 가진 남자는 없다고, 데니 프라이스의 두툼한 입술과 그에게서 풍기는 고기 냄새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수지 크럼의 아버지가 루크 부인과 잤고 리즈 존스의 아버지와 철도역에서 일하는 서인도 제도 짐꾼도 루크 부인과 잤다고, 루크 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다. 엘리너가 자기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엄마와 아버지를 돕는다고 해도 두 사람은 할 말을 찾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화이트헤드 선생님이 이셔에 있는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돈된 방에서 밤에 홀로 눕는 것으로 이 모든 것과 이혼했다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엄마와 아버지는 엘리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한 남자의 망가진 등 때문에 희생자로 살아가는 여자보다는 화이트헤드 선생님이 되는 편이 나았다. 모든 것이 반짝이는 방에서 화이트헤드 선생님은 엘리너의 엄마와 아버지보다 성공적으로 가식 속에 살았다. 버리고 싶던 것을 버렸으며 완벽한 남편감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화이트헤드 선생님은 혼자지만 완전했다.
_「학교에서의 즐거운 하루」에서
브리디는 패트릭 그래디를 생각하면서 그의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는 지금 패트릭의 아이를 넷, 아니 일곱, 아니 어쩌면 여덟 명 낳은 어머니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울버햄프턴에 살면서 해가 지면,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남자를 돌보는 대신 극장에 가는 나날을 보낼 수도 있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그녀를 짓누르지만 않았다면 브리디는 사랑하지도 않는 도로 보수 인부의 결혼을 슬퍼하면서 길가 무도회장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두커니 서서 울버햄프턴에 사는 패트릭 그래디를 떠올리는 지금, 브리디는 잠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녀의 삶 속에는 농장에도 집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눈물은 사치였다. 눈물은 사료용 사탕무가 자라는 밭에 피어난 꽃이나 부엌방에 새로 바른 회반죽과 같았다. 아버지가 <숨은 재능을 찾아라>를 들으며 앉아 있는 동안에도 그녀가 부엌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옳지 않았다. 눈물을 흘릴 권리는 차라리 다리 하나를 잃은 아버지에게 있었다. 아버지는 깊은 고통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았고 그녀를 걱정했다.
_「로맨스 무도장」에서
이 작은 도시에서 나는 혼자 사는 이상한 남자다. 사람들은 내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자라서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나처럼 자란 사람은 병적인 상상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이 해변 도시에서, 아니 이곳을 벗어난 어디에서든 그녀만큼 내 눈앞에 실재하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를 위해 살면서 나는, 내가 소망하는 대로 그녀를 소유할 수 없음을 알기에 하루하루를 절망으로 보낸다. 나는 환영을 향한 육욕을 품고 있다. 이런 내 욕망은 신이 내게 보내는 조롱이며 내가 품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처단하려고 신이 내리는 적절한 벌이다.
_「페기 미한의 죽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