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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8679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에필로그
도서 목록
옮긴이의 말 · ‘책’을 둘러싼 매력적인 모험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책 냄새 맡는 것을, 책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중고 책을 살 때 그랬다. 새 책도 어떤 종이를 썼는지, 제본할 때 어떤 접착제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냄새가 나지만, 책을 사 간 사람의 집 안에 가만히 머문다. 그 책들에는 아직 이야기가 없다. 책 자체에 담긴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 확산되고 은밀한 평행의 이야기 말이다. 어떤 책들은 곰팡이 냄새가 나고, 또 어떤 책들은 페이지 사이에 카레, 차, 혹은 마른 꽃잎 냄새를 간직하고 있다. 어떤 때는 버터 얼룩이 묻어 있기도 하고, 긴 여름날 오후 동안 책갈피 역할을 했던 기다란 풀잎이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밑줄 그어진 문장이나 페이지 여백에 적힌 일종의 내면 일기 같은 불분명한 메모들이 한 사람의 전기를, 격분을 불러온 어떤 사건이나 결별의 증거를 구성하기도 한다.
“전달자가 책에 독자를 골라줘야 해요. 관찰하고, 더 나아가 어떤 책이 필요한지 감이 올 때까지 독자를 쫓아가야 하죠. 착각하지 마세요, 이건 진짜 일입니다. 우리는 도발하려고, 일시적 변덕 때문에, 혹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선동하려는 의도로 책을 나눠 주는 게 아닙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그러지는 않아요. 나와 함께 일하는 훌륭한 전달자들은 큰 공감 능력을 가졌습니다. 상대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어떤 낙담과 원한들이 쌓여 있는지를 느낍니다.”
쥘리에트는 차 한 모금을 더 마셨다.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기이한 안정감이 마음속에 퍼져나갔다. 기분이 좋아졌고, 이상하게도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모든 의문에 응답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원들은 아직 존재합니다’라는 단순한 말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동화 속에 살지 않았고, 솔리망처럼 책들 속에 살지도 않았다.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의문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