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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88539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3-31
책 소개
목차
전원주택 7
바람은 알고 있지 35
수박 65
우리들의 한글 나라 93
비자림 119
가족사진 149
효녀 홀릭 179
흐르는 물에 꽃은 떨어지고 207
작품 해설 237
작가의 말 25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비자나무와 덩굴이 기가 막히게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는 걸 봐요. 쟤들은 서로한테 덤벼드는 게 없어. 덩굴이 제 속으로 파고들면 비자나무는 제 땅까지 내줄 거야. 그건 덩굴도 마찬가지야. 평행선은 결코 한 지점에서 만나지 않지. 선 하나가 기울이기만 해도 그건 평행선이 아니니까. 그래서 비자나무는 죽을 거야.
그가 보고 싶었던 것이 비자나무와 덩굴의 생이었을까. 꿋꿋하게 자기의 영역을 지키며 필요한 소통만 하길 바란 걸까. 그가 조금씩 우리 사이에 균열을 일으킬 때 나는 이유를 물어보았어야 했다. 화장실로 숨어버리는 이유를, 다양한 과목으로 삶의 여정을 짜 맞추려는 의도를, 우리의 아이가 태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착각은 나의 행복이다. 아버지가 고급 양복을 입고 열대 과일을 사 들고 들어오는 착각, 엄마가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클래식을 듣는 착각, 큰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을 거라는 착각, 작은언니가 매달 내게 용돈을 주는 착각, 오빠가 어깨를 펴고 거리를 활보하는 착각, 내가 쓴 판타지 소설이 실재가 되는 착각. 착각은 멈추지 않는다.
참 이상한 사진이었다. 작은언니가 검지와 중지로 브이를 만들어 포즈를 취했을 때 우리가 탄 은하 열차가 지나고 있었다. 얼굴이 흐릿하긴 했지만 한눈에 우리 가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오빠는 겁을 먹은 표정이긴 했지만 두 손을 높이 올려 만세를 외쳤다. 내 얼굴은 하늘로 향해 머리카락만 보였다. 그리고 작은언니의 브이 안에서 콩알만 한 큰언니가 활짝 웃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