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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88973168033
· 쪽수 : 182쪽
· 출판일 : 2024-07-16
목차
머리말 9
프렐류드 15
1. 베토벤의 어린 시절과 스승 네페와의 만남 31
2. 베토벤의 다른 스승들 41
3. 베토벤에게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사람들 53
4. 불멸의 연인 63
5. 베토벤과 문학 작품들 83
6.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113
7. 고통을 통해 환희로 125
7. 1. 에라르와 발트슈타인 127
7. 2. 자연의 원초적 힘 132
7. 3. 현악 4중주곡 139 7. 4. <교향곡 9번 “합창”> 154
8. 음악은 사랑의 식량이다 171
포스트루드 177
참고도서 183
부록 도판. 그림 및 초상화 작가들의 자화상 또는 초상 186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당 전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과 달리, 취미로 무엇을 좋아하면 ‘OO 애호가’ 혹은 ‘아마추어 OOO’이라 부른다.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오타쿠(お宅)’에서 유래된 ‘덕후’라는 말이 가끔 사용될 때도 있다. 아마추어랑 비슷하지만, ‘딜레탕트(dilettante)’라는 용어도 있다. 딜레탕트는 이탈리아어 ‘dilettare(즐기다)’에서 나온 말이다. 흔히 직업이 아닌 관심으로 특정 분야에 손을 대거나 예술이나 지식 분야에 일반적이지만 피상적인 관심을 가진 아마추어를 말할 때 사용된다. 재능이 부족한 예술가, 혹은 얕은 지식을 가진 전문가쯤의 뜻으로 사용되는 이 말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아마추어란 뜻이 아닐까 한다. 나아가 조금 비꼬는 투의 아마추어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막상 딜레탕트 같은 필자 자신이, 특히나 음악이나 문학 등 예술과는 어딘지 모르게 거리가 멀 것 같은 공과대학 교수로 40년간 강단에 서 온 사람이 베토벤을 이야기하려니 쑥스럽다. 고전음악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베토벤의 이름과 그의 작품 몇몇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딜레탕트에 해당하는 필자가, 감히 음악의 성인 곧, 악성(樂聖) 베토벤 이야기를 하자니 사실 두렵기도 하다.
게다가 요즈음 책이나 유튜브, 혹은 TV 강연 등을 통해 어떤 전문 분야에 대해서나 적절한 해설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음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주위에는 정말 쉽고 재미있는 음악 혹은 음악가에 관한 해설들이 넘쳐난다. 특히나 베토벤 같은 유명 음악가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음악 전공자들이 보면 괜히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한다고 힐난할까 봐 염려되기도 한다.
필자가 아는 지식이란 게 고작 이 책, 저 책, 이런 블로그, 저런 블로그, 이런 유튜브, 저런 포털 사이트 등을,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면서 얻은 지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음악가나 음악학자, 혹은 음악사 전공자도 아닌 주제에 감히”라는 비난을 들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도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용기를 내었다. 원래 문학책 특히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데다, 가끔 명화(名畫)를 감상하거나 예술 영화를 보면서 융합적 측면에서 그들 다른 예술 장르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걸 취미로 해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문학책을 읽다가, 그림을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더욱 더 베토벤에 빠져 버렸다. 필자는 공학자이자 수필가로 활동해 왔다. 공학자는 어떤 현상을 대충 훑어보는 게 아니라,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꼼꼼히 관찰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동시에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행간의 뜻을 꼼꼼하게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음악 칼럼니스트들을 포함한 이런저런 음악 해설 프로그램 강사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바로 그런 융합적 시각에서 베토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스스로 위안해 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상대성 이론’으로 이름을 남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년)은 바이올린 연주에도 꽤 일가견이 있는 물리학자였다. 만약 물리학자가 안 되었으면 음악가가 되고 싶어 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였다. ‘상대성 이론’도 ‘음악적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였다. 그런가 하면 교향시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등의 음악을 남긴 ‘일요일의 작곡가’였던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포르피리예비치 보로딘(1833~1887년)은 의사이자 화학자였다. 이렇게 음악가가 아닌 삶을 본업으로 살았으면서도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한, 필자보다 먼저 살다 간 과학자들의 삶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악 전문가들이 집필한, 보다 전문적인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다룬 책들이 무수히 많은데도 이렇게 또다시 베토벤에 관한 책을 펴내는 까닭이다. 베토벤에 대해 공부하면서 혹시 필자 같은 공학자가 쓴 베토벤 책은 없을까 찾아보니 다행히도 아직은 출간된 책이 없었다.
해서, 필자 같은 공학자가 베토벤에 빠져들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혹여라도 궁금해할,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의 말미에 참고도서로 수록된 책들이 집필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책 전체의 편집이나 수록된 내용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취향에 따랐다. 베토벤을 다룬 책이 무척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필자의 이 책은 본질적으로는 기존의 책들과는 무엇인가 다른 느낌을 주고자 노력하였다. 기존의 책들보다 내용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재미 면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점이 있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감출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