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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73373062
· 쪽수 : 381쪽
· 출판일 : 2010-10-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칼맨 씨|도시의 대장간|우는 칼|어둠은 빛으로
작가약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대학교 이학년 때였다.
박정달 씨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을 붙여주기 위해 어느 날 급우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잠시 논란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박정달 씨는 한마디로 칼에 미쳐 있었다. 돈만 생기면 언제나 모양이 새로운 칼을 사러 노점상이나 시장바닥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녔다. 이른바 칼 수집광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맨 처음 그가 칼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폭력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가 가지고 다니던 최초의 칼은 자루가 나무로 되어 있었고, 날은 좁고 맵시 있어 보였으며, 지니고 다니기에 간편한 전장 이십 센티미터 정도의 과도였다.
그는 그것을 틈만 나면 남몰래 숫돌에다 갈곤 했었다. 그것은 꺼내들면 언제나 서슬이 새파란 채로 지금 막 물에서 갓 건져낸 민물고기처럼 희게 배를 번뜩거리곤 했다. 그는 친구네 구둣방에서 가죽을 조금 얻어다가 자기 손으로 재단하고 꿰매어 칼집까지 만들어 주었었다.
― <칼맨 씨> 중에서
“아빠는 신검이라는 것을 만들 작정이다.”
어느 날 박정달 씨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게 뭔데요, 아버지?”
막내가 물었다.
“우는 칼이란다.”
“예전에 전욱고양씨(?頊高陽氏)라는 이가 화영검(畵影劍)과 등공검(騰空劍)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든지 병사(兵事)가 일어나기만 하면 칼이 그쪽으로 날아가 무찔렀다. 그리고 쓰지 않고 두었을 때는 갑(匣) 속에서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용과 호랑이의 소리와 같았다고 한다”라고 하는 내용의 글을 그는 어디서 읽었던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튼 그는 그런 칼이 오늘날도 존재할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당신은 애들 교육을 반대로 시키는구랴.”
곁에 있던 마누라의 항변이었다.
“반대로 시키다니.”
“아니 우는 칼이 있다니 그런 비과학적인 말이 어디 있어요? 칼한테 입이 있어요, 눈이 있어요? 칼이 용과 호랑이처럼 울 수 있으면 용과 호랑이로는 연필을 깎겠군요.”
“당신은 칼에 대해서 잠자코 있는 게 이로울 거요.” ― <도시의 대장간> 중에서
박정달 씨는 이제야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신을 백퍼센트 얻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정 군은 아직도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신검이라는 걸 열심히 한 번 만들어보게. 우리 사부님께 그 얘길 했더니 세상에는 그런 칼이 한 자루 정도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셨네. 대개의 사람들은 자네를 미쳤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는 자네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드러나 있지 않고 묻혀 있기 때문에 별로 눈에 뜨이지 않을 뿐이야. 칼을 만들면서는 줄곧 마음을 맑게 가지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라는 것이라네.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는 인간 절대의 에너지니까. 그럼 떠나도록 해야지.”
처삼촌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 <우는 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