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너를 붙잡지 못해도

책머리에

1장 시린 기억들
내 섬을 향해서
진홍색 입술연지
십구 세
고드름꽃

2장 한 남자를 사랑한 나
나뭇잎에 앉아 있는 자화상

3장 기억 속의 그
소녀
독창
옛집에서
고양이 예쁜이

4장 나의 외딴집
취몽
외딴집, 등불 하나
나의 슬픈 '누님들'
불볕 속으로
풍세마을

5장 홀로 선 나무처럼
시골생활
거울
성당

6장 정말 멋진 날
입맞춤
사로잡힌 사람들
혼잣말
어머니
멋진 날

소설이 남긴 뜨거운 여운을 잠재우지 못한 채, 나는 며칠동안 열에 들떠 지냈다. 실연당하고 처절하게 고뇌하는 여인의 아픈 열정이 내 속에서 숨을 헉헉거리는 것 같았다. 재수를 하는 나는 간 곳이 없고, 실연이란 엄청난 상처를 끌어안은 내가 있을 뿐이었다.
나는 두꺼운 노트 한 권에다 <푸른 천사>를 그대로 모방한 희곡을 한편 써보았다. 불과 3일 만의 일이었다. 밥먹는 것도 잊고 뭔가를 '쓰면서' 보낸 그 3일은, 나를 바꾸어놓고 말았다. 글쓰기를 통해 자아의 새로운 탄생을 몸으로 알아버렸던 것이다(글이 잘 써지면 지금도 나는 몸으로 그 엑스터시를 느낀다).
1년 뒤 나는 K대 영문과에 응시했다. 과수석도 전체수석도 못했으나 나는 더 이상 장학금에 연연하지 않았다. - 본문 27쪽 중에서